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시간(時間)이라는 것이 있다고 여기는 환상(幻想)

장백산-1 2022. 11. 8. 15:00

시간(時間)이라는 것이 있다고 여기는 환상(幻想)


시간이라는 개념(관념)은 실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은 시비하고 분별하고 비교하고 판단하고 해석을 하는, 즉 망상(妄想)을 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조작해낸 엄청난 환상입니다.

기억 속에 있는 과거는 실재하는 진짜 과거가 아니라, 다만 기억 속에서만 허상(虛想)으로 있는 환상일 뿐입니다. 생각 속에만 있을 뿐, 실재로는 없습니다. 정말이지 않나요? 과거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습니다. 무론 과거를 살아본 적도 없습니다. 살던 그 때는 언제나 지금 여기 현재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과거는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도와줍니다. 과거는 나에 대한 정체성을 선물해 주지요. 이 정체성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가 실제로 있다고 믿고, 과거에 있었던 나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 경험의 조각들, 의식의 파편들을 모아서 나에 대한 정체성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과거가 허망하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진 나라는 정체성 또한 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정체성을 지닌 '나'라는 실체는 없습니다.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이 나라는 헛된 정체성을 주는 것처럼 시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추구의 성취를 사람들에게 약속합니다. 그러나 그 또한 생각에 불과할 뿐,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성취하는 그런 실재는 없습니다.

오로지 진짜로 있는 것은, 환상에 불과할 분인 생각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의 이것일 뿐입니다.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만이 진실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생각으로 해석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곧 팔정도(八正道)에서 말하는 정견(正見)입니다.

이 세상을 정견으로 보면, 세상은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일 뿐입니다. 이 세상에는 아무 일도 없고, 좋거나 나쁜 분별도 없고, 나라는 정체성도 없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희망도 없고,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이것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생각이라는 환상에 속지 마세요. 생각이라는 환상인 과거나 미래에 속지 마세요. 생각이라는 환상도 아니고, 과거나 미래라는 환상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의 진실에 서 있으십시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도 이 말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

시간이라는 환상 속에 빠져 있는 한 당신은 진실과 멀어져 있다. 과거를 떠올리거나, 미래를 추구하거나, 혹은 생각이라는 환상 속에 빠져 있는 한 당신은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의 삶이 아닌, 시간과 생각이라는 환상이 만들어 낸 거짓된 삶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일 뿐이다.

가장 중요하고 명심해야 할 것은 '시간'도 환상이고, 과거도 미래도 환상이며, 생각도 환상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자각한 뒤에는, 그 허망한 환상에 머물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진실에 머무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다. 끊임없이 생각이라는 환상은 온갖 이야기를 펼쳐낼 것이며, 생각은 과거나 미래로 떠나는 여행을 좀처럼 멈추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다 상관 없다. 중요한 점은,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생각이 허망하다는 자각을 한 뒤에, 필요에 따라 잠깐씩 그 생각의 여행을 써먹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진실만 놓치지 말라. 과거나 미래, 생각은 허상이며, 참된 실상, 참된 진실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점. 이 사실을 자각하면, 당신은 점점 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생각하는 시간이 아닌, 잠시 생각을 멈추고,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이 아무것도 아닌, 아무 느낌 없는 존재의 자각으로 자주 돌아오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만이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만이 존재이며,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만이 전부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빼고 그 어떤 것이 진실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삶이란 아주 단순하다. 자주 자주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진실과 함께하라. 더 자주 거짓을 확인하고, 진실과 친밀해지라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진실에 존재하라. 그렇게 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이렇게 있기만 하면 되니까. 그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이렇게 이대로 존재해 주면 된다. 바람이 피부에 와 닿는 느낌과 함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깨어있으라. 어떤 소리든 그 소리의 내용물에는 집착하지 않고, 그저 그 소리를 판단없이 있는 그대로 들으며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이것과 함께 그저 가만히 있어주면 된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진실로 자주 여행을 오라. 아니 사실은 지금 이 자리에 멈춰 서서, 가끔씩 필요할 때만 생각으로의 여행,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을 의식적으로 잠깐씩 다녀오기만 하면 된다. 다만 과거나 미래에, 생각 속에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그것을 믿지 않고 그것에 속지 않으면 된다. 그것이 환상임을 깨달으면 된다. 

2020.04.26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