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없애고 싶으면
먼저 자기 마음의 번뇌를 없애야 한다.
번뇌야말로 나를 해치는 근본이다.
이 세상의 원수는
자신의 한 몸만 해치지만
번뇌는 진리를 해친다.
그러므로 원한과 원수의 원인은
바로 번뇌에 있는 것이다.
[아함경]
미워하는 사람, 원한 깊은 사람,
그 사람을 없애고 싶으면
그 사람을 없애기 전에
먼저 나 자신 안에 깃든 번뇌의 마음을 없애야 한다.
다시 말해 내 안에 깃든 미움의 씨앗,
화의 씨앗, 업의 씨앗을 없애야 한다.
원수를 없애는 일보다
내 안의 번뇌를 없애는 일이 더 급하고,
더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을 가져다 준다.
원수란 내 마음의 나툼이고,
내 번뇌의 나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가질 때
그 원한심은 다만 상대를 인연으로 하여 나타났을 뿐.
그 원한의 마음은 내 안의 번뇌이고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고요하다면
그 어떤 상대가 그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내 마음은 고요할 수 있을 것이지만,
내 마음이 아직 중심이 안 잡혀 있으니
상대에 따라 상대의 행동에 따라 내 마음이 휘둘리는 것이다.
원수를 없앤다거나
원수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뿐 밝은 답은 될 수 없다.
내 안에서 번뇌가 사라지고,
내 안에서 원한심이 녹아내렸을 때
상대 또한 더이상 원수가 아닐 것이다.
원한심으로 상대를 해치고자 한다면
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 되지만
번뇌는 여전히 남는다.
그 번뇌는 여전히 남아 참 진리를 해친다.
원한이 있고, 원수가 있다는 것은
내 안에 닦아야 할 번뇌가 있다는 말이다.
상대가 문제가 아니라 나인 것이다.
원한이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번뇌가 문제다.
그러므로 상대를 바꿀 것이 아니라
내 안을 바꾸어야 한다.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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