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어느 것에도 막힘이 없는 자유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 여기에 있다. - - 몽지
지금 경험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이 마음을 벗어나지 않았다. 현실세상이 그렇다.
그런데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나와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순식간에 분별심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몸과 마음에 밴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작동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스스로를 보다 보면 이전에 따로 있다고 여겼던 여러 가지 것들이 그 모습 그대로
텅~빈 마음의 빛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은 빛깔, 형태, 냄새, 맛, 감촉, 생각, 감정,
느낌, 욕구, 욕망,의지, 의도, 인식 과정 등이 어우러져 따로 있는 것처럼 드러나고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내가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며, 피부로 촉감을 감지하고, 머리로
생각하며, 마음에서 느낀다고 분별한다. 그러나 이런 분별현상이 일어나는 순간에는 분리나 분별이
없다. 경험 자체에는 아무런 분별 분리가 없다. 그런데 이 경험을 두고 뒤에 일어난 생각이 분리된
것으로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경험에 대해 거의 자동화되어 일어나는 생각에 사로잡혀 모든 것들이 분리되어 따로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책상을 탁 치는 순간 나와 책상과 소리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 뒤에 일어나는 생각은 내가 책상을 쳐서 소리가 났다고 정리한다. 사람들은 전자의 직면한
체험 대신 뒤에 일어난 생각을 취하면서 나와 책상과 소리를 분리시킨다. 이것이 분별심(分別心)이다.
경험에 대한 분별적 해석, 즉 분별심에 사로잡혀 분리에 떨어지는 것이다. 문득 모든 것이 이 마음
하나뿐이라는 체험이 일어나더라도 분리감이 금방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몸에
밴 습관이 순식간에 발동하고 있기 때문에 분별에 물들지 않는 이 텅~빈 마음, 일어나는 생각, 느낌,
감정, 감각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 텅~빈 마음, 어떤 분별에도 물들지 않는 여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따로 분리되어 있다고
여겼던 것들이 미세한 분리의식, 분별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예외로 느껴졌던 것들이
하나 둘 이 일이라는 자각이 일어난다. 좋고 싫은 일, 옳고 그른 일, 즐겁고 슬픈 일 등 현상에 대한
분별심 분리감 차별심이 사라진다.
처음에는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은 것부터 차별이 사라진다. 내가 크게 집착하지 않는 것들은
저절로 차별성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나와 깊이 인연을 맺고 있거나 내가 크게 집착하는
대상들에 대한 분별심 분리감 차별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먼 인연들은 무심하게 보게 되지만
가족이나 생계를 좌우하는 같은 직장의 사람들, 살아오면서 깊이 집착했던 대상들의 존재감은 오래
도록 남는다. 뿌리 깊이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따로따로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다. 물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을 텅~빈 바탕자리,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집중해서 분별없음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것들은 익숙한 습관이 만들에
낸 실체가 없는 존재감이지 진실로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대상과의 차별심이 사라지고 나서도 주객(主客)의 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분별심의 핵인 주객
관의식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분별심이다. 나와 세상의 분리감, 마음과 경계의 분리감, 본질과 현상의
분리감, 모양 없음과 모양 있음의 분리감이 모두 미세한 분별의식 분별심이 작동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한 생각 일어나지 않으면 이런 것이 분리될 수 없는데 순식간에 일어난 미세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현상의 차별성이 사라져 걸림이 없어지고 현상과 본질, 나와 세계의 차별성이 망상임을 보아 걸림이
없어지면 온 세상이 있는 그대로 텅~비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나도 현상이자 모든 것과 더불어
본질임을 깨닫게 된다. 산하대지, 사람과 사물, 정신세계의 모든 현상이 텅 빈 본질이자 차별 현상
그대로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가 그동안 내가 살아온 세계이고 지금의 세계이고 앞으로 펼쳐질
세계라는 것을 훤히 보게 된다.
현상세계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일어난 실체가 없고 사라져도 사라진 실체가 없다는 것을
보게 된다. 모든 것이 이 텅 빈 마음의 속성의 표현임을 보게 된다. 그렇더라도 한 개인의 나로서 삶은
끝나지 않는데,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이 세상의 본 모습을 꿰뚫어보는 지혜가 열렸기 때문에
자유 속에서 살게 된다. 모든 것이 하나인 자리에 발을 딛고 온갖 차별 분별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생생한 깨어있음, 걸림 없는 자유, 모든 것의 정체를 훤히 아는 지혜가 갖추어진 삶을 살게 된다. 물론
삶 인생 세상이라는 것도 있기는 있는 것 같으나 본래 자취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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