<시크릿(비밀, 秘密)>
삶과 죽음, 가고 옴, 집착과 해탈이라는 분별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면, 지금 법을 듣는 그 사람을 알아야 한다.
(선어록과 마음공부 p244)
지금까지 내가 내 삶에 등장하고 퇴장하는 겉으로 드러난 껍데기, 허깨비인 모든 것들과 나를 동일시(同一視) 해왔던 눈앞에 보이는 모양, 들리는 소리, 냄새, 맛, 촉감, 모든 현상들 그걸 좇아가는 개념놀이를 할 게 아니고, 좋고 나쁘고 취사간택하는 분별놀이를 할 게 아니고, 모든 소리를 듣는 자 듣는 놈. 생각으로 분별하기 이전에 듣는 그 자체, 듣는 그 당처(當處)를 알아야 합니다.좋은 소리는 듣고 좋아하고 싫은 소리는 듣고 싫어하는 분별은 중생이고, 좋은 소리든 싫은 소리든 분별하지 않고 그냥 평등한 하나의 소리 그게 당처, 그 사람입니다.
소리를 듣는 그 자체는 소리를 분별하기 이전에는 그냥 하나의 소리를 들을 뿐이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소리가 들려도 들리는 소리 그게 내가 부처라는 걸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좋은 건 좇아가고 싫은 건 버리려고 애쓰는 그 취사간택의 개념놀이만을 해왔지만, 정말 자유롭고자 한다면 지금 법을 듣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야 한다.
이 사람, 위에 문장에서는 그 사람이라고 표현했지만 임제 스님은 ‘참사람(眞人)’이라는 표현을 즐겨 씁니다. 무위진인(無位眞人)이라고도 하고요. 무위진인 이 사람은 모습도 없고, 모양도 없고, 뿌리도 없고, 근본도 없으며, 머무는 곳도 없이 활활발발하게 반응하여 수많은 것들에 작용하지만, 작용하는 곳이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 사람을 찾으면 찾을수록 이 사람과는 더욱 멀어지고, 이 사람을 구할수록 이 사람과 더욱 어긋나니, 이 사람을 이름하여 비밀(Secret)이라고 부른다.
(선어록과 마음공부 p244)
서양에서는 아직 이 정도까지 수준에는 이르지를 못하다 보니까 한때 시크릿이라는 책이 엄청 유명했잖아요. 그 시크릿이라는 책을 보면 서양 사람들이 시크릿 이래가지고 나오는 걸 가만히 들여다보면 Secret(비밀) 이게 다 인과응보(因果應報)를 말하는 겁니다. 업인연과보법(業因緣果報法), 줄여서 인과법(因果法)이라 합니다. 걔네들이 동양에서 아주 위대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해서 아주 이 비밀이 이미 동양에서는 혹은 지혜로운 사람들, 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던 비밀이었지만 서양인들 우리들이 모르고 있었던 거다 하고 시크릿(secret)이라는 책을 내서 뭐 대단한 내용이 담긴 책인 것처럼 광고해서 제가 들춰봤더니만 인과응보에 대한, 불교로 말하면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시론(施論), 계론(戒論), 생천론(生天論), 제욕(諸欲)의 과한(過患), 출리(出離)의 공덕, 그다음 사성제, 깨달음 얘기를 수준에 따라서 법문을 했는데 시크릿이라는 책은 시론, 계론, 생천론 정도의 수준입니다. 아함경 정도의 수준이지요.
시론에서 얘기한 게 인과응보예요. 보시를 많이 하면 좋은 결과를 받아. 나쁜 거 생각을 많이 하면 나쁜 결과가 와.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이 있어서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대로 현실을 끌어들일 수 있어.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면 좋은 현실이 벌어져. 나쁜 생각을 많이 하면 나쁜 현실이 벌어져. 그런 인과응보의 차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교묘하게 현대인들의 욕망과 딱 연결을 시켜가지고 마음 내는 대로 세상이 펼쳐진다 라고 현실을 돈과 연결을 시키고, 성공과 연결을 시켰습니다. 불교에서는 인과응보의 법칙이라고 해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현실이 달려오는 거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의 내가 하는 생각, 말, 행동이 중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신구의(행동, 말, 생각)이라는 삼업(세 가지 행위)를 청정하게 실행해라. 탐진치 삼독심을 일으키지 말고 내가 어떻게 할 건지가 더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시크릿이라는 책에서는 내가 뭐 해라 이러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뭘 하면 나중에 좋은 일 벌어진다를 뒤집어가지고 야 너 부자 되고 싶으냐.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부자를 끌어당기면 된다. 그러면서 이것을 약간 교묘하게 이런 식으로 얘기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를 상상해라.
