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냥꾼만이 숲속 오솔길(holzwege)을 알고 있다.”

다음 내용은 <2001년 2월 11일> 능인선원 일요법회에서의 정각 스님 법문 내용이다. 

테이프 녹음을 받아 쓴 후 약간 수정한 것이다.

“오직 사냥꾼만이 숲속 오솔길(holzwege)을 알고 있다.”

 <만남의 의미>

이 곳에서 여러분을 뵙게 된 것은 불교에서 말하듯 전생부터 이생에서 만나야 할 어떤 因緣이 있기에, 이렇듯 여러분과 제가 만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時間들,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事件들, 수많은 事物들 사이에서 무수한 ‘만남’을 形成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제가 여러분을 만나고, 또 다른 자리에서 무수한 사람과 事件들, 事物들과 '만남'을 形成합니다. 그런데 '만남' 속에는 어떤 意味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요? 제가 여러분과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만남, 이 만남에는 분명 어떤 까닭이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만남의 理由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속에서 불현듯, 무수한 사람과 사건과 사물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 맞닥뜨리는 사건과 사물과,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가?’ 생각해보게게 됩니다. 또한 그런 質問에 앞서, ‘나’란 存在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됩니다. 저는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무수한 길을 걸으며 수많은 만남을 形成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 속에서 만남의 意味 뿐만이 아닌, 나(我)라는 存在 自體에 대한 의문을 가져 보기도 합니다.

<나는 무엇인가?>

나(我)라 하는 것 나에 대해 사유한다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일 것입니다. 나(我)라는 존재. 나는 왜 지금 여기 이 世上 속에서 삶을 살고 있는가? 지금 여기 나에게 있어 삶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현재 나에게 주어진 時間과 空間 속에서, 내가 行해야 할 바는 과연 무엇인가? 여러분도 모두 그런 생각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삶을 살아가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 것인가?’  ‘나(我)란 존재는 무엇인가?’ 이같은 質問은 自己 正體性과 관련된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質問에 答을 마련해 갖지 못하는 限에 있어, 그 사람의 삶은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같은 질문에 대해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 Kant)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答을 먼저 마련해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삶의 여행자>

비유를 들어 말씀 드리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旅行者라 할 수 있습니다. 여행자, 즉 ‘삶의 여행자’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이라는 단어로 불리는 無數한 時間과 空間속에서 계속 未知의 곳으로 가야만 하는 여행자. ‘삶의 여행자’로서 저와 여기 계시는 모든 분들은, 미지의 그 삶의 여행길 속에서 삶의 여행자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旅行의 終着點을 向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까?

「그리스⋅로마 신화」에 묘사된 오디세이(Odyssey)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디세이라 불리는 人物은 神話 속에서 끝없는 旅行을 계속해야만 하는 旅行者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는 여행을 자기 숙명인 양 받아들인 채, 끝없는 여행을 떠납니다. 한 때오디세이가 사막을 가고 있을 때, 사막에피라미드가세워져있었습니다.피라미드 앞에는스핑크스(Sphinx)라는 動物이 앉아 있었습니다. 스핑크스는 사막의 여행자에게 質問 하나를 던집니다. 그 質問에 제대로 된 答을 하지 못하면, 여행자는 스핑크스에게 잡아 먹힙니다. 오디세이가 사막을 여행하던 중 스핑크스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스핑크스가 오디세이에게 물었습니다. “아침에는 네발로 걷고, 점심 때는 두발로 걷고, 저녁 때는 세발로 걷는 그러한 者는 무엇인가?” 오디세이가 대답합니다. “그것은 人間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아이 때는 네발로 걷고, 장성해서는 두발로 걸으며, 인생의 황혼녘이 되면 지팡이를 의지해 세발로 걷습니다.” 해답을 남긴 오디세이는 스핑크스 앞을 지나 또 다른 여행지를 향해 떠나갑니다.

