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중심(中心)이 나를 이끌도록 하라.

내 안의 중심(中心)이 나를 이끌도록 하라.


수행자는 긴 세월 동안 욕을 먹어도 성내지 않으며, 긴 세월 동안 칭찬을 들어도 기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내뱉는 말은 아주 잠깐동안 일어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번개,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꿈, 메아리와 같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대지도론]

사람들에게 욕을 먹든지 칭찬을 받든지 흔들림이 없이 한결같은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라. 욕을 먹더라도 성내지 말며, 칭찬을 듣더라도 우쭐거리지 말고 항상 내 마음에 중심(中心)을 잡아 흔들림 없고 방황하지 말아야 한다.
[숫타니파타]

점을 보는 일이나, 해몽, 관상 보는 일을 완전히 버리고, 길흉화복(吉凶禍福 ; 좋은 일 나쁜 일, 불행한 일 행복한 일)을 판단하는 것을 버린 수행자는 세상에서 바르게 살아갈 것이다. 좋아함 싫어함의 분별을 버리고 아무것에도 집착하거나 매이지 않고 온갖 구속과 속박에서 벗어난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살 것이다.
[숫타니파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말을 보면 그 말이 얼마나 공허(空虛)한가. 누가 조금 자기 마음에 들면 그를 금방 칭찬하고 조금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방 그 사람을 욕을 하고 성을 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말에 얼마나 많이 휘둘리는가. 우리 마음에 당당한 자기중심(自己中心)을 세울 수 있다면 꿈같고 메아리 같은 공허한 말장난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다. 수행자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에게 욕하더라도 크게 휘둘리거나 성내지 않고, 모든 사람이 나를 칭찬하더라도 크게 우쭐해지거나 교만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남이 하는 말에 휘둘리고 성내는 이유는 남들이 나에 대해 평가해 주는 말들을 ‘나’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해 밝게 깨달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그 평가하는 말을 자신이라고 규정짓곤 한다.

나에 대한 남들의 평가가 좋으면 나는 좋은 사람으로 규정되는 것이고, 나에 대한 남들의 평가가 나쁘면 나는 나쁜 사람으로 규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니까 남들이 나에 대해 하는 말을 기준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려 하는 것이다. 나에 대해 남이 대신 판단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내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공부하는 수행자는 잘 되었다 못 되었다는 분별, 좋다 싫다는 분별, 옳다 그르다는 분별, 맞다 틀리다고 하는 분별부터 쉬어야 한다. 그냥 그냥 이 세상을 굳게 믿고 마음 턱 놓고 살면 잘 사는 것이다. 잘 살고 못 살고를 분별하고 나누어서 잘 사는 쪽을 선택한 것이 잘 사는게 아니라 그냥 잘 살고 못 살고 그 양쪽을 넘어서서 잘 사는 것이란 말이다. 길흉화복의 판단을 던저버린 수행자으 길 이 얼마나 거침없는 툭 트여진 훤한 길인가.

마음공부를 하는 수행자는 내 앞에 펼쳐지는 그 어떤 경계도 그 경계가 좋다  싫다, 잘 되고 다 잘 안 되고 있다, 좋은 일이다 나쁜 일이다, 불행한 일이다 행복한 일이다 등의 모든 분별(分別)들을 그냥 다 놓아 버리고 거침없이, 걸림 없이 갈 수 있어야 한다. 좋고 싫음의 분별(分別)이 없으면 아무것에도 집착하거나 얽매일 필요가 없고 온갖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길흉화복이라는 판단을 다 놓아버리면 그냥 다 잘 되고 있는 일인 것을, 굳이 좋다 나쁘다 자꾸 분별을 해서 머리를 굴리니까 잘 되는 일이 틀어지고 '내식'대로 짜맞춰지고 만다.

그렇게 하는 그게 내 딴에는 잘 하려고 그러는 거지만 사실은 머리는 굴리면 굴릴수록, 분별하고 취사선택하면 할수록, 옳다 그르다 나눠 놓고 옳은 것만 택하려 하면 할수록, 올바르게 사는 것과는 자꾸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자기 중심이 자꾸 흔들리고, 내 중심 내가 굳게 믿지 못하고 그 중심자리에 나를 맡기질 못하니까 내가 나를 이끌어 가질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자꾸 바깥으로 찾아 나선다. 점을 보고 해몽이나 관상을 보려고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에게 물음으로써 내가 누구인지 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이같은 스스로에 대한 물음 이것이 바로 화두다. 내가 누군인지 분명히 알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밖으로 끄달리는 일체의 분별, 망상, 번뇌, 집착을 다 내려놓고 내 안의 중심(中心)이 나를 이끌고 가도록 하라. 내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한 자기중심(自己中心)을 잡고 나답게 나만의 삶(인생, 세상)을 살 수 있어야 한다. 

- 2008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