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기도 해 줄 수 없다
혹시 사람들이 말하기를 자식이 착한 법을 닦으면 아버지가 착하지 않은 짓을 하여도 자식으로 인하여 그 아버지도 나쁜 세상에 떨어지지 않는다."
라고 하는데 이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자식이 각자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업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우바새계경]
누구도 그가 지은 업을 대신 닦아 줄 수 없다. 누구도 내가 지은 업을 대신 녹여줄 수는 없다. 내가 지은 업의 과보는 내가 받아야 하고, 자식이 지은 업의 과보는 자식이 받아야 한다. 내 수행은 내 스스로 해야 하고, 남편의 수행은 남편 스스로가 해야 하는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에도 요즘 같은 진풍경이 연출되었는가 보다. 수능시험이 다가오면 엄마가 자식을 대신 해 기도하고, 진급철이 다가오면 아내가 남편을 대신 해 기도하지만, 본질에서 본다면 대신 기도 해 준다고 해서 그 기도가 자식에게, 남편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는 없다. 다만 기도를 하면 본인의 마음이 진급이나, 합격에 대한 집착을 여읠 수 있게 되고, 그런 마음으로 남편이나 자식을 대하면 부담을 주지 않으며 그랬을 때 그 가족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고요함을 지켜낼 수 있다. 가족들의 마음이 평화로우면 시험이나 진급의 결과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게 되고 자기 마음의 중심을 잡게 된다.
진급기도나 입시기도의 목적은 이와 같이 진ㄱ,ㅂ이나 입시라는 그 경계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평화로운 수행력을 키우는 것이지 그 목적을 이루는 것에 있지 않다. 시험이든 진급이든 그 목적의 성취가 인생의 성공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다만 평등한 두 갈래 길 중 한 길인 것이지, 성공과 실패의 길 중 어느 하나인 것은 아니다. 어느 길이든 부처님 진리가 깃든 내 삶의 길이요 몫이라는 것을 기도 수행을 통해 온전히 받아들이고 여여하고 당당한 내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신 해 줄 것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기도하고, 스스로 닦으라.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