삶의 여정을 걷는 모든 여행자에게 스핑크스의 質問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스핑크스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어야만, 스핑크스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은 채, 또 다른 여행지를 향해 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 있는 모두에게도 매순간 스핑크스의 질문이 끝없이 던져지게 됩니다. 法會를 마치고 길을 나서는 순간, 스핑크스는 스핑크스의 모습이 아닌 우리가 만나는 사물과 나와의 만남 속에서, 나와 남과의 만남 속에서 무수한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만나게 되는 모든 상황들, 사람들, 사물들,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제대로 된 해답을 남길 수 있어야만 한다는 말입니다.

<숲속 오솔길>

20세기 후반, 思想界에 큰 影響을 미친 實存主義 哲學이 있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표적 인물인 하이데거(M.Heidegger)는 그의 저술 가운데 독일의 詩人 횔덜린(F. Hölderlin)의 다음 詩 구절을 종종 인용하였습니다.

“오직 사냥꾼만이 숲속 오솔길(holzwege)을 알고 있다.”

여기서 사냥꾼이란 ‘眞理를 사냥하는 사냥꾼’을 의미합니다. 眞理를 向해 끝없이 나아가는 자, 진리의 사냥꾼만이 숲속 오솔길을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숲속 사냥꾼은 한 마리 토끼와 한 마리 새를 잡기 위해, 숲의 無數한 空間을 찾아 헤맵니다. 그 무수한 헤맴 속에서 사냥꾼은 自己만이 알 수 있는 오솔길을 發見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오솔길을 통해 숲의 모든 空間(場所)를 自由롭게 오고 갈 수 있습니다.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삶이란, ‘숲속’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숲속이라 불리는 우리를 둘러싼 삶의 현실속에서 한 마리 새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숲속 길, ‘진리의 길’을 찾아 진리의 사냥꾼이 됩니다. 그 ‘진리의 길’이란 오직 진리를 위해 끝없이 고뇌하고 방황하고, 진리를 향해 끝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熱望을 가진 사람에게만, 그 숲속 오솔길, 진리의 길은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숲속 오솔길, 진리의 길을 먼저 간 자는 숲속 오솔길을 알게됩니다. 산등성이 넘어 냇물이 있고, 그곳에 몇 개의 징검다리가 놓여 있는 것을 압니다.

이렇게 숲속 오솔길, 진리의 길을 알게되는 것을 의상(義湘)스님은 「법성게(法性偈)」에서  ‘증지소지비여경(證智所知非餘境)’이라 말했습니다. “증득한 지혜로만 숲속 오솔길, 진리의 길을 알 수 있을 뿐, 분별하는 생각으로 알아낸 여타 境界로는 숲속 오솔길, 진리의 길을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숲속 오솔길, 진리의 길을 먼저 간 자를 선지자(先知者)라 합니다. 선지자는 자신이 건넌 징검다리 중 몇 번째 돌이 위험함을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숲속 길을 걷다 ‘편백나무 숲을 보았다’고 말하면, 선지자는 그 숲을 지나면 샘물이 있음을 압니다.

 <종교의 의미>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은 나름대로 수많은 길의 意味를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어떤 길입니까? 우리 앞에는 日常的 삶의 길과 眞理를 向한 깨달음의 길이 있습니다.  ‘일상적 삶의 길’ 그리고 ‘진리를 향한 길’. 여기에는 確然한 差異가 發見됩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종교(宗敎)가 갖는 意味에 대해 생각해 볼 必要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조금 전 부처님께 예를 올렸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가톨릭을 믿는 사람은 지금 이 時間에 聖堂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미사>라는 말 속에서 우리는 宗敎의 참된 意味를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금세기 최고의 종교학자라 일컬어지는 하인리히 짐머(Heinrich Zimmer)의 제자 중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조셉 캠벨이 10년 전쯤 영국 BBC 방송 인터뷰 중 <미사>와 관련된 말을 한 바가 있습니다. 미사(Misa)의 어원은 미떼레(mittere)라는 라틴어 動詞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여기서 미떼레(mittere)라는 單語의 뜻은 ‘몰아내다’ ‘추방하다’ ‘쫒아내다’입니다. 즉,  <미사>는 지금 우리가 있는 삶의 狀況 속에서 우리를 내몬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상황에 滿足하지 말고,  또 다른 眞理의 世界를 向해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가운데 누군가, 그 어떤 힘이 등 뒤에서 나를 떠밀고, 내몰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사>의 뜻인 '내몰다 쫓아내다 추방하다’는 말은 世俗의 삶에 더 以上 滿足하지 말고, 永遠의 世界인 부처님 세계로, 하느님 세계로 나갈 것을 재촉하면서 나의 등을 떠미는 것, 거기에 미떼레(미사)라는 單語의 意味가 있는 것입니다.

