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이것 뿐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

장백산-1 2019. 7. 1. 16:22

이것 뿐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  - - 법상스님


매 순간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이것 뿐이지 다른 것은 없습니다.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 이것이라는 실재(實在) 외의 것들은 전부 다 분별 망상 번뇌입니다. 큰스님들이 죽비를 탁 치면서 '이것이 법(法, 진리, 진실)이다'라고 설합니다. 그 때 즉각 생각을 일으켜서 죽비를 치는 것이 왜 진리일까? 하고 생각으로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한다면 그같은 행위는 벌써 두 번째 자리에 떨어진 것입니다. 


죽비를 치는 행위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것이 진리입니다. 그것이 법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숨겨놓은 진리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액면 그대로, 날것 그대로 죽비를 치는 행위 그것이 전부입니다. 죽비 치는 행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떠올리고 연구하고 해석하려고 하면 힘이 들지만, 그냥 죽비 한 번 치는 그 행위는 전혀 힘들여서 알아야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탁!'(죽비 한 번) 이것뿐이니까요. 죽비를 치는 것에 대한 이미지를 따라가지 않고, 죽비를 치는 것을 생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전부 '탁(죽비)' 이것뿐입니다. 


친구가 내게 욕을 했어도 그 욕의 내용을 따라가고, 그 욕소리에 반응하며, 화를 내는 등의 남아있는 이미지, 그림자를 따라가지 않고, 그 욕이라는 말이 나온 그 첫 번째 자리, 당처(當處), 텅~빈 바탕자리,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욕 소리를 듣게 되면, 그저 그 욕 소리가 찰나지간에 일어났다가 사라졌을 뿐 그뿐이지, 다른 아무 일도 없습니다.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그 욕 한마디는 아무런 힘도 없고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소리의 파동(波動)일 뿐입니다. 그런데 내가 아무것도 아닌 그 말 소리 한 마디를 듣고 화를 내면서, 그 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말 소리레 힘을 실어주게 되면,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말이 나를 집어삼킵니다. 그렇게 된건 내 마음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일 뿐, 그 말 자체에 나를 집어삼킬만한 그런 힘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런 방식으로 어떤 특정한 소리, 말, 경험, 경계를 우리는 자기 식(識)대로 해석하고는 그 해석에 얽매이고 집착해서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는 겁니다. 이 얼마나 허망한 짓입니까. 모든 정신적인 물질적인 경험, 모든 작용은 그저 '탁!(죽비)' 이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요. 아무 의미(意味), 개념(槪念), 분별(分別)이 없는 !빈 공(空)일 뿐입니다. 


다만 내가 분별 망상 번뇌라는 생각으로 문제를 만들어내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요. 삶 자체가 그렇습니다. 삶은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일 뿐, 좋은 삶 나쁜 삶이라는 분별 차별이 전혀 없습니다. 좋게 해석하는 사람에게 삶은 살기 좋은 곳이고, 나쁘게 해석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살기 싫은 곳이지만, 그 모든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에 걸려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삶은 인생은 세상은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