그래서 좋은 집을 갖고 싶으면 네가 갖고 싶은 좋은 집을 그림을 그리든지 사진을 찍어서 그걸 내 책상 앞에 항상 놔두고 매일 아침 그 사진을 쳐다보면서 그 집을 갖겠다는 의도를 일으켜라. 그럼 언젠가는 그 집에 살게 될 것이다. 뭐 이런 식으로 인과응보를 현대인들이 혹하는 방식으로 얼버무려 놓은 거지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야 이런 비밀이 있었구나’ 하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 그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부자가 되는 방법은 진짜 시크릿이 아니고,
이것이 진짜 시크릿입니다. 이 단 하나의 법(法), 진리, 부처, 깨달음, 본래의 나, 도, 한마음이라는 것이 진실한 시크릿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단 하나의 법(法), 진리, 부처, 깨달음, 본래의 나, 도, 한마음, 본성, 당처(當處)가 나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틀림없지 않습니까? 여러분이 어떤 한 가지 일 때문에 고민하고 고생하고 옛날에 내가 그 일 때문에 한 3년을 스트레스받았던 일이 있다. 지금 가만히 돌이켜보면 ‘야 아무것도 아닌 거 가지고 내가 그때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지’ 싶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는 심각했잖아요.
지금은 부처의 관점에서 보니까, 그일을 집착하지 않는 관점에서 보니까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는 되게 심각했던 거지요. 어릴 때는 예를 들어 뭘 되게 갖고 싶잖아요. 뭘 되게 갖고 싶은데 그때는 그게 갖고 싶어서 죽을 거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뭐 한 번씩은 다 가져봤던 거다, 지금 생각하면 ‘그걸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내가 막 괴로워했나’ 싶잖아요.
지금은 지혜가 생겼으니까 ‘아 그걸 갖고 싶다는 그 생각이 내가 그냥 잠깐 허망하게 일으켰던 생각이구나’라는 걸 아니까 그 욕심이 괴로움이 안 되는 것이지요. 그것과 똑같이 지금 여기서 그런 관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서 보게 되니까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거예요. 거기 개입되지 않고 보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이렇게 시간을 30년 떨어져서 봐야지만 되는 게 아니고 지금 당장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도 가능하단 말이지요.
이것이 위빠사나입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내가 그냥 객관이 되어서 나를 보는 거예요. 연극무대에서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나는 객석에 앉아서 나라고 여기 있는 어떤 주인공이 사는 삶을 그냥 구경하는 구경꾼 관람자로 사는 겁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깨달음의 반을 성취하는 거니 하는 표현도 그런 표현이에요. 여행을 떠나게 되면 자신이 깊이 개입돼서 살아가던 삶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조하게 되거든요.
삶에 깊이 개입되는 것에서 삶에서 떨어져서 삶을 보게 된단 말이지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보라는 말, ‘관한다’, ‘지관’이다, ‘정견’이다 ‘정념’이다 라는 말은 내가 내 삶에 깊이 개입되는 대신 내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삶을 바라보라는 말입니다. 삶을 ‘관조(觀照)’하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 이 배경의 자리, 스크린의 자리에 있게 되는 거예요. 스크린 에 비치는 영상 내용을 좇아가는 게 아니라, 영상 내용 그 전체를 바라보는 자리에 있게 되는 겁니다.
내 눈앞, 내 목전에서 등장하고 퇴장하는 모든 것들, 즉 생사법 생멸법 모든 것들을 그냥 지켜보는 자가 되는 거지요. 삶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자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법(法), 진리, 깨달음, 부처, 도, 선(禪), 마음을 공부해가는 과정입니다. 그런 공부를 통해서 ‘아 개입되는 자가 내가 아니구나’ 개입되지 않고 그냥 초연하게 이렇게 삶을 바라보는 자,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그 모든 것을 이렇게 바라보는 자 이 자가 진짜 나, 본래의 나구나 라는 사실을 터득하는 겁니다.
-법상스님- 법문녹취 by 하이얀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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