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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세계도 없고 천상세계도 없다

장백산-1 2019. 2. 4. 01:00

지옥세계도 없고 천상세계도 없다



남자 무당 최씨가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훌륭한 대선지식도 지옥에 들어갑니까?” “이 노승은 제일 앞장서서 지옥에 들어간다.”


“대선지식께서 어찌하여 제일 앞장서서 지옥에 들어갑니까?”


“이 노승이 앞장서서 지옥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찌 이렇게 당신과 만날 수 있겠는가?”


(선어록과 마음공부 p275)


어디가 지옥세계이고 어디가 천상세계입니까. 분별하는 생각을 일으키는 그 자리가 지옥입니다. 분별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지옥에서 허덕이고 있는 사람입니다. 부처는 지옥에 마음껏 자유자재로 들어갑니다. 왜 자유자재로 지옥에 들어갈까요? 지장보살도 참 애쓰시네 지옥 그 힘든데 가가지고 참 고생하시네 라고 생각하겠지만. 지옥과 천상(정토)가 둘이 아닌 하나입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지옥에 있는 거예요. 동시에 극락에 있는 거기도 하고요.


한 생각 화를 내는 마음을 일으키면 지옥에 있는 거 아귀지옥에 있는 거고, 수라지옥에 있는 거고, 또 한 생각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천상에 있는 거고, 발심을 하면 그게 바로 부처의 마음에 있는 것이고, 분별하고 추구하면 중생이고 분별 추구를 내려놓는 순간 또 부처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한 생각 따라 육도윤회(六道輪廻 :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부처가 지옥에 간다 혹은 앞장서서 제일 먼저 지옥에 간다는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분별하는 생각으로 해석해서 이해하지 못할 만한 이야기들이 경전에 나옵니다. 부처도 지옥에 간다. 심지어「유마경」에 보면 53선지식을 찾아다닐 때 온갖 사람들한테 다 다니잖아요. 심지어 이렇게 몸을 파는 여자에게 선지식이 가고. 심지어 그런 얘기도 나와요. 지옥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참된 선지식이라고 할 수 없다. 참된 부처라고 할 수 없다.  파렴치범이 아니면 참된 부처라고 할 수 없다. 삿된 행을 하지 않으면 참된 부처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몸을 파는 여자에게 가서 뭐 하지 않으면 참된 부처라고 할 수 없다. 뭐 이런 식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그런 얘기들이「유마경」에 나옵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이게 도대체 뭔 소리지’ 이해가 안 될 거예요. 그 얘기를 진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 어떤 최악의 삿된 행과 그 어떤 좋은 최상의 선한 행이 둘이 아니고, 지옥과 부처가 둘이 아니고, 창녀와 부처가 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무리 최악의 나쁜 잘못도 그 행위 자체에 최악이라는 게 담길 수 있습니까? 예를 들어 어떤 사람과 뽀뽀를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뽀뽀를 하면 너무나도 사랑하는 것인데. 쓸데없는 사람하고 뽀뽀를 하면 범죄자가 되거나 아주 나쁜 놈이 되잖아요. 그 행위자체가 선이나 악이 아닙니다. 행위 자체에 실체적인 뭔가 있는 것이 아닌 것이지요. 모든 사람의 모든 행위가 전부 다 부처, 道, 진리,  깨달음, 法이 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삿된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나쁜 행위를 했던 순간도 사실 부처 아닌 적이 없습니다. 부처, 道, 진리, 法, 깨달음이 사람들이 삿된 행위 하는 그 순간 그 자리에 언제나 함께 있는 겁니다. 내가 삿된 행위 그걸 죄라고 분별하는 생각으로 해석하고, 스스로를 막 응징하려 하고, 해석에 사로잡히고, 그랬을 때 괴로운 문제가 되는 것이지만. 그러나 이 부처자리, 道, 진리, 法, 깨달음의 자리에서는 최악과 최선이 둘이 아닙니다. 지옥세계와 천상세계가 둘이 아닙니다. 한 마음속에 부처도 있고 중생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최악의 잘못을 저질렀다 할지라도 여러분의 부처는 단 한 번도 훼손된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부처로부터 단 한 번도 심판을 받고 응징을 받을 근심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인과응보(因果應報)입니다. 그냥 자연법칙(自然法則)이에요. 인과응보 자연법칙에 무슨 선(善)이 있고 악(惡)이 있어요. 그런데 법회 중에 어떤 소리가 나면 이걸 듣기 싫다고 하면서 왜 법회 하다가 이런 듣기 싫은 소리가 나는 거지 하고 여기 계신 누군가가 짜증을 낸다면 이게 그 사람에게는 기분 나쁜 소리로 들렸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소리이건 선과 악이 없어요. 그냥 자연법칙일 뿐이지.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해서 다른 사람들로 부터 욕을 또 먹는다. 그것도 그냥 사실 자연법칙일 뿐이지 그걸 가지고 뭐 선이다 악이다 분별해서 화를 내거나 이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욕을 얻어먹고 난 다음에 내가 받을지 말지 그걸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인과(인과응보)에 빠지지 않는 불락인과(不落因果)라는 말처럼 부처, 진리, 법, 道, 깨달음은 인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불매인과(不昧因果)라는 말처럼 단지 인과에 미혹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석가모니부처님도 남이 석가모니부처님의 뺨을 때리면 한 대 맞습니다. 인과에 빠지는 겁니다. 그러나 내가 남에게 욕을 했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욕을 했다고 해서 그 욕에 상처받지 않는 것일 뿐이지요. 이것이 불매인과(不昧因果) 입니다. ‘네가 나에게 욕을 했어’ 하고 막 화내고 짜증내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선지식이 지옥에 항상 앞장서서 들어간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뭐 지옥과 극락이 둘이 아니고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가 바로 지옥세계도 되고 천상세계도 되고 하니까, 영원히 언제나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으니까요.


-법상 스님-  법문 녹취 by 하이얀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