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은 이제 얼마 가지 않아서 봉하마을에 발길이 끊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틀렸다. 이런 걸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연예인이나 관광지는 인기가 식어가며 발길도 뜸해지게 마련이기에 하는 추론들…. 하지만 봉하마을은 내용이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업의 개념"을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도 오랜만에 업의 개념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업의 개념은 어떠한 해당 업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다.
이삼십 년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동네마다 구멍가게들이 있었다. 지금의 편의점이나 할인점과는 다른 업의 개념을 가졌으나 결국 같은 맥락에 만날 수 있으니 한번 보자.
구멍가게의 업의 개념은 무엇인가?
"싼 물건?", "다양한 상품?", "주인아주머니의 친절함?" 등등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을 업의 개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업의 개념은 더 본질적인 것으로 다른 구멍가게가 즉시 따라 할 수 없어야만 한다.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 개념을 심화시키면 자신의 업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는 그런 것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멍가게의 업의 개념은 "외상장부"에 있다.
외상장부에 얼마나 많은 단골이 얼마나 적절한 시기에 외상대금을 치르고 있는가에 있다는 말이다. 지금으로 비교하자면 외상 대신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커피숍과 미용실, 할인점과 주유소의 회원카드와 비교할 수 있겠으나, 이것이 업의 개념에 접근했다고 볼 수는 없다. 업의 개념은 동종업계에서 자신만이 구축한 시스템으로 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아예 SK 케쉬백 포인트 정도의 DB를 구축할 수 없다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필자는 삼성 근무시절에 고 이병철 회장에 관한 업의 개념에 대하여 여러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그중에 기억나는 것으로 하나만 소개하겠다. 그는 업의 개념을 대단히 중요시하던 인물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여러 계열사 중에서 보험회사의 업에 개념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었다. 그가 말하는 보험업의 업의 개념은 이렇다.
"보험업의 업의 개념은 보험설계사이며 이들이 보험업의 전부다"
정확한 개념정리다. 결국, 보험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의 능력은 보험설계사를 얼마나 유입할 수 있으며 보험설계사가 얼마나 생존하는가로 결정되는 것이다. 물론 보험설계사를 소모적으로 사용했던 잘못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본질에 대한 접근은 비즈니스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업의 개념을 자꾸 훈련하면 삶의 많은 곳에서 본질을 꽤 뚫어보는 힘이 생기고 강한 지성이 만들어진다.
"봉하마을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같이 생각해보자.
이제 다시 봉하마을로 돌아가자. 왜 사람들은 봉하마을에 가지?
"세계최대의 아방궁이 있어서?", "원래 관광명소였다?", "워낙 인기 있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아서?", 그도 아니면 부산에 횡횡한다는 헛소문처럼 "거길 가면 일당 10만 원을 지급하기 때문에?"… 답이 없다, 혹시 참신한 개념을 찾아내신 분은 웃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자꾸 훈련을 해야 한다.
필자는 봉하마을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를, 그 업의 개념을 이렇게 본다.
바로 '봉하마을 찍사'와 '방문자 찍사'들이다. 이들이 바로 전부이다.
한편으로는 많은 이들이 방문 후기를 글로 남기고 있지만, 한 장의 사진은 백 마디 말보다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 텍스트를 만든 이의 철학에 구애받지 않고, 사진은 온전히 자신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모두 자신만의 텍스트로 말이다. 그럼 봉하마을은 어떤 감동을 그동안 만들어 왔는가?
바로 미소다, 웃음이다, 반가움이고. 기쁨이며, 이것이 바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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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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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도 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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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도 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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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모두가 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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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찍사도 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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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찍사도 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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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려도 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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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뭘 하셔도 웃긴다… |
웃으면 복도 오고, 예뻐지며, 건강하고, 무엇보다 사랑하게 된다. 우선은 이거면 되는 거다. 봉하마을 찍사들이 찍고, 또 방문객이 찍고, 그걸 보며 세상이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무던히도 국민에게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시고, 이를 함께 바꿔야 한다며 국민을 피곤하게 하셨던 덕분에 인기가 없던 양반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기가 좋다. 왜? 더 이상 국민을 피곤하게 하지 않아서? 천만에 필자는 물론이고 더 피곤해진 국민이 많다. 그런데 인기는 좋다. 왜일까?
