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고요해지면 환히 드러난다. / 가득 찬 깡통은 조용하다.

장백산-1 2021. 3. 26. 15:21

고요해지면 환히 드러난다. / 가득 찬 것은 조용하다.


사람들의 마음은 온갖 분별 번뇌 망상으로 오몀되어 있어 마음은 마치 파도치는 물결과 같다. 파도치는 물결이 출렁일 때는 물결에 비치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모습도 출렁이고 왜곡되어 얼굴이나 모습이 제대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물결이 잠잠해지고 고요해지면 얼굴이나 모습도 제 모습을 드러낸다. 연못이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맑으면 물밑까지 훤히 보이는 것처럼...  [화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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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은 한 순간도 고요하고 잔잔하지 못하고 분별 번뇌 망상으로 물들어 오염되어있다. 마음은 늘 파도치는 물결처럼 이리 출렁이고 저리 출렁인다.물결이 출렁일 때는 모든 것이 따라서 출렁이고 왜곡되어 보이듯이 마음이 고요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세상을 왜곡하여 보게 된다. 고요히 맑고도 텅 빈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왜곡되게 보면 왜곡된 견해가 생기고 그 왜곡된 견해에서 왜곡된 판단과 오해와 다툼이 생기며 거기에서 모든 괴로움(고통)이 시작된다.

그러나 마음이 고요하고 적정할 때, 마음이 바람 한점 없는 잔잔한 호수와 같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선정에 머물 때, 그 때 비로소 마음 속 바닥까지 투명하게 훤히 볼 수 있는 진실한 지혜(智慧)가 생기고, 이 세상을 왜곡(倭曲) 없이 있는 그대로 올바로 볼 수 있는 올바른 견해, 즉 정견(正見)의 시야가 열린다.

올바로 보았을 때 올바른 견해가 생기고, 올바른 견해가 생겼을 때 올바른 이해가 생기며, 올바른 이해가 생겼을 때 사랑이 생겨난다. 또한 대상과 다투지 않고 상대를 왜곡하지 않으며 상대를 상대의 입장에서 온전히 이해해 주는 따뜻한 관점이 열린다. 그런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 마음 안에 어떤 치우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포용하고 분별없이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열린 가슴이 필요하다. 텅~비어있고 열려있는 마음자세야말로 온전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왜곡이 없는 필터 역할을하게  된다.

마음이 항상 시비하고 분별하고 움직이며 정신없이 오고 갈 때 지혜지혜(智慧)는 생기지 않는다. 마음이 텅~비고 고요하고 맑으면 이 세상의 모든 이치(理致)가 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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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깡통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찬 깡통은 조용하다. 어리석은 자는 반쯤 채운 물항아리와 같이 출렁거리며 쉽게  흔들리지만, 지혜로운 자는 물이 가득 찬 연못과 같이 평화롭고 고요하다.  [숫타니파타]


물이 주는 교훈을 배워라. 울퉁불퉁한 계곡과 협곡에서 시냇물과 폭포는 큰 소리를 내지만, 거대한 깊은 강은 소리없이 조용히 흐른다. 빈 병은 소리가 요란하지만 가득 차있는 병은 마구 흔들어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바보는 덜그럭 거리는 냄비와 같고, 현자는 고요하고 깊은 연못과 같다.  [숫타니파타]


가득 찬 병은 소리를 내지 않듯, 내면의 뜰이 꽉 찬 사람은 침묵한다. 부족한 사람일수록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애를 쓰고 말을 많이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애써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고 다만 행동으로 보여준다. 속이 꽉 찬 사람은 자신 스스로도 이미 충만하기 때문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남에게 잘 보이려 애쓸 것도 없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행동하지도 않으며, 말로써 자신을 포장하려 들지도 않는다. 속이 꽉 찬 사람 그에게 침묵은 그 어떤 말보다도 우렁찬 사자후다.

말이 많은 사람은 좀처럼 믿음이 가지 않는다. 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고자 애쓴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대로 자신의 못난 속내를 비추어 줄 뿐이다. 오죽 자신이 없으면 말로써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고 애쓰겠는가. 반대로 속이 꽉 찬 사람은 말이 필요 없으며 다만 삶으로써 보여준다. 말이 없는 사람은 묵묵한 침묵 가운데에서 자신의 빛을 한없이 드러내고 있는 사람이다. 얕은 시내는 큰 소리를 내지만, 거대한 강은 소리없이 조용히 흐르듯 마음이 깊고 넓은 이는 말이 없다. 마음의 깊이가 좁고 얕은 사람일수록 말로써 자신을 드러내려 애를 쓴다.

더욱이 말은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도구다. 어떤 말을 했을 때 그 말은 사람에 따라 제각각 수도 없이 많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렇기에 말에는 허물이 따르고, 아무리 의도가 좋은 말일지라도 그 말에 허물의 가능성이 언제나 내포되어 있다. 

-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