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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일 뿐 정체성은 없다.

장백산-1 2020. 3. 21. 23:19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일 뿐 본성은 없다.  - -  법상스님


나는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이대로 일 뿐입니다. 나는 다른 그 무엇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다른 무엇이 되기를,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부처가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나는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 그것일 뿐입니다.


스님이라거나, 남자라거나, 여자라거나, 늙은이거나 젊은거나, 어디에 살 거나, 프로필에 무엇이 

들어가거나, 무슨 종단이거나, 무슨 책을 썼다거나, 이런 것은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를 결코 보여

줄 수 없습니다. 그런 것 뿐만 아니라 외모 생김새, 성격, 생각, 가치관 등 그 무엇도 내가 아닙니다.


나라고 여기는 것의 정체성(正體性 : 본래 어떤 것이 지니고 있는 특성) 그런 건 원래 없습니다.

나라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니며, 그렇기에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겁니다. 그 무엇도 아닌 나 그게 

진정한 자유, 진정한 나, 본래의 나라는 방편의 말이 가리키는 '이것'이 아닐까요.


진정한 자유, 진정한 나, 본래의 나는 내가 누구라는 특정한 정체성으로 고착화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것을 불변수연(不變隨緣) 수연불변(隨緣不變)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즉, 본성

(本性)은 영원히 변하지 않아 불변(不變)하지만, 본성(本性)은 본성(本性)을 고집하지 않고 인연

(因緣)을 따라서 무한대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낼 뿐이라는 말이 불변수연(不變隨緣) 수연불변

(隨緣不變) 이라는 말입니다.


인간도 인연(因緣) 따라 젊기도  늙기도 합니다. 늙음이나 젊음이나 나라고 여긴 것의 정체성이 

아닙니다. 나라고 여기는 것은 잠시 잠깐 인연(因緣)을 따라서 생겨난 것일 뿐. 승속, 남녀, 종교, 

재산, 명예, 성격, 몸, 마음, 재산, 돈, 권력, 지식, 부부, 자식 등이 모두 진정한 내가 아닙니다.


중이 되고자 출가했다 환속할 수도 있고, 남자였다가 여자로 성전환 할 수도 있고, 종교를 바꿀 수도 

있고, 돈 명예 성격도 인연(因緣) 따라서 계속 변하고 바뀔 뿐, 이런 것들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세상 모든 것들은 그저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임시로 가짜로 허깨비로 인연

(因緣) 따라서 부여된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이것으로 그저 즐기며 허용하고 살아갈 뿐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부여받은 정체성을 부러워하지 않으면서 말이지요. 그것 또한 임시, 가짜이니까요.


물론 저 또한 임시로 가짜로 받은 저의 몸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제 기관지가 않좋아 

먹을 긁는 소리를 낼 때가 많지만, 목이 아픈 나 그것이 제가 바로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진실

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현실세상이 진실(眞實)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라는 현실세상이 진실(眞實)임을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 경험해 주는 것 뿐입니다.


무릎이 안좋아 높은 산은 오르기가 어렵다면, 그 대신 낮은 산이나 트래킹을 얼마든 할 수 있습니다.

무릎이 예전 처럼 다 낫기를 바라는 대신,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무릎인 것에 감사하고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물론 몸의 어떤 부분이든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시도

하지도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인연 따라 병원도 가고, 목에 좋다는 것도 먹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에 감사해야 합니다.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아니라, 이토록 평범한 한 사람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사람이라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몸도 찌뿌드등하고, 잠 못 잘 때는 피곤하고, 때로는 게으로게 늦잠도 자고

싶은 사람이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나로서 좋을 뿐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나임이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하고, 감동이며, 사랑스럽지 않으신가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 그런 진리로 깨어날 기회를 스스로에게 선물해 주세요.


인연따라 부여받은 임시적인 나라는 정체성, 그 임시적인 정체성을 온전히 살아주고 매 순간 받아들여 

경험하는 것을 통해 당신은 당신만의 고유한 깨어남을 자신에게 선물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당신에겐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이렇게 벌어지는 이러한 삶, 세상이 꼭 필요합니다.

설사 지금 여기 펼쳐지는 삶, 세상, 인생 그것이 마음에 안 들거나, 최악의 경험일지라도 말입니다.

왜?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이렇게 벌어지는 이러한 삶, 세상이 꼭 필요할까요? 삶, 세상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주어진 삶이 곧 진실, 진리, 도, 깨달음, 본래면목, 본래의 나라는 방편의

말들이 가리키는 '이것' 입니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라는 말도 있죠.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삶, 세상, 사람 등 모든 것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일 뿐입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벚나무가 하나 둘씩 꽃잎을 피웁니다. 동백꽃도 활짝피거나 혹은 툭툭 꽃잎을 

떨구며 흙으로 돌아갑니다. 모든 것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 아름답습니다. 

완벽합니다. 활짝 핀 꽃 뿐만 아니라 툭 떨군 동백꽃 또한 아릅답고 완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