佛敎의 예불(禮佛)도 또한  <미사>와 같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禮佛이란 '지금 여기' 내가 위치한 현재적 상황, 그 상황에 만족하지 않은 채 또 다른 未知의 世界, 眞理의 世界를 向해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것, 그것에 禮佛의 참뜻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끝없는 여행>

宗敎는 世俗과의 타협이 아닙니다. 條件 지어진 삶 속에서 우리를 滿足케 해 주는 질서가 아닌, 나의 현재 삶에 만족하지 말고 또 다른 삶의 조건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기를 촉구하는 것, 거기에 宗敎의 참된 意味가 있습니다. 마치 앙드레 지드(Andre Gide)의 소설 『地上에서의 養食』에서 “停止하지 말고 滿足하지 말고, 또다시 찾아 떠나라”는 그 의미를宗敎 속에서 發見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종교의 참된 의미는 현실적 조건의 만족 가운데 있지 않습니다. 現實의 狀況은 단지 우리에게 永遠한 길의 摸像(모상; 영원한 진리를 본떠서 나타낸 虛像)만을 스크린(虛空)에 비춰 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스크린, 허공(虛空) 속에 길이 나있는 오솔길, 진리의 길을 찾아 끝없이 길을 가는 ‘나그네’가 될 수 있기를 宗敎는 사람들엑 계속해서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길을 걷는 나그네’를 말씀 드렸습니다. 저와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은 삶의 길 가운데 여행자에 해당합니다. 그 삶의 여행길 가운데 수많은 질문, 스핑크스의 질문에 답하면서 끝없는 여행지를 向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삶의 意味인 것 같습니다. 오디세이의 방랑 과도같이,아마도 델피(Delphi)의 신탁(神託)이 存在하는 限 방랑 또한 끝없을 것이라면, 우리 삶의 여행 또한 끝 없이 眞理의 세계를 向한 여행일 것입니다.

<삶의 의미>

삶의 目的은 그렇다 치고, 가끔은 이런 生覺을 해봅니다. ‘나(我)란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지금 여기라는 時間과 空間 속에 한 生命體로서 탄생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분명 무슨 까닭이 있어 보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데는,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그 이유를 알고 계신가요?  지금 여기라는 時間과 空間 속에 條件지어진 삶을 살아가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삶의 어떤 意味가 담겨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것에 나름대로의 해답을 갖고 계신가요?

고등학교 때 국어책에서 김상용의 시(詩) 「남으로 창을 내겠소」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人生에 대한 시(詩)였던 것 같습니다. 그 내용 가운데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라는 구절이 기억납니다. ‘왜 사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 수 없는 겸연쩍은 느낌에서 다만 피식 웃어버린다는 건가요? 아마 대다수 사람들이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왜 삽니까?’  ‘무엇을 위해 삽니까?’라는 물음에 나름대로 대답을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차안(此岸 : 이쪽 언덕)>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의 언덕(차안)에 발 딛고 사는 나(我)란 존재는, 現在라는 時間과 空間 卽,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눈앞에 펼쳐진 삶, 세상, 현실이라는 상황 속에서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가?  분명 나라는 存在가 세상, 삶, 현실에 나와서 삶, 세상, 현실을 살아간다면, 그 나의 삶, 세상, 현실에는 분명 어떤 目的이 內在되어 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삶, 살아갈 줄 안다는 것>

