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시작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
75세 윤여정 배우의 수상 소감, 겸손하지만 당당한 영어 표현, 아집 가져서는 성장 기회 없어
75세의 배우 윤여정씨가 영화 ‘미나리’로 2021년4월26일(미국 현지시간 25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작년에 영화 ‘기생충’과 가수 방탄소년단의 활약에 이어서 빛나는 소식입니다. 예전에는 스포츠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문화와 사회적인 다양한 면에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놀랍습니다. 세계의 시선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보기도 합니다.
특히 윤여정씨의 인터뷰를 보면, 스스로 ‘영어를 잘 못한다’며 실수를 걱정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영어를 사용합니다. 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답합니다. 개인의 견해를 솔직하게 말하는데, 비난이 아니라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도 놀랍습니다. 나이 듦을 자랑하지도 않지만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부족한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겸손함도 갖추고 있지요. 그의 말속에는 모두를 하나로 보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情), 상대를 품어주는 따뜻한 배려심(配慮心)이 타인에 대한 경계심과 배타심을 무너뜨립니다.
‘법구경’ 도장품(刀杖品)에 ‘사람을 해치거나, 애써 이기려고 하지 않으며, 천하의 모든 것을 자애롭게 대하면, 가는 곳마다 원망하는 사람이 없다’라고 했으니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인연(因緣)을 통해 배워나갑니다. 학업, 일, 사회적 관계, 삶의 지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연(因緣)이 나를 성장시킵니다.
남을 가르친다는 스승의 자리에 있을 때조차도 오히려 자신이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렇게 배움은 평생 동안 우리를 성장시킬 겁니다. 배움은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할 때 가능합니다.
공자(公子)의 제자 자로(子路)는 무장(武將)의 기질이 있어 성격이 거칠고 힘쓰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잘난 체하며 거만했고 고집도 셌지요. 공자를 만나기 전에는 수탉 깃털로 된 모자를 쓰고 수퇘지 가죽으로 된 허리띠를 차고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자로는 공자가 그저 공부만 하는 샌님인줄 알고 쳐들어갔다가, 도리어 공자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자로는 스승인 공자를 절대적인 믿음과 공경으로 따랐습니다. 마침내 공자의 제자 십철(十哲)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자로(子路)는 공자의 입장에서는 언제 어떻게 사고 칠지 모르는 불같은 제자인 동시에 매우 아끼는 존재였습니다. 어느 날 공자는 자로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는 말을 하며 그의 삶을 바꿀 큰 가르침을 줍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만이 상대에게 배울 기회가 생깁니다. 자만심과 자기가 옳다는 아집을 가진 이에게 성장할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공부를 할 때나 법문을 들을 때 두 가지 금기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현애상(懸崖想)과 관문상(慣聞想)을 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현애상은 너무 어렵다고 여겨 공부하기를 포기하는 마음이고, 관문상은 아는 것이라고 소홀히 여겨 배우지 않는 마음을 말합니다.
어느 거사님에게 불교대학의 강의 듣기를 권했더니, 기초교리는 예전에 배운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경전반 강의를 권하니,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잘 안되고, 들어도 잊어버리기 때문에 경전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다시 배우는 것이고, 어렵고 이해가 안되니까 누군가로부터 배웁니다.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경전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이 모순을 본인 스스로도 모르니, 그에게 배움의 기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명확히 알고, 배움을 통해 더 나은 나로 성장하는 것은 75세여도 가능하고, 태어나면서부터 성품이 거칠고 무지해도 가능한 것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서 겸손하게 배워가는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만이 결국 최고의 자리, 성인의 자리에 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85호 / 2021년 5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삶의 향기 메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 여기에 피었구나! (0) | 2021.05.12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0) | 2021.05.11 |
인생수업 (0) | 2021.05.10 |
이렇게 멀쩡히 있는 내가 있는데 왜 내가 없다고 하느냐. (0) | 2021.05.09 |
말이 씨가 된다 (0) | 2021.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