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현재에 즉각 반응할 뿐이다.

장백산-1 2023. 6. 17. 16:13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현재에 즉각 반응할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는 영원히 언제나 완전하다. 지금 이 자리엔 어떠한 문제도 없다. 다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매 순간의 온전한 경계에 '즉각' 반응하기만 하면 될 뿐, 그것 말고 해야할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현재라는 순간순간의 영감과 직관에 따라 그저 자연스럽게 반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차를 몰고가다 앞에 가는 차가 갑작스레 끼어드는 위험천만한 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 순간 즉각적으로 반응해 재빨리 앞차와 충돌을 피하는 것밖에 없지 않은가.

사실 내 눈앞으로 차량이 돌진한다 할지라도 차가 돌진하는 그 순간은 완전하다. 그 상황은 다만 중립적인 상황일 뿐이다. 우린 차가 내 눈 앞으로 돌진해오는 그 순간을 문제상황이라고 해석하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그 순간 그 상황 거기엔 계산도 고민도 분별도 해석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 뿐이다. 즉각 반응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다. 애써 노력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계획하거나, 고민하거나, 준비할 필요도 없다. 그 순간에는 내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몸이 알아서 저절로 즉각적인 반응을 할 뿐이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에도 언제나 이 법칙은 유효하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근심걱정할 필요도 없으며, 그 어떤 것도 따지고 분별하며 해석하거나 번민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반응해야할 대상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그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현재일 뿐이지 않은가. 오로지 매 순간순간의 현실에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없이 즉각 반응할 수만 있다면 삶은 얼마나 고요할 것인가.

 보통 우리는 이와 같이 무수한 중립적인 상황들 속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렇게만 살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궂이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이 제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일 주일 뒤에 중요한 발표나 대회나 시험이 있다고 해 보자. 우리는 일주일 동안 그 시험과 발표를 위해 일주일 내내 머리를 싸 매고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저 할 수 있는 대로 준비만 하면 되는데,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과, ‘실수하면 어쩌지’하는 불안감들이 일주일 내내 나를 못살게 굴 것이다. 잘 해야 한다는 집착이 크면 클수록 준비는 더 잘 안 되게 마련이고, 집착심은 의식의 지평을 제한하기 때문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좀처럼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저 마음 편안하게, 일주일 동안 열심히 준비하기는 하되, 잘 되고 안 되고는 내 일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또 그 때 가서 잘 하던 못하던 걱정하기로 하자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게 된다면 어떨까? 즉 미리부터 고민하고 문제라고 여기지 말고, 그 때 가서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근심 걱정과 불안감이 사라지게 되고, 그저 할 수 있는 만큼의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집착이 배제된 순수한 의도는 집중과 몰입을 높여주게 마련이고, 또한 그 일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를 가져온다. 이처럼 무집착과 선호, 몰입과 열정이 생겨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를 넘어서는 무한한 직관과 영감이 등장하게 된다.

미리부터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해서 잘 해야지,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이러한 열정과 직관은 생겨나기 어렵다. 미래에 있을 그 모든 근심 걱정들에 대해 ‘그 때 가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지’하는 마음으로, ‘잘 되든 안 되든 그 때 가서 즉각적으로 반응하리라’하는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면, 집착과 욕망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될 것이고,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삶을 준비성 없고 계획성 없으며 노력하지 않는 삶인 것처럼 폄하하는 문화 속에서 그동안 살아왔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나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철저히 준비성 있게 살아야 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만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 경직된 세상을 살아왔다.

 그러나 진리는 말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하는 강박적인 doing의 삶에서 놓여나, 매 순간에 가볍게 존재하는 being의 존재방식을 허용해 보라고.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계획, 준비와 긴장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매 순간 순간을 그 때 그 때 즉각적으로, 직관적으로 반응하며 사는 이완과 여유와 자연스러운 삶을 허용해 보라고 말한다.

다음 문장을 사는 날까지 언제나 기억하라.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현재엔 아무런 문제도 없고, 우린 오직 그 완전한 현재에 즉각, 직관적으로 반응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가 염려하는 것과 달리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본래적인 완전성이 더욱 드러날 뿐.

2014.06.03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