그렇다면 ‘삶의 目的’은 무엇이겠습니까?’  사람들은 ‘삶’이라는 單語, 개념을 만들어 사용합니다. ‘사’에 ‘ㄹ’ 받침이 있고, 그 옆에 ‘ㅁ’ 받침이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 혹 국어학을 공부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國語學者들 見解에 따르면 <삶>이란 <살다의 名詞形>이라 합니다. 한편 <살다의 動詞形>은 <사람>이 되는데 사람은 <사ㄹ>에 명사형 접미사 <암>이 붙어진 형태라 합니다. 여기서 <암>은 <앎>을 뜻하는 바, 사람이란 <삶 의 앎>, 즉 <살아갈 줄 아는 者>를 뜻합니다.

訓民正音 解例本에  “나랏말ᄊᆞ미 듕귁에 달아…사ᄅᆞᆷ마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사ᄅᆞᆷ이 <살아갈 줄 아는 者>를 뜻함에는 뭔가 象徵的인 意味가 담겨 있음을 알게 합니다. <사람>을 <삶>과 <암>으로 설명해, 肉體의 <삶>과 靈魂의 <앎>이 複合된 存在가 <사람>이라 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삶’과 ‘사ᄅᆞᆷ’에서, ‘사ᄅᆞᆷ’을 사랑하다의 ‘ᄉᆞ랑’과 결부시켜 말하기도 합니다.

『월인석보』 서문에 <ᄉᆞ랑할씨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경우 <ᄉᆞ랑>은 사(思)의 번역어로 思量하다 生覺하다는 말과 連結됩니다. 이 모두가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갖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점들을 두고 생각할 때, 삶이란 <삶에 대한 앎>을 前提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삶이란 또한 <삶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앎과 사랑>이 전제되어야 함도 알게됩니다.

니체(F. Nietzsche)는 Amor fati, 즉 운명애(運命愛)를 말한 바 있습니다. 즉,‘나 自身의 삶에 대한 사랑’을 말합니다. 삶에 대한 내 스스로의 사랑입니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의 참된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삶의 여행자>

그리고 삶의 여정 속에서 나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이란 어떤 것이겠습니까? 그리고 스핑크스의 질문에 어떤 해답을 주어야 할 것인가? 등은 삶의 영원한 ‘숙제’로 남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영원한 숙제를 등에 업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나의 삶의 時間이 마감되는 그 날, 眞理의 門에 들어설 수 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삶의 궁극적 意味가 아니겠느냐?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방금 전, 횔덜린이란 詩人에 대해 말했습니다.횔돌린은 “오직 사냥꾼만이 숲속 오솔길(holzwege)을 알고 있다” 했는데,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길, 슬픔의 길 속에서 극심한 좌절 고통과 슬픔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삶의 길, 슬픔의 길 속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갈 길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삶이란,  ‘앞으로 나아가야 된다는 것’ 거기에 궁극적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가 있는 어떤 위치에서도 끝없이 眞理의 世界를 向해 나아가야만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종교적 삶의 근본’임을 알아야 합니다.

<피안(彼岸)을 향해 가는 배>

불교에서는 의식(儀式)을 집전할 때 대중과 의식을 집전하는 자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습니다. 지금과 같이 법문(法門) 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앞 사람의 등만 보면서 예불을 합니다. 이 능인선원 法堂을 하나의 ‘배’라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배 안에 타고있는 여러분은 입장권을 하나씩 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배는 어디를 向해 떠나가는 배 이겠습니까?

제가 가끔 부르는 노래 중 정태춘의 ‘떠나가는 배’가 있습니다.  ‘떠나가는 배’, 지금 여기 배안에 있는 우리는 입장권을 손에 쥔 채 ‘능인선원 법당’이라는 배에 타고 있습니다. 이 배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겠습니까? 제가 있는 단상 위에는 높은 법상(法床)이 놓여 있습니다. 법상에 올라 있는 사람들은 누구겠습니까? 배의 船長입니다. 뱃머리에는 선장과 일등 항해사도 있을 것이고, 조타수, 기관사 등의 소임을 맡은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도 항해사, 이등항해사 등 여러 역할을 맡은 분들이 배 안에 함께 승선해 있습니다.