이는 재임 기간 그분이 그토록 버려왔고, 지워왔던 탈권위에 대한 철학이 언론의 횡포 탓에 국민에게 어필되지 못했던 까닭이며, 그 까닭은 바로 “대통령직”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제 그 권좌를 벗어버리고 나니 국민은 홀가분하게 자신들 안에만 존재하던 권위의식을 비로소 던질 수 있었고 덕분에 인기가 오른 것이다. 아니 정상적인 괘도에 비로소 도달한 것이다. 이것을 보드리야르의 개념으로 "시뮬라시옹(simul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신이 만든 상징에 매몰되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치(相値)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이제야 비로소 시민들은 그분을 보고 동료애를 갖는 것이다. 같은 회사에 친구가 근무하면 회사의 위기관리 능력이 배양된다.
왜? 함께하면 덜 힘드니까.
삶이 비록 힘드나 그도 함께 간다면 참 좋겠네.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아도 되니까. 세상이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던 그 일을 함께할 든든한 후원자가 아니 친구가 생겼으니까. 이러한 본질적 모습을 간과해서는 지금의 노무현신드롬을 설명할 수 없다.
사진 속에 수많은 사람이 웃는다.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재석처럼 웃길 수 있을까? 천만에…. 그들이 웃는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그 때문이 아니라 진솔함 때문이다. 이것은 영화나 책을 읽고 감동하는 주된 이유가 새로움의 발견이 아니라 자신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과 마주하며 공감이라는 감정을 가질 때와 비슷한 것이다.
내 아버지 같고, 삼촌 같고, 이웃 같은 스스럼 없는 솔직함에 그 구수한 말 한마디에… "밥도 차도 대접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하는 촌부의 사랑스러운 마음에 동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를 알면 알수록 위의 모든 남녀노소가 "사랑"이라는 곰살스러운 단어를 읊조리며 울컥울컥 가슴에 뜨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참으로 존경도 사랑도 인색하기만 했던 우리에게 그가 다가온 것이다. 아니 우리가 그를 비로소 알아본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가? 그러면 웃음을 줘라. 하. 하. 하.
안네는 나치에게 끌려가 죽어가는 이웃과 살며 자신을 숨겨야 했다. 그런 그 어린 소녀의 일기에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소중하게 간직한다. 이웃의 밀고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그 상황에서도 말이다. 그러니 우린 좀 웃어도 괜찮다.
그분은 우리를 웃게 하는 이웃이고, 웃게 하는 리더이며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가 곧 희망이 아니라 그와 함께하는 우리가 희망이다. 문득 우리는 꽃 한 송이를 내밀며 그에게 프러포즈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분이 웃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떤 역사적 히스토리를 가질 것인지 아는 사람들은 전율하는 것이고…
이제 나는 이렇게 프러포즈를 한다, 여러분도….
노무현에게 프러포즈 하라.
그리고 한편으로 스토리를 가꿔나가야겠다. 바로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홀로선 이들이 모여야 집단지성은 완성되고, 위기가 닥쳐도 무너지지 않는 올곧은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이제 총 세 가지 축의 스토리가 나와야겠다.
첫째는 이미 대선부터 시작해 재임기간 내내 그분의 스토리가 많이 다뤄졌으나 더욱 체계적인 스토리가 필요하다.
둘째는 여전히 봉하마을에서의 더 웃는 스토리들이 양산되어야 한다. 왜 우리는 거기에 가야 했고,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셋째는 앞으로 우리가 그분과 함께 이야기해야 할 미시적(微視的), 거시적(巨視的 민주주의2.0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이제 두 개의 사진을 보라.
그분의 웃음 속에 밴 수많은 고민이 보이는가?
그분의 뒷걸음에 외로움이 보이는가?
우리 함께하자. 가는 길의 끝을 목적하지 말고 더불어 가는 길을 즐기자.
어쨌든 산을 두 개나 옮길 '노공이산'의 시작에 우리가 한 삽씩 보태자. 엄한 물길 파지 말고….
문득 2008년 4월 오늘, 참으로 개념 없는 정권을 맞이해 업의 개념을 말하기도 한다.
첨언)
위의 사진에 초상권 문제가 있으신 분들은 댓글 주시면 다른 사진으로 교체하겠습니다.
ⓒ 바다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