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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은 포효가 될 것이다 사악한 용들의 혀가 그의 몸을 칭칭 감았다. 끈적이는 모욕의 침을 그의 온몸에 뿌려댔다. 그 모욕의 침은 우리의 얼굴 위에도 떨어졌다. 다만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역사의 갈피를 지극한 마음으로 살폈던 자들의 얼굴 위에도. 매일이 악몽 같았다. 용들의 혀는 사방으로 독을 내뿜었다. 사방이 그 독이 뿜어낸 매캐한 연기로 가득찼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그 독이 깊이 스며들었다. 사악한 용들의 혀는 특히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사유하지 못하도록,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는 세계의 원리를 사람들이 진리라고 숭앙하도록, 스스로 사유의 주체가 되려는 자들의 얼굴 위에 독의 침을 발랐다. 그들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지고, 몸이 썩어가기 시작했다. 사악한 용들이 오만하게 외쳤다. 보라, 우리에게 저항하면 어떤 꼴이 되는지를. # 사악한 용들의 혀에 칭칭 감긴 그의 몸이 광장으로 끌려나왔다. 사람들은 지나다니면서 한번 씩 그의 몸 위에 침을 뱉고,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사람들은 진실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그들은 이미 사악한 용들의 혀가 오랫동안 내뿜은 독에 중독되어 있었으므로, 그들이 자신의 사유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이 그를 향해 내뱉는 저주의 말이 실은 사악한 용들의 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광장에 끌려나와 모든 모욕을 감당해야 했다. 사악한 용들은 이미 그에게서 모든 방어수단을 빼앗아 버린 뒤였다. 그에게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도 없었다. 그가 믿었던, 그나마 덜 사악한 작은 용들의 혀도 사악한 용들이 걸어놓은 마법의 주문대로 움직였다. 때로는 사악한 용들보다 더 잔혹하게 그의 몸에 비수를 꽂았다. 그렇게 해야만 세상의 저주가 온몸에 떨어지고 있는 그를 한때 지지했던 자신들이 그보다 더 우월하며 절대적으로 순수하고 무결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그를 더욱더 잔인하게 고문함으로써, 이제 그를 버렸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 그는 자신의 안으로 돌아갔다. 영혼은 맑고 차다. 두려움도 회한도 없다. 그는 마법에 걸린 세상을 향해 돌아서서 울었다. 그러나 그 울음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끝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운명을 완성하기 위하여 그에게 남은 마지막 존재의 매체인 몸을 높이, 아주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오래 사랑했던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 그를 칭칭 감고 있던 사악한 혀의 밧줄이 단번에 툭툭 끊어졌다. 그의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모욕의 진물도 맑은 새벽 공기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우주의 순수 공간으로 돌아갔다. # 갑자기 혀의 마법이 사라졌다. 사람들의 가슴에 진실에 대한 열망이 돌아왔다. 그리고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사악한 용들의 마법을 걷어내는 눈물. 진정한 이성의 전조인 눈물. 세계의 진실에 감응하는 눈물. 세상이 통곡으로 가득찼다. 사람들은 회한으로 몸부림쳤다. 사람들은 그의 찢어지고 부서진 몸을 껴안고 통곡했다. 그들은 죽어서 비로소 모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그의 가엾은 작은 몸을 쓰다듬으며 울었다. 그들의 사유는 비로소 그들 자신의 것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그들이 사악한 용들의 혀가 내뿜는 독의 마법에 걸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러나 사악한 용들이 그들의 혀를 거두어 들였다는 징조는 아직 어디에도 없다. 사람들의 통곡이 세상을 바꿀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사악한 용들을 부리던, 아니 어쩌면 그들에게 부림을 당했던 자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외침에 귀를 틀어막고 있다. 사악한 용들은 다시 혀를 낼름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 그런데, 보라, 사람들이 저마다 홀로 조용히 몸을 일으키는 것을. 통곡이 깨달음으로 서서히 전환되는 것을. 그들의 머리 위로 어둠을 찢으며 황금 부엉이가 방향을 가리키며 날아오르는 것을. 그가 몸을 던진 부엉이 바위 옆에는 사자 바위가 있다. 시대는 상징으로 가득차 있다. 사람들의 통곡은 포효가 될 것이다. 사자는 사악한 혀를 낼름거리는 용들과 싸우기 위해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하고 있다. ... 6월 10일 광장에서 뵙겠습니다. ⓒ 김정란 ( 상지대 교수.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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