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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 一(體)가 三(用)三極

장백산-1 2009. 2. 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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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민족 신관은 조화.포용.평화의 신관
    민족종교학자 '한민족의 신'에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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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호씨


       한민족은 태고적부터 지극한 정성으로 하늘을 숭배해 왔다. 그런데 막연히 하늘을 숭배한 것이 아니라, 하늘을 숭배하는 경천사상(敬天思想)을 철학적· 신학적으로 정립해 놓았다. 그것이 곧 ‘삼신일체(三一體)’ 신관(神觀)이다. 즉, 하나님은 본체로 계시면서 조화·교화·치화의 3가지 작용으로 나타나는데, ‘몸은 하나이되 나타나는 작용은 셋이며, 이 셋은 곧 하나’라는 것이다.

       ‘한민족의 신’(김주호 지음, 책보출판사)은 한민족 신관과 그 근간이 되는 삼일원리를 한민족 경전을 주 자료로 삼고, 민족사상을 다룬 여러 문헌과 경전, ‘한’철학, 주역, 도덕경, 반야바라밀다심경, 소립자 물리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증하고 있다.

       지은이는 국립 몽골대 단군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민족종교학자로, 이 책은 박사학위 논문을 일반인을 위해 쉽게 풀어놓았다.

       지은이가 천착한 것은 모든 종교가 유일신론, 다신론, 범신론 등 각기 다른 신관을 가지고 있는데, 신관의 다름으로 인해 신앙인끼리 서로 불화와 반목, 대립을 일으키는 문제였다. 사랑과 자비를 강조하는 종교가 왜 그럴까하고 의문을 가진 것이다. 지은이는 신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한민족의 신관에서 그 이유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답을 찾아냈다.

       예컨대 불교의 ‘법신불·보신불·화신불(부처)’, 기독교의 ‘성부·성자(예수)·성령’ 등 대부분 종교에서 신의 위격을 ‘3’으로 표현하는 데, 부처나 예수 등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존재가 내재돼 있어 서로 부딪치고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상대 종교의 창시자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한민족 경전에 나타난 삼신일체 신관은 신이 셋이 아니라, 조화·교화·치화의 3대 작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만하고 걸림이 없다는 것이다. 

       
      책보출판사에서 발간한 '한민족의 신'표지사진. 여기에는 신(神^귀신 신)을 지금은 사용하지 않으나, 본래 '삼일신고'에는 쓰여져 있는 보일 시(示) 변에 점이 없는 옛날 신(하나님 신, 자판에 나오지 않음)자를 쓰고 있다. 지은이는 '하나님 신'자도 되찾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 삼신일체 신관은 일(一)에서 변화무궁한 삼(三)으로 나갔다가 다시 일(一)로 되돌아오는 조화와 포용, 평화의 신념 체계라고 말한다. 이 신관은 나아갈 때는 창조적 전개와 함께 모든 것을 포용하므로 배타성도 없다는 것이다. ‘하나 곧 많음’의 원리는 유일신론, 다신론, 범신론 등 모든 신관을 포용하고, 거꾸로 ‘많음 곧 하나’의 원리는 모든 신관들을 하나로 조화시켜 나간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그동안 신관의 다름에 따른 종교간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한민족의 신관은 그 반목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씨가 이론적 전거로 삼는 것은 한민족 3대 경전인 ‘천부경(天符經)’ ‘삼일신고(三一神誥)’ ‘참전계경(參佺戒經)’이다. 최치원이 태백산에 있는 단군전비(檀君篆碑)를 번역해 알려진 뒤, 대종교가 경전으로 삼고 있는 ‘천부경’은 3장 81자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우주·만물 생성 원리, 인간 궁극의 문제 등이 다뤄져 있다.

       특히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지닌 원리를 통해 천(天) ·지(地) ·인(人) 삼극(三極)이 태어나(生), 자라고(長), 늙으며(老), 병들고(病), 죽는(死) 것을 끝없이 반복하는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그 중 기본은 천 ·지 ·인이 한배하느님을 뜻하는 하나, 곧 일(一)로 귀일·통일된다고 하는 것이다. 즉, 하나는 하늘과 땅과 사람의 삼극이지만 그 근본은 다함이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것을 연역적 방법으로 360자로 늘려놓은 것이 ‘삼일신고’다. ‘참전계경’은 단군왕검이 뭇 백성을 가르치기 위한 366훈을 담고 있다.

        기존의 이원론(二元論)적 양극성의 신관이 흑백논리로 대립과 투쟁, 반목을 야기했다면, 삼원론적(三元論的) 삼신일체 신관은 양극 가운데 반드시 중화자(中和者)가 있어 갈등과 대립, 반목을 극복한다는 것이다. 책은 삼신일체 신관이야말로 가장 객관적이며 과학적 신관으로, 우리 민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류 평화를 위해 세계화해야 할 신관이라는 강조한다.

       책 말미에는 지은이의 핵심 주장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몇 편의 칼럼도 담겨 있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