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못 보았는데 이해찬 전 총리가 영결식장에선가 어디선가 잠깐 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고 한다. 차가운 사람으로 정평이 나서였을까, 이것도 기사가 되는가보다. 내가 본 이해찬 전 총리는 공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사적으로는 너무 따뜻해서 오히려 손해를 많이 본 사람이다. 그가 민주화 운동 시절, 그리고 이후 현실 정치인으로서 20년을 넘게 보내온 세월동안 얼마만큼 최선을 다해 왔는지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오늘은 그 이야기가 아니니 그만하기로 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검찰에 소환되시기 며칠 전, 이해찬 전 총리가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소환 조사 후, 시간이 허락되는 참여정부 인사들과 함께 조용히 모셔서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도 함께 나누셨으면 좋겠다고 건의 드렸는데, 아마도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었는지 인사차 봉하에 가신듯하다. 나는 당시 노 전 대통령께서 법리적으로 자신 있으신지가 사실 관심이었다. 범 네티즌 차원에서 일종의 연석 회의체를 논의하던 차라 이 부분에 대한 그분의 자신감은 중요했다. 이 정권하에서 벌어질 일들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따른 우리의 정치적 각오, 대응 수위 등을 조절하는 데에 있어 그분의 솔직한 속마음을 알고 싶어 했음이 오늘날 비난받을 일일지 모르겠지만, 속이 좁은 나는 당시 그랬었다.
차라리 말을 말지, 막상 서거 후에는 불구속 예정이었다는 등의 검찰 발표를 보면서 그 치졸함에 치가 떨리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아직 이런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분의 마지막 투쟁은 우리에게 커다란 부채로, 숙제로 남겨졌다. 당시 전해 듣기로 노 전 대통령은 법리적으로 자신이 있으셨으며, 언론이 이야기하는 그런 허물들은 실제적으로도 없다고 말씀하셨다 한다. 두 분의 대화 중 일부를 전해듣고 이를 글로 옮긴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오늘 그 유명한 '버럭'의 제물이 될 각오를 하고 내가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하나다. 우리가 무엇을 지금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싶어서다.
전해듣기로, 당시 봉하를 방문한 이해찬 전 총리와의 대화 중에 노 전 대통령께서 느닷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더러운 게임에 말려들었고, 나에게 현실적 수단은 없다. 어떤 해석으로도 문약한 나의 글이 이 뜻을 완전하게 옮길 수 없지만, 무언가 글로도 말로도 옳길 수 없는 노 전 대통령의 회한이 느껴진다.
아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마저 끈은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프다면, 슬프다면, 또 보고 싶다면... |
'노간지의 사람 사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보' 노무현이 남겨준 마지막 선물 (0) | 2009.06.10 |
---|---|
영결식장서 오열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또다른 사진 모습 (0) | 2009.06.10 |
포스트노풍(Post 盧風) 과 살아남은 자의 몫 (0) | 2009.06.09 |
통곡은 포효가 될 것이다. (0) | 2009.06.09 |
[스크랩] 盧 전 대통령 부인 권여사 과로로 입원 치료중 (0) | 2009.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