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처음

장백산-1 2015. 2. 10. 11:49

 

 

 

 

나눔뉴스님(www.nanumnews.com)향기메일입니다.

 

 

 

처음


암평아리라고 믿었던 녀석의 머리에서
젖니처럼 볏이 돋았다.
발톱이 여물고
정수리에서 맨드라미 꽃잎이 비칠 때쯤
목을 다듬기 시작했다.
모가지를 쭉 늘리고 소리를 뽑는데 끄륵끄륵 울음이 끓었다.
귀가 거북한 음치였다.
목청이 트여야 어른이 되는 거라고
할머니는 모이를 한 줌 마당에 뿌리셨다.
수시로 흘러내리던 울음이 빳빳해지더니
어느 순간 횃대에 앉았다.
수탉이 울음을 완성했다. 모처럼 후련한 완창이었다.

- 마경덕, 산문 '처음' 중에서 -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습니다.
서툴고 어설픈 때,
낯섦과 두려움이 동시에 마음을 짓누르던 때.
그 처음을 인내한 덕에 병아리가 음이 트이고
홰를 칠 수 있는 것이지요.
처음을 잊고 누구나 완벽하듯이 다그치고 충고합니다.
지금 처음인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줘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