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간지의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왈," 이총리 내가 끈을 놓친것 같아요"

장백산-1 2009. 6. 10. 09:05

이 총리, 내가 끈을 놓친 것 같아요!
번호 60198 글쓴이 논가외딴우물(msmwjp) 조회 4740 등록일 2009-6-9 16:59 누리2202 톡톡0

국정조사, 공개청문회 청원 서명

나는 못 보았는데 이해찬 전 총리가 영결식장에선가 어디선가 잠깐 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고 한다. 차가운 사람으로 정평이 나서였을까, 이것도 기사가 되는가보다. 내가 본 이해찬 전 총리는 공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사적으로는 너무 따뜻해서 오히려 손해를 많이 본 사람이다. 그가 민주화 운동 시절, 그리고 이후 현실 정치인으로서 20년을 넘게 보내온 세월동안 얼마만큼 최선을 다해 왔는지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오늘은 그 이야기가 아니니 그만하기로 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검찰에 소환되시기 며칠 전, 이해찬 전 총리가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소환 조사 후, 시간이 허락되는 참여정부 인사들과 함께 조용히 모셔서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도 함께 나누셨으면 좋겠다고 건의 드렸는데, 아마도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었는지 인사차 봉하에 가신듯하다.

나는 당시 노 전 대통령께서 법리적으로 자신 있으신지가 사실 관심이었다. 범 네티즌 차원에서 일종의 연석 회의체를 논의하던 차라 이 부분에 대한 그분의 자신감은 중요했다. 이 정권하에서 벌어질 일들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따른 우리의 정치적 각오, 대응 수위 등을 조절하는 데에 있어 그분의 솔직한 속마음을 알고 싶어 했음이 오늘날 비난받을 일일지 모르겠지만, 속이 좁은 나는 당시 그랬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께서 감정을 억누르고 검찰과 구차스럽기까지 한 법률적 공방을 벌였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자신으로 상징되는 우리 모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투쟁이었다.

차라리 말을 말지, 막상 서거 후에는 불구속 예정이었다는 등의 검찰 발표를 보면서 그 치졸함에 치가 떨리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아직 이런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분의 마지막 투쟁은 우리에게 커다란 부채로, 숙제로 남겨졌다.

당시 전해 듣기로 노 전 대통령은 법리적으로 자신이 있으셨으며, 언론이 이야기하는 그런 허물들은 실제적으로도 없다고 말씀하셨다 한다. 두 분의 대화 중 일부를 전해듣고 이를 글로 옮긴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오늘 그 유명한 '버럭'의 제물이 될 각오를 하고 내가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하나다.

우리가 무엇을 지금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싶어서다.


"이 총리, 내가 끈을 놓친 것 같아요!"

전해듣기로, 당시 봉하를 방문한 이해찬 전 총리와의 대화 중에 노 전 대통령께서 느닷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대화의 흐름을 끊듯이 한순간 나온 말씀이었고, 다시 대화는 이어졌지만, 왠지 기억에 남아 그 뜻이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했었는데, 황망한 일을 당하
고 나서야 이제 알 것 같다는 이해찬 전 총리의 짙은 아쉬움을 들으면서 갑자기 가슴이 천근의 무게에 눌린 듯 무거워지는 것은 나만일까, 2009년 5월 23일 이후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다.

더러운 게임에 말려들었고, 나에게 현실적 수단은 없다.
평생 추구해온 길이 짙은 안갯속으로 감춰져 마침내 길을 잃었다.
파상적으로 제기되는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절벽으로 밀려나고 있으나 잡을 칡넝쿨조차 하나 없다.
지금의 고통보다 희망의 끈이 보이지 않는 게 무섭다.
내가 평생 꿈꾸던 마지막은 이런 모습이 아니다.
......

어떤 해석으로도 문약한 나의 글이 이 뜻을 완전하게 옮길 수 없지만, 무언가 글로도 말로도 옳길 수 없는 노 전 대통령의 회한이 느껴진다.
......
바보같은 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꿈을 꾸는 존재로 사람이다.
우리는 그와 함께 한 시대를 살면서 같은 꿈을 꾸었던 사람들이다.
완전히 같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사람이 사람답게, 더불어, 즐겁게 사는 세상을 함께 꿈꾸던 사람들이다.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은 많이들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한다. 나 또한 그렇듯이!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분이 아니다.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등등, 현상보다 그의 내면과 대화하고 싶어 한다.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고, 그리 긴 인생은 아니지만, 경험도 없지 않기에 그 아픔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마저 끈은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 그리 다른 것이 아니듯이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몫이고,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하는가에 따라 현실은 달라지고, 역사는 마침내 결과로 쓰여
진다.

우리가 현실이라는 끈을 놓치는 순간, 그와 우리가 함께 그리던 세상은 그야말로 부질없는 한여름밤의 꿈이 될 것이다.


바라건대, 나는 우리가 현상의 해석에 얽매이지 말고, 현실적 사고 속에 행동으로 대응했으면 좋겠다.
아마도 이것이 산자인 우리의 의무고, 또한, 이는 악랄하리만치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그가 놓친 끈을 다시 손에 쥐여 드리는 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

아프다면, 슬프다면, 또 보고 싶다면...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가능한 일부터 찾아보자! 그래야 우리는 승자의 편에 설 자격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