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덕행(德行)

장백산-1 2020. 5. 2. 00:23

덕행(德行) ③


불교 · 도교 · 유교 · 기독교 모두 삼덕(三德) 개진


불교의 지비용(智悲勇)과 유교의 지인용(知仁勇) 

도교의 자검후(慈儉後)와·기독교의 신망애(信望愛) 

삼덕론(三德論), 솥의 세발같이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 인간상 정립의 덕행론


불교의 3가지 덕인 지비용(智悲勇)과 비교되는 것이 유교의 3가지 덕인 지인용(知仁勇)이다. ‘지(知)’는 ‘지(智)’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비(悲)’는 ‘인(仁)’과 상통한다고 볼 때 불교에서 말하는 삼덕(智悲勇)과 유교에서 말하는 삼덕(知仁勇)은 일치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지덕(知德) 인덕(仁德) 용덕(勇德)을 균형있게 갖춘 사람을 군자(君子)라며, 유교의 이상적 인간상으로 정형화하였다. 지인용(知仁勇)은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의 교훈(敎訓)이기도 하다.


군자라는 말은 처음에는 ‘군주의 아들’이란 의미를 가진 유위지인(有位之人), 곧 지위가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다 덕치주의를 심화해가면서 지위보다는 덕이 있는 사람, 곧 유덕지인(有德之人)을 군자로 칭하게 된다. ‘논어’에는 군자(君子)라는 말이 107회나 언급되고 있는데, 군자의 삼덕론(三德論)인 지인용(知 仁 勇)을 살펴보기로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의 도가 세 가지인데, 나는 하나도 잘하는 것이 없다.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은 현혹되지 않고,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공자왈 군자도자삼 아무능언 인자불우 지자불혹 용자불구 子曰. 君子道者三, 我無能焉. 仁者不憂, 知者不惑, 勇者不懼).” 헌문편 제30장에 나오는 이른바 군자삼도(君子三道)이다. 여기서 말하는 ‘도(道)’는 삶의 도리로서 곧 ‘덕(德)’을 말한다. 인덕-지덕-용덕의 순서로 삼덕을 설하신 것이다. 한편 자한편 제28장에서는 같은 내용을 지덕-인덕-용덕의 순서로 설하고 있다. 설한 시공간에 따라 지덕을 앞세우기도 하고 인덕을 앞세우기도 한 것이다. 지인용(知仁勇) 삼덕의 공능(功能)으로 지덕(知德)은 불혹(不惑, 미혹되지 아니함)을, 인덕(仁德)은 불우(不憂, 근심걱정하지 아니함)를, 용덕(勇德)은 불구(不懼, 두려워하지 아니함)를 제시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단혹(斷惑)을 지덕이 아닌 용덕의 공능으로 보는 점이 다르고, 지덕의 공능으로는 미혹함을 지혜로 전환하는 것으로, 비덕의 공능으로는 괴로움을 전환해서 즐거움으로 보는 점이 상이하다고 하겠다. 이렇게 공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불교가 인간의 고(苦)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고(苦)를 해탈하기 위해서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허망한 분별 망상 번뇌를 멈추고 쉬게하여 나가는 수행관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유교는 다만 인간의 본성(本性)을 인식하면서 진실하고자 함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불교와 유교의 삼덕(三德)이란 용어 대신 노자는 삼보(三寶)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세 가지 보배로운 덕행이란 의미이다. ‘도덕경’ 제67장에는 자검후(慈儉後) 삼덕이 설해져 있다. 이를 도교의 삼덕이라 할 수 있다. 자애로움 검소함 앞서지 않음을 말한다. 검소함과 앞서지 않음은 노자 특유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철학이 덕목으로 표현된 것이다. 노자는 자애롭기에 용기를 낼 수 있고, 검소하기에 널리 나눌 수 있으며, 남보다 앞서지 않기에 큰 리더가 된다고 노자 삼덕의 공능을 밝힌다. 말하자면 능용(能勇)과 능광(能廣)과 능성(能成)이다. 


경문을 보자. “나는 세 가지 보배(三寶)를 가지고 있는데, 삼보(三寶)를 지니고 보존해 나간다. 첫째는 자애로움(慈)이고, 둘째는 검소함(儉)이며, 셋째는 감히 모든 사람들을 앞서지 않음(後)이다. 자애롭기에 능히 용기를 낼 수 있고, 검소하기에 능히 널리 베풀 수 있으며, 감히 모든 사람들을 앞서지 않기에 능히 큰 리더가 된다(아유삼보 지이보지 일왈자 이왈검 삼왈불감위천하선 자고능용 검고능광 불감위천하선고능성기장 我有三寶, 持而保之. 一曰慈, 二曰儉, 三曰不敢爲天下先. 慈故能勇, 儉故能廣, 不敢爲天下先故能成器長).”


이렇게 본다면 앞에서 언급한 기독교를 포함해서 사가(四家 :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는 한결같이 삼덕론(三德論)을 개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불교의 지비용(智悲勇)과 유교의 지인용(知仁勇), 도교의 자검후(慈儉後)와 기독교의 신망애(信望愛)가 그것이다.


4종류의 종교에서 말하는 삼덕론에서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하나는 인류의 높고 보편적인 가르침에서 하나같이 삼덕론을 설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의 유사점과 상이점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에서 하나같이 삼덕론을 설하는 까닭은 동양에서는 우주와 세계의 기본요소인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와 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는 시처인(時處人) 삼원(三元)의 관념이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신과 자신과 이웃을 삼관(三關)으로 본다. 신을 전제로 내세운 일신교(一神敎)의 전통이라 하겠다. 삼덕론은 기본적으로 솥을 거는 세 다리 같이 절대균형을 이루는 정립(鼎立)의 덕행론이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35호 / 2020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