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유정법(無有定法)
규정짓지 말고 지금 있는 그대로 보기 - - - 법상스님
무유정법(無有定法), 즉 이 세상 모든 것은 정해진 바가 없이 단지 인연 따라 변해가는 것들입니다.
착한 사람이라고 나쁜 사람이라고 본래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착한 짓을 할 때
그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이름 붙이고, 나쁜 짓을 할 때 나쁜 사람이라고 이름만 붙일 뿐 영원히
착하다 영원히 나쁘다 그렇게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똑같은 음식이 있는데 그 음식이 배고플 때는 맛이 있지만 배가 부를 때는 맛이 없습니다.
똑같은 칼도 부엌에서 요리 용도로 쓰면 유용한 도구이지만, 나쁜 짓에 쓰면 살인 도구가 됩니다.
이 세상 무엇이든 정해진 바 없이 인연 따라 끊임없이 모양을 바꿔가며 변화해 가는 것입니다.
변화해 가는 거기에 고정된 실체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착한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 착한 사람일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아니고, 능력 있거나 없는 사람도 아니고, 돈이 많거나
적은 사람도 아니고, 여러분은 그 어떤 것으로도 고정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여러분을 포함해서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연생(因緣生)하고 인연멸(因緣滅)하는 것일 뿐, 즉 인연 따라 생겨났다 인연 따라
사라지는 것일 뿐, 고정된 실체로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사람들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두고 정의(定義) 내리기를 좋아하고, 내가 혹은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규정(規定)하기를 좋아합니다. 정의 내리기나 규정 하기 그것이 곧 허망한 착각(錯覺)인
줄 꿈에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지요.
세상을 모든 것을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인연 따라 변하는 그 순간에 그저 있는 그것으로 보기만
해 보세요. 규정할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보이는 그대로 계속 같은 것으로
보일 수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라는 찰나지간에 그저 이렇게 보이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과거 기억을 떠올려 비교해 보거나,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그대로 이대로 이럴 뿐입니다.
규정하지 말고, 고정짓지 말고, 머물지 말고, 집착하지 말고,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자연 그대로,
텅~빈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곧 지혜(智慧)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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