단상 위, 법상 위에 올라선 사람이 배의 선장이라면, 선장은 배에 승선한 사람들을 '하나의 世界'로 引導해 갑니다. 이 배가 나가야 할 目的地는 어디겠습니까? 불교에서는 그 목적지를 ‘眞理의 世界’라 말합니다. 즉, 진리의 세계를 향해 떠나가는 배입니다. 眞理의 世界는 虛妄한 世界, 架空(가공)의 世界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안개에 가려진 저 ‘이어도’와 같은 이상(理想)의 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들은 입장권을 손에 쥔 채 전설의 섬 ‘이어도’ 같은, 진리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소망을 지닌채로 선장은 뱃를 운전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뱃길에는 암초가 솟아 있기도 합니다. 암초를 피해, 역경을 헤쳐 거친 바다 넘어 진리의 세계에 도달해야 할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진리의 세계 그곳을 ‘피안(彼岸)의 세계’라 말합니다. 그 배 안에 여러분이 앉아 계십니다. 피안을 향해 가는 배, 승차권을 손에 쥔 여러분 중 한 사람만이 목적지인 ‘피안(彼岸)의 세계’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서로의 노력 속에 공동의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큰 배에 붙은 작은 쾌속선을 내려 피안을 향해 가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이상향(理想鄕)의 세계는 쾌속선이 아닌 큰 배(대승,大乘)와 함께 있을 때만이 폭풍과 암초의 위험을 물리치고 목적지인 ‘피안(彼岸)의 세계’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佛敎에서는 ‘신자(信者)’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다른 종교에서는 ‘천주교 신자’, ‘기독교 신자’ 그렇게 말합니다. 놈 ‘자(者)’ 자를 씁니다. 各各이다 個個人이다 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信徒’ ‘信徒證’ 그렇듯이 무리 도(徒)자를 씁니다. 하나의 무리, 하나의 떼. 이렇듯 불교 신앙은 獨者的 신앙이 아닌 共同의 노력 속에 眞理의 世界에 到達할 것이라는 共同體를 强調하고 있습니다. 험난한 바다에서 작은 쾌속선, 구명보트에 의지해서는 죽음을 만나기 쉽습니다. 독자적 신앙이 아닌, 서로간의 연경성(連結性) 속에서 眞理의 世界를 向해 가야 한다는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

주제가 조금 벗어나고 있습니다. 처음 말했던 바와 같이 ‘나(我)’라는 존재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는가?’ 근래 출간된 책 중 『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는 제목의 책을 본 바 있습니다.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 상당히 수긍이 가는 말입니다. 요즘 심리학자들 사이에 ‘逆行최면’ 기법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역행최면이란? 최면기법을 통해 상담자의 의식을 과거로  되돌려, 현재 마음에 생겨나는 감정의 원인 등을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담자의 내면을 치유한다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치유 사례를 보면, ‘역행최면’을 통해 상담자의 前生 記憶에 接近한 예가 다수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報告書에 의하면 現在 우리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 내지 사건들은, 일정 부분 과거와의 관련 속에서 풀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現生 가운데 되풀이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현생의 부부는 전생 중 그리운 연인 내지 원수지간이었을 可能性이 크다는 것입니다. 자식과의 건계도 역시 마찬가지라 합니다. 흔히 농담조로 ‘부부간이나 자식간은 전생에 원수지간’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저와 여러분과의 만남, 여러분 가족들 사이의 만남, 일상 속의 무수한 만남들은 전생에 풀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 짓게끔 마련된 만남인데 그것들을 풀지 못하면 또 다시 되풀이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만나, 전생의 관계 속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 어떻게든 마무리될 수 있도록 삶이 條件지어진다는 것입니다.

