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인규, 박연차 변호 맡은 로펌으로
ㆍ홍만표·우병우 등 요직 ‘승진 가도’
지난해 4월30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처음으로 맞이한 사람은 이인규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52)이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잘 협조해달라.” 차를 마시며 10여분간 이어진 대화에서 운을 뗀 것은 이 중수부장이었다. 이에 노 전 대통령도 “검찰의 사명감과 정의감도 이해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서로 간의 입장을 존중해달라”고 했다. 이 자리엔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51),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함께 있었다.
이후 11층에 있는 1120호 특별조사실로 향한 노 전 대통령은 우병우 당시 대검 중수1과장(43)과 마주 앉아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이후 10여시간 동안 조사가 진행됐다.
이인규
그로부터 23일 후 노 전 대통령은 서거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 주역들은 지금도 건재하다. 대부분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영입되거나 이후 검찰 인사에서 수혜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사표를 냈다. “그럴 일 없다”며 사의설을 부인하던 이 중수부장도 그해 6월 수사결과 발표가 난 다음달 사표를 내고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교롭게도 그가 간 로펌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바른’이었다. 자신이 수사를 진두지휘하던 사건의 피고인을 변호하는 꼴이 된 것이다. ‘바른’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변론도 맡고 있는 상황이었다. 검찰 내부에서까지 비판론이 일었다. 그러자 ‘바른’은 “이 변호사는 1심 선고 뒤에 출근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변호사가 된 이 중수부장은 대형 사건들을 잇달아 수임했다.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연루된 골프장 건설 비자금 사건 등 대부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소속의 사건들이 대부분이었다.
홍만표
검찰에 남아 있는 수사팀원들은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홍만표 전 수사기획관은 지난해 8월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수사 당시 그는 수사브리핑 등을 맡아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책임론의 당사자였다.
‘박연차 게이트’의 주임검사로서 노 전 대통령을 면전에서 직접 신문한 우병우 전 중수1과장도 차장급인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으로 승진했다. 범정기획관은 범죄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해 검찰총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요직이다. 이를 두고 검찰 인사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치권의 하명수사 성격을 띤 수사를 맡은 검사들이 인사에서 혜택을 보는 관행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과의 악연이 그들의 성공을 보장해준 셈이 된 것이다.
우병우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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