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릉록 18-7 주인 노릇은 할 줄 모르는군
◈ 완릉록 18-7 주인 노릇은 할 줄 모르는군
하루는 대중이 운력을 하는데
남전이 대사께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채소 다듬으러 갑니다." "무엇으로 다듬는가?" 대사가 칼을 일으켜 세우자 남전이 말하였다. "그저 손님 노릇만 할 줄 알지 주인 노릇은 할 줄 모르는군." 그러자 대사는
세 번을 내리 두드렸다.
********원오당 한소리********
[하루는 대중이 운력을 하는데] 여기서 운력이란 지금 여기는 남전스님에 법도량이다. 남전스님 역시 백장선사의 도반이나 이 시절은 조사선을 가리키는 곳은 다 자급자족이였다. 신도들에게 그 어떤 도움도 받지않고 산속 깊은 곳을 찾아 화전을 이루고 백장선사의 백장청규에 따라 절에는 수행자만이 사는 곳이다. 지금의 풍속처럼 세간과 얽히어 세속인을 가리키는 곳이 아니다. 그러니 다 도반이요 공동수행처인 것이다. 그러니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수행공동체인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백장선사의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을 교훈으로 그대로 모든 것이 수행외엔 없던 시절이라. 객승이다 수좌다 할 것없이 모두가 밭에 나가 일을 하든 시절이므로 여기에 일렇게 그 풍경이 전해온다. 객승으로 와 있던 황벽스님도 낮이면 도반들과 평상심으로 그렇게 운력을 하러 가던중에 남전스님이 한 마디 한다.
[남전이 대사께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채소 다듬으러 갑니다."] 이 대화는 평상심으로 하는 말이다. ["무엇으로 다듬는가?" 대사가 칼을 일으켜 세우자 남전이 말하였다. "그저 손님 노릇만 할 줄 알지 주인 노릇은 할 줄 모르는군."]
여기서 손님 노릇만 하지 주인 노릇은 모른다는 남전스님의 말을 잘 들어보라. 이것이 무슨 말인가. 황벽이 누구인가. 백장스님에 골수를 투득한 선객중에 선승이다. 백장스님의 무파비를 다 얻었으면 이제 인연처를 구해 중생을 위하여 방편을 베풀때가 되였는데 어찌하여 이렇게 수좌들 사이에서 채소나 다듬는 운력에 나가시는가 이제 한 곳의 도량을 만들어 중생제접을 하는 주인공으로 사시게 하는 뜻의 법질을 걱정해 주는 소리이다. 흔히들 선문답은 다 선어록에 나온 것처럼 모든 대화나 행동이 법에 준하여 행하는 것으로 알지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납자들은 마음을 깨치고 주인공으로 자기적 방편을 찾아 유람도 하고 만행도 하면서 정도 많고 항상 평상심으로 농담도 잘하고 가무도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평상심은 일반 사람들과 다름이 없다 이점을 아시고 이 대화를 들었으면한다. 배휴역시 이 대목을 넣은 이유가 바로 그기에 있을 것이다. 이렇게 걱정해주는 삼촌벌인 남전스님에게 예 고맙습니다 이렇게 걱정을 해주시어 그 정을 다 아시고 이렇게 한 소리를 한다.
[그러자 대사는 세 번을 내리 두드렸다.]
고마움의 표시로 세번을 두드렸다. 이것은 바로 숙질스님 걱정하지 마십시요 다 세상사 인연지 소생인데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아 그렇지 언제나 이 삼신부처는 항상 변함없으니 시절 인연을 기다립니다. 하시면서 웃고 계신다. 그렇게 유람을 하고 다니다 결국 관찰사 배휴를 만나 법을 펴기 시작하였으니 세상사 모든 것이 인연이 어떻게 지어지느냐에 따라 큰 이름과 족적을 남기기도 하고 무명 납승으로 그 이름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우리곁을 왔다간 큰 스님들은 그 수를 해라리지 못한다. 왜 납승들은 그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그들의 무위행(無爲行)이기 때문이다. 선어록에 나오는 스님들의 명호를 보라 법명이 아니라 그 스님이 법을 설한 지명이름으로 다 전해 온다. 마조 벽장 황벽 임제 모두 법명보단 지명으로 그냥 그렇게 어디에서 어떤 납승이 그렇게 법을 펼쳤다. 바로 그 일승법을 설한 그 법만 전해 온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명색을 벗어난 선승이기 때문일 것이다. 황벽스님도 배휴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 흔적도 없었을 것이다. 이 완릉록도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인데 그래도 발심한 한 거사인 배휴를 만나 이렇게 후인의 길잡이가 되고 깨달음을 노래한 황벽스님이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가.
***본불본락(本佛本樂) 하옵소서! ()()()***
***화엄동산에서 원오스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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