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죽비를 ‘탁!’ 치는 그 자체 이것이 전부다

장백산-1 2023. 6. 22. 13:04

죽비를 ‘탁!’ 치는 그 자체 이것이 전부다


지금 이 순간 매 순간 일어나는 이것 뿐 다른 것은 없습니다. 모든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이것 말고는 전부 다 망상입니다.

큰스님들이 죽비를 한 번 탁 치면서 '이것이 법이다'라고 말합니다. 그 때 곧바로 사량 분별을 하는 생각을 일으켜서 
죽비를 한 번 탁 치는 그 자체가 왜 진리(법)일까? 하고 따진다면 그것은 벌써 두 번째 자리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냥 죽비를 한 번 탁 치는 그 자체가 법(진리)의 전부입니다.

그냥 죽비를 한 번 탁 치는 그 자체에는 어떤 숨겨 놓은 진리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액면 그대로, 날 것 그대로 
죽비를 치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죽비 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떠올리고 연구하고 해석하려고 하면 힘이 들지만, 
그냥 죽비 한 번 치는 그 자체는 전혀 힘들여서 알 필요가 없어요.

그냥 죽비 한 번 '탁!' 치는 그 자체 이것뿐이니까요.
이미지를 따라가지 않고, 생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전부 한 번 '탁' 치는 이것뿐입니다.

친구가 내게 욕을 했어도 그 욕의 내용을 따라가고, 그 욕 소리에 반응하며, 화를 내는 등의 남은 이미지, 
그림자를 따라가지 않고, 그 욕이라는 말이 나온 그 첫 번째 자리에서 그 소리를 듣게 되면, 그저 그 소리가 
일어났다가 사라졌을 뿐, 아무 일이 없습니다.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그 말 한마디는 아무런 힘도 없고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소리의 파동일 뿐입니다. 
그런데 내가 친구가 내뱉은 그 말을 듣고 화를 내면서, 그 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힘을 실어주게 되면,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말이 나를 집어삼키게 됩니다. 그건 내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일 뿐, 그 말 자체에 
그런 힘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특정한 소리, 말, 경험, 경계를 우리는 자기식대로 해석하고는 그 해석에 얽매여서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모든 경험, 모든 작용은 그저 죽비 한 번 '탁!)' 치는 이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요. 아무런 의미, 개념, 
분별이 없는 텅빈 공(空)일 뿐입니다.

내가 생각으로 문제를 만들어내지만 않으면 문제는 없어요. 삶 자체가 그렇습니다. 삶은 그저 있는 그대로일 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좋게 해석하는 사람에게 삶은 좋은 곳이고, 나쁘게 해석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살기 싫은 곳이지만, 그 모든 해석에 걸려들지 않는 사람에게 삶은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애대로일 뿐입니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