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혹은 미스터리 ; 모름, 알 수 없음, 경험되지 않음 - - 몽지
삶, 인생, 세상을 거칠게 말하자면 끝없는 경험의 흐름이다. 생시, 즉 깨어있을 때 우리는 수많은
온갖 색깔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생각을 경험한다. 심지어 그러한 색깔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생각을 경험한다고 여기는 자신마저 경험된다. 색깔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생각은 단지
경험되어지는 것들일 뿐 색깔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생각을 경험하는 자 즉, 주체는 경험되지
않는다.
만약 색깔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생각을 경험하는 자 즉, 경험하는 주체가 경험된다면 그 경험
의 주체는 색깔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생각을 경험하는 자가 아니다.
꿈속 세상을 깨어있는 생시 때의 세상과 비교하면 꿈속에서의 경험은 그리 선명하지는 않지만 깨어
있는 생시 때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꿈속에서의 다양한 대상뿐만 아니라 꿈속 세상의 주체, 자기 자
신 역시 경험된다.
그렇다면 꿈도 꾸지 않은 것 같은 깊은 잠 속에서는 어떤가? 잠을 자는 나를 업어가도 모르게 숙면을
취하고 잠에서 깨어난 날 잠을 자다 어젯 밤에는 꿈도 꾸지 않고 잘 잤다는 말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깨어있는 생시나 꿈속에서도 주관과 객관의 상대성, 분별의식, 분별심이 있다. 그런데 꿈도 꾸지 않은
잠 속, 주관과 객관 같은 상대적 분별의식, 분별심이 사라진 상태에서 아무 경험도 하지 않았다는 경험
을 한 것은 무엇(누구)인가?
경험의 내용물이 있다(잠에서 깸과 잠자는 동안 꾼 꿈을 안다)는 경험이나, 경험의 내용물이 없다(깊은
잠 속에서 꿈을 꾸었는지 모른다)는 경험, 이 두 경험의 동일한 바탕, 동일한 배경은 무엇인가? 그같은
두 가지 경험의 근원(根源)은 무엇인가?
여기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은 어떠한 미묘한 느낌이나 감각, 정교한 이해나 앎도 경험되는 것들이라
는 사실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잠과 꿈과 생시의 동일한 바탕, 배경이 경험의 근원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꿈 속이나 생시에 보는 자는 보고 있지만 보는 자는 보이지 않는다.
꿈 속이나 생시에 듣는 자는 듣고 있지만 듣는 자는 들리지 않는다.
꿈 속이나 생시에 냄새 맡는 자는 냄새맡고 있지만 냄새맡는 자는 냄새 맡아지지 않는다.
꿈 속이나 생시에 맛보는 자는 맛을 보고 있지만 맛을 보는 자는 맛보아지지 않는다.
꿈 속이나 생시에 감촉을 느끼는 자는 감촉을 느끼고 있지만 감촉을 느끼는 자는 느껴지지 않는다.
꿈 속이나 생시에 생각을 하는 자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생각을 하는 자가 누군지 모른다.
이 모름, 이 알 수 없음, 이 경험되지 않는 자들은 진정으로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상기시키지만 모름,
알 수 없음, 경험되지 않는 자들은 대상으로서 경험할 수 없는 존재다. 바로 이 같은 사실에 신비의 문,
가장 거대한 미스터리가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바로 '이것'이라는 신비, 진정한 자기
자신이라는 미스터리가 있다. '이것'이 무엇인가? 여기서 허공(虛空)의 뼈를 발래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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