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아무 일도 없는 자리

장백산-1 2020. 6. 30. 23:52

아무 일도 없는 자리  - - 법상스님

모든 사람들에겐 즐거운 일도 있고 괴로운 일도 있다. 현실세상의 어떤 부분은 즐겁고 어떤 부분은 
괴롭다. 어떤 사람은 싫고 어떤 사람은 좋다. 괴로운 일을 생각거나, 싫은 사람을 생각할 때는 갑자기 
힘들고 괴롭고 싫은 마음이 올라온다. 행복한 일을 떠올리거나, 좋은 사람을 생각할 때는 갑자기 
행복해지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올라온다.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행복과 불행, 좋은 것과 싫은 것, 좋은 사람과 싫은 사람 등 분별하는 것을 
반복해서 생각함으로 인해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가, '괴로운 사람'이 되는 게임을 반복하며 산다.

그런데 분별하는 생각이라는 이 게임의 특징은 반드시 '생각'을 해야만 그런 불행거나 행복한 마음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을 때라도, 잠깐 행복한 상상을 하면 금방 행복해 지기도 
한다. 이처럼 분별을 하는 생각이 일어날 때만 우리는 그 즐겁고 괴로운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나 '생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모든 행복과 불행이 일어나기 이전의 
아무 일도 없는 상태에 가 닿을 수 있다. 사실 이 세상 모든 것들, 우리의 근원에서는 언제나 아무 
일도 없지만, 분별을 하는 생각이 온갖 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일 뿐이다.

행복한 마음(생각)과 불행한 마음(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거기는 평화롭다. 거기는 고요하다. 그런데 문득, 한 생각이 일어나면서 
괴롭다는 환상 즐겁다는 환상, 행복하다는 환상 불행하다는 환상 등의 분별심에 빠져드는 것뿐이다.

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이라는 근원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보라. 한 생각이 일어나 나를 휩쓸더라도, 
이 생각은 진짜가 아님을 문득 떠올려 보라. 생각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 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생각이 
나를 휩쓸 때, 그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생각이 없는 텅~빈 배경의 자리로 나앉아 보라.
그러면 곧장 아무 일이 없어진다.

왜 그럴까?
생각은 진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은 내가 생각할 때만 잠깐 작동하는 허상이고 가짜이기 때문이다.
생각에 속지만 않는다면, 언제나 생각 이전의 근원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 근원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언제나 여여한 자리, 아무 일도 없는 자리, 지고의 평화에 곧장 다달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