“왜 다시 만나야만 하는가?” 그것은 만남 가운데 분명 해결해야만 할 문제, ‘숙제’가 서로에게 제시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간에 만남을 통해 만남의 理由를 파악하고, 그 이유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그것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러분 중 오늘 법회 後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사람 내지 사물, 사건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만남에는 분명 어떤 까닭이 있습니다. ‘나의 삶의 의미’를 그 만남 속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분명 우리 삶 속에는 풀고 해결해야만 할 어떤 문제가 있고,  그것을 풀고 해결하기 위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즉, 삶/세상/현실이라는 現象의 世界, 가상세계(假想世界, virtual reality) 속에서 靈魂과 肉身을 갖고 位置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중에도 현재의 삶 속에서 누굴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전생에서 누군가를 서운하게 하였던 사람은 그 서운함을 상대에게 빚 갚기 위해'' 이 世上, 삶의 흐름를 타고 계신 분이 있을 겁니다. 흔히 “전생에 내가 무슨 빚을 졌나 보다” 라고 말합니다. 그 빚을 갚기위해, 갚아야만 하기에 삶의 조류에 휩쓸려온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세상, 삶 가운데 풀고 해결해야만 하는 그 무엇, 그것을 제대로 풀고 해결하는 속에서 내 삶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내린 채로, 삶을 아무 미련 없이 후회 없이 마감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삶은 죽음이라는 現象과 항상 함께 찾아옵니다. 사는 만큼 죽어가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 여러분이 삶을 산다는 것은 同時的으로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드린 말씀은 아주 단순합니다. 지금 여기서의 저와 여러분과의 만남도 어떤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다. 또 여러분이 ‘지금’이라는 時間과 ‘여기’라는 空間속 세상, 삶, 현실을 살아감에도 어떤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하니까요. 전생에 응어리진 어떤 사람을 만나 응어리를 풀기 위해 태어났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전생에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을 마무리 짓기 위해 태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現在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事件, 事物, 狀況들 속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解答을 마련해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제가 조금 전 임마누엘 칸트를 예로 들었습니다. ‘人間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答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내가 일상 가운데 마주치는 사람들, 사건들,사물들, 사고들, 상황들 속에 분명 풀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태어났고, 그것을 풀고 해결한 가운데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평온의 世界, 眞理의 世界, 마음의 故鄕에 편안하게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제가 능인선원 법상(法床) 에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법상에 앉은 법사(法師)는 무엇입니까? 宇宙萬物의 법(法)의 原理를 파악한 사람이 法床에 앉아 法을 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문(法門)은 법(法), 문(門) 字를 씁니다. ‘法門’이란 法師가 법(法)의 世界, 眞理의 世界로 나아갈 수 있는 문(門)을 열어서 모두가 그 문으로 들어가 진리의 세계로 갈 수 있게 이끌어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내용들을 통해 여러분들 스스로가 眞理의 世界, 法의 世界의 門을 열어 젖힐 수 있을 때, 이 法門의 참된 의미가 完結될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내용들, 그것이 여러분 앞에 놓인 수많은 門들 중에서 하나의 門이라도 열어젖힐 수 있음에 도움이 된다면, 한 시간 동안의 제가 한 말과, 제가 이 자리에 앉게 된 의미가 완결될 것입니다.

법문을 마무리 지으면서 횔덜린(F. Hölderlin)의 詩 구절을 다시 전해 드립니다. “오직 사냥꾼만이 숲속오솔길(holzwege)을 알고 있다.” 여러분도 참된 진리의 사냥꾼 되어 나름의 삶 속에서, 숲속에 나 있는 오솔길, 진리의 길을 찾아 헤매는 사냥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 하나, 의상(義湘)스님의「법성게」중에서 “증지소지비여경(證智所知非餘境)”, “증득한 지혜로만 진리의 세계를 알 뿐이요, 생각으로 알아낸 다른 여타 경계로는 진리의 세계를 알 수가 없다”는 말. 이렇듯 제가 말씀드린 내용들과 함께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난 삶’ 속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출처 :붓다의 향기 뜨락 원문보기▶   글 정리 : 연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