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아닌 하나일뿐

하나도 아닌 하나일뿐

마음 달 홀로 가득해 마음 달 빛이 삼라만상을 머금었다. 

마음 달 빛이 삼라만상을 비추는 것이 아니고 삼라만상 또한 없는 건데, 

마음 달 빛과 삼라만상 전부 다 없어지니 다시 이것이 어떤 물건인가. 

心月孤圓  光呑萬像  光非照境 

심월고원  광탄만상  광비조경 

境亦非存  光境俱亡  復是何物 

경역비존  광경구망  부시하물 

-『반산보적(盤山寶積) 』-

마음을 달을 비유로 들어 표현한 글들이 많다. 여기서 말하는 달은 하늘이 있고 구름이 있고 

별이 있고 산이 있고 강물이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풍경 속에 함께 있는 달이 아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달은 오로지 이 달 하나뿐이다. 그래서 오직 하나뿐인 이 마음 달만 온 우주에

가득차 있다. 그 마음 달 빛이 천지만물과 삼라만상을 다 머금어 삼켜버렸다. 천지만물 삼라만상이

하나가 되었다. 하나가 되었으니 굳이 하나라고 말할 수도 없다. 

마음 달 빛은 무엇을 비추는 일도 없다. 마음 달 빛을 받을 삼라만상이 전부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로지 하나 아닌 하나뿐이다. 마음 달 빛과 마음 달 빛을 받을 삼라만상이 전부 다 사라졌기 때문에 

그것에 무엇이라는 어떤 이름도 붙일 수가 없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 거기에는 말길이 다 끊어졌고 숨도 멎고 분별하는 의식 마음 생각도 멎었다. 

이같은 경지를 어떻게 생각으로 이해할 것이며 말로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