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땅 위에 떨어트린 그 힘은 무엇일까?
과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1643~1727)은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겼다고 생각했다. 질량이 있는 물체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이 작용한다.
혹자는 묻는다. 萬有引力과 重力이 어떻게 다르냐? 중력(gravity)은 만유인력에 지구 자전에 따른 원심력을 더한 힘이다. 만약 사과를 적도 해수면에서 약 3만 5,786km 상공에 놓으면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만유인력과 원심력이 일치하는 공간이기에 사과는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게 된다.
영화 그래비티(Gravity)는 지구에서 372마일(약 598.68km) 떨어진 우주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다. 이곳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중력이 미치는 공간으로, 주인공 라이언 스톤 박사(샌드라 블록)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고치러 우주로 떠난다. 사고로 딸을 잃은 스톤 박사는 오로지 음악만 틀어주는 라디오 방송을 들을 정도로 외부 소통을 피했다. 오죽했으면 라디오 진행자의 말조차 듣기 싫었을까.
우주비행사 매트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우주에 오니 뭐가 좋냐고 묻자 우주망원경 전문가인
스톤은 우주에서 일하니 조용해서 좋다고 대답한다. 중력처럼 서로 끌어당기는 인간 관계를 피한
스톤에게 텅~빈 空間 宇宙에서 경험하는 沈默은 金처럼 소중했다.
宇宙에서도 重力은 作用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폭발한 인공위성 파편은 지구 원심력에 따라
지구 둘레를 돌아 우주왕복선을 파괴한다. 우주 미아가 된 스톤에게 중력의 힘이 미치지 않는
세계는 더 이상 解放區가 아니다. 生命을 威脅하는 危險한 空間이다.
스톤은 중력이 만들어낸 고난 속에서 삶에 執着한다.
라디오 周波數를 이용해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이트족 남성과 통신하게 되지만 영어와 에스키모 방언이 통할 리가 없다. 그러나 개가 짖는 소리와 아이의 옹알이는 스톤에게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북돋는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일상적인 삶에서 도망친(?) 스톤은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고난이 가득한 중력의 세계는 더 이상 지옥이 아니다.
결국 지구와 우주, 중력과 무중력은 생(生)과 사(死)를 상징한다. 스톤은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우주선을 피난처로 삼고 중국 우주선을 타고 중력의 세계 지구로 돌아온다.
할리우드 영화 그래비티(Gravity)는 신선한 공상과학(SF) 영화로 손꼽힌다. 이 영화에는 등장인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외계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우주 여행에 집중하고자 등장인물의 배경 이야기를 최대한 제한했다. 이 때문에 이야기 전개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는 우주선이 미사일 공격을 받는 장면을 주문했지만 쿠아론 감독은 사건과 등장인물보다 배경(우주)을 보여주는 데만 집중했다.
실제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한 경험이 있는 마이클 마시미노 박사는 “대단히 사실적인 영화다”며 칭찬했다. 영화 아바타를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가운데 그래비티가 역대 최고라며 극찬했고, 영화 친구를 제작한 곽경택 감독은 영화를 보면 다음 장면을 예상하는데 그래비티를 관람할 때 예상하기를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할리우드식 서사에서 탈피한 그래비티는 미국 영화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래비티는 미국에서만 누적 매출 2억 2,094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선 12일 현재 관객 276만명을 동원했다.
그래비티가 SF 영화에 인색해왔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쓸지도 영화팬의 관심사다. 그래비티는 영화의 미래를 보여준 영상 혁명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SF 영화는 없었다. 미국 영화계는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촬영상, 여주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휩쓸 영화로 그래비티를 손꼽는다.
쿠아론 감독이 5년 동안 심혈을 기울인 3차원 입체 영상은 관객에게 호평을 받지만 극찬 일색인 영화평에 노출된 관객은 예상보다 싱겁다는 반응도 내놓기도 한다.
이상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