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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病)이 나서 아플 때 하는 마음공부

장백산-1 2022. 7. 3. 15:02

병(病)이 나서 아플 때 하는 마음공부


병(病0이 나서 아픔을 느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그 병이 낫기만을 간절히 원합니다. 병원, 의사, 약 등 병이 나을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찾아나서지요. 병에 좋다는 모든 약들도 다 먹어보고, 치료도 받아보고, 이 방법 저 방법 다 해 보았는데도 병이 낫지 않을 때면 절망을 하게 됩니다. 이같은 마음 상태가 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절에 찾아와 스님께 하소연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당연히 절에 계시는 스님들은 당염히 의사나 치유사가 아니다보니, 병에 대한 치료법을 알려드리는 것이 아니라, 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병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말씀해 드리곤 합니다. 쉽게 말하면, 병이 걸렸을 때 하는 마음공부라고도 할 수 있고, 치유명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솔깃한 마음으로, 마음공부를 하면 병도 나을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스님이 말씀하시는 치유명상에 귀를 기울이겠지요. 그런데 어쩌면 좀 힘이 빠지고 어이없게도, 스님들이 말씀해 주시는 치유명상이 너무 황당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치유명산 하는 방법이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과연 그 방법이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마음공부, 치유명상에, 근원과의 연결이랄까, 자연 그대로의 본연의 완전함과의 연결이 있습니다. 가장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이 무위(無爲)의 마음공부야말로, 가장 강력한 자연치유의 힘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방법 아닌 방법, 자연 그대로의 방법, 너무도 쉬워서 어려운 것 같은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요?

그 방법은 병이 나를 찾아왔을 때, 그 병으로 온전히 아파해 주라는 것입니다. 나를 찾아온 그 병을 있는 그대로 허용해주고, 받아들여 주며, 그 병과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병에 대해 이런 저런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생각을 하지 말고, 그저 그 병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치유명상이며, 병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한 명상법입니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병이 나서 아파 고생하는 사람들은 병으로 아파하는 시간을 갖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병에서 나아야겠다는 생각만 하느라, 나를 찾아 온 병과 함께 있어주기는커녕 그 병을 거부하는 것이지요. 병을 허용해주고, 병을 사랑해주며, 병을 있는 그대로 경험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병을 거부하고, 미워하며, 몰아낼 궁리만 하고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병은 인연 따라 나에게 찾아온 것입니다. 진리로써 내게 찾아온 것이지요. 어떻게 그 사실을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내가 아프기 때문에 알 수 있습니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현실이 진실입니다. 삶으로 주어지는 현실은 언제나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보내줍니다. 삶 자체가 무한한 자비와 사랑의 장(場)이며, 현재가 실재이고, 지금 여기가 곧 부처이고, 이 순간 이 자리가 본연의 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병이 우리를 찾아오는 이유는 우리가 아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병이 찾아오는 그 순간 그 아픔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병이 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병과 함께 있어주고, 병과 함께 아파해 주는 것입니다. 내게 찾아온 병 속으로 뛰어들어 마음껏 아파해 주는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병을 충분히 받아들여 아파해 주면, 아파해 주었기 때문에, 머지않아 그 병은 떠나갑니다.

그런데 병이 생겼는데도 아파해주지 않고 아픔을 거부하게 되면, 아픔이 흡수될 때까지 계속해서 아픔이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병이 더 오랜 시간 계속되는 것이지요. 병과 그에 따른 아픔이 나를 찾아온 이유는 그 병과 아픔이 경험되는 것을 통해서 그 병과 아픔이 해소되기 위함입니다. 모든 괴로움들은 그 괴로움에서 풀려나기 위해 찾아오는 것입니다. 업장(業障)이 소멸(消滅)되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아픔은 아픔으로 경험되기 위해 찾아왔기 때문에, 그 아픔을 충분히 받아들여 경험해주면 머지않아 아픔은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에 쉽게 떠나갑니다.

다만, 그렇게 병과 함께 있어주되, 빨리 나아야 한다거나, 더 악화되면 어쩌나 하고 근심 걱정하거나 고민하거나, 그런 모든 생각들은 전부가 다 허망한 허상임을 알아서, 그 병에 대해 그 어떤 생각, 판단, 해석, 고민을 하지 않고, 그런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그저 완전히 근원에 내맡겨 버리는 것입니다. 병과 함께 있어주되, 결과는 완전히 내맡겨 버리는 것이지요. 어디에 내맡길까요? 병이 나온 바로 그 자리에 턱 내맡기는 것입니다. 병이 어디 어느 자리에서 나왔을까요?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본연의 나 자신의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니 나의 근원, 병이 나온 자리, 그 내면의 참된 자성(自性)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이제부터는 마음 편하게 즐겁게 삶을 즐기고 누리면서 살기만 하면 됩니다.

병이 있다는 생각, 병으로 고생한다는 생각, 병이 더 커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그런 모든 생각들이 없다면 당신은 더욱 행복하고 평화로울 것입니다. 그런 깨끗한 마음일 때 병도 아픔도 더 빨리 사라져가게 될 것은 분명하겠지요. 병으로 한 번 아프고, 병에 대한 생각으로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아파할 필요는 없습니다. 첫 번째 화살인 병은 왔더라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음공부를 통해 병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병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결과는 완전히 내맡기며 산다면 병은 훨씬 빠르게 우리를 지나쳐 가게 될 것입니다.

삶이란 이토록 단순합니다. 현재란 언제나 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현재를 있는 그대로 경험해주고, 받아들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치유이며, 명상입니다. 그렇다고 이 말이 병원도 가지 말고 약도 먹지 말라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받으면서도, 병을 대하는 마음자세랄까요, 병이 찾아 온 그 현재를 다루는 방법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사실은 병을 치료(治療)를 하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더 근원적인 치유법입니다. 만법유식(萬法唯識), 삼계유심(三界唯心),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는 말처럼, 사실 물질세계의 문제나 육신의 모든 문제 또한 그 문제들 근원에서는 마음이 다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몸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공부하는 것이 더 근원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음공부의 방법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해야할 것도 없지만, 가장 강력합니다.

사실 참된 치유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치유는 가장 자연스러워지는 것이고, 지금 여기 이대로의 현재라는 가장 강력한, 모든 것이 완전한 지금 여기 이 시공간과 만나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석가모니의 무위법(無爲法)이야말로 참된 진실이라고 하셨듯이, 무위(無爲)란 곧 함이 없이 행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무위의 실천이 곧 모든 것을 애써서 다 행하는 것 그 이상의 참된 실천행이 깃들어 있습니다. 언제나 삶은 단순합니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바로 그것을 있는 그대로 경험해 주는 것이 모든 삶의 해결책입니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삶을 피해 다니고, 거부하려 하기 보다는,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경험해 주고, 살아주고, 느껴주고, 직면해 주세요. 삶이 제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부처이며, 여러분에게 주어진 삶이 진리이기 때문에, 여러분 안에 바로 모든 답은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그대로의 당신 삶에 접속하기만 하면 그 모든 가능성과 힘과 지혜와 모든 답이 충분히 우러나오게 될 것입니다. 


2019.05.23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