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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하지 말고, 단지 순수하게 선호하라

장백산-1 2023. 6. 16. 17:46

집착하지 말고, 단지 순수하게 선호하라


집착을 하는 대상을 손에 넣었을 때 행복하다는 마음은 착각에 불과하다. 욕망이 충족된 순간의 기쁨은 단순한 쾌락이라고 할수 있다. 욕망이 충족된 순간의 기쁨은 영원하지 않다.

집착심의 크기는 집착하는 대상을 충족하는 능력보다 항상 더 크고 빠르게 커진다. 욕망을 아무리 빠르게 쟁취해 내더라도 그것을 쟁취한 순간, 집착심은 쟁취한 그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렇기에 불교에서는 무집착의 덕목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 내가 원하는 대상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착하지 않고, 애착하지 않게 되면 자칫 실속이 없는 방만한 삶을 살게 되거나, 나태하고 게으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 자칫 무기력한 사람으로 여겨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생각이야말로 무집착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다.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에너지가 바닥 친 그런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집착심이 없을 때 집착심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사심없이, 순수한 동기와 선호를 가지게 된다. 집착심 없이 순수하게 선호하는 일을 하게 될 때 오히려 그 일에는 개인적 아상과 욕망이 배제되기 때문에 사사로운 ‘나’를 넘어선 우주적인 힘과 에너지가 깃들게 된다.

늘 과도하게 욕망하고 집착하면 ‘잘 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집착심으로 인해 일을 그르치기 쉽다. 큰 집착을 가지게 되면 그 이면에 ‘안 이루어지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함께 커지기 때문에 오히려 과도한 집착심은 일을 그르치는 힘으로 작용하기 쉽다.

과도하게 집착하는 대신 단순히 순수하게 선호할 수 있다. 욕망하지 않고 그저 순수한 동기로 원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금강경의 핵심 실천의 가르침인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즉,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핵심이다.

행하되 행한 바 없는 무위의 삶이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이다. 결과에 대한 집착 없이 매 순간 그저 순수하게 선호한 것을 행해 보라. 선호는 단순히 원할 뿐 집착이 없는 순수한 동기다. 집착이 없다고 선호하는 것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호는 결과에 대한 집착이나 두려움이 없기에 오히려 집착심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다.

과도하게 집착하는 마음은 '안 이루어지면 어쩌지'하는 두려움을 동반하기에 '두려워하는 마음이 지속된다'는 법칙에 따라 오히려 집착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결과로 나타나기 쉽다. 한 쪽에서는 얻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얻지 못하는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집착심에는 힘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함으로써 분산되기 쉽다. 동시에 서로 다른 두 가지 힘이 싸우게 되니 우주법계에서는 어느 한 쪽으로 힘을 실어 줘야 할 지를 모르게 된다. 그러나 순수한 선호는 집착심도 없고 두려움도 없기 때문에 거기에 의도한 바 대로 이루어지는 우주적인 힘이 붙는다.

순수한 선호는 오직 한 방향으로 힘이 집중된다.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없이, 즉 반대로 이루어지는 힘 없이 그저 원하는 것을 선호하는 에너지 쪽으로만 힘이 집중되는 것이다. 바로 그 때, 되도 좋고 안 되도 좋다. 그렇기에 마음 가는 대로 그 무엇이든 가볍게 흔적없이 저지르게 된다. 물론 결과에 대한 집착심이 없기 때문에 행위하는 그 자체로써 이미 충분할 뿐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무위의 행이 한바탕 축제와 같이 매 순간 이어진다. 거기에 어찌 힘이 붙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에 얽매인 일체 모든 분별심을 놓아버리고, 오직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자리'에 100% 에너지를 쏟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집착하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지금 이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행동에 옮기지 못합니다. 이것을 하면 나에게 도움이 될까? 나를 잘 봐 줄까? 이것을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집착심이 있으면 끊임없이 온갖 과거와 미래에서 만들어 놓은 수 없는 생각의 굴레에 사로잡혀 집착심에 기초한 생각과 행동만을 할 뿐입니다. 그러나 집착심이 없는 단순한 순수한 선호는,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오직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보고 즉각 행동에 옮기게 합니다.

이처럼 과도한 집착심 대신에 매 순간에 즉각적인 순수한 선호를 따를 때, 비로소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지혜로운 우주법계의 흐름을 타고 삶이 유연하고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시작 할 것입니다.


2014.06.02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