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부음을 접하는 날은 내가 죽어보는 날

장백산-1 2021. 5. 18. 13:24

부음을 접하는 날은 내가 죽어보는 날   - - 조오현

 

​부음을 받는 날은 내가 죽어보는 날이다.

널 하나 짜서 그 속에 들어가

눈을 감고 죽은 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이날 평생 걸어왔던 그 길을 돌아보고

그 길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
그 길에서 헤어졌던 그 많은 사람


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나에게 꽃을 던지는 사람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는 사람

​아직도 내 마음을 붙잡고 있는 사람

 

그 많은 얼굴들을 바라보다가

​화장장 아궁이와 푸른 연길,
뼛가루도 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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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오현 스님은 팔만대장경을 간추려 "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지말라", "사람차별 하지 마라"고 말씀했다.
세상이 돈을 최고로 대접하고, 돈이 인격도 대신하는 세상이지만, 결국엔 사람이 기본이다. 결코 돈으로
대신할 수 없는 많은 소중한 것과 사람사는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존재들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연기(緣起)의 세상에서는 내가 행복하게 존재하려면 남이 행복하게 존재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누구나 예외없이 찰나지간의 인생무대가 막을 내리면 결국엔 한줌의 재로,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인생무대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을 연기하는 동안에는 '나'는 '우주(宇宙) 그 자체(自體)다.

 

慧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