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만들어내는 것들
세상, 삶을 생중계하는 해설자, 생각/마음
인도순례 중에 한 3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 한 한국 남자분을 만나 며칠 동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 하루 종일 옆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여행지에서마다 어김없이 곁에서 나도 뻔히 보고 있는 눈앞의 모습을 곁에서 생중계를 하듯이 하나하나 중계방송을 해주 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런 벗과 24시간을 함께 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아니 이런 친구와 평생을 함께 살 면서 그 끝 없는 소리의 홍수를 온종일 받아줘야 한다면 또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가만 生覺해 보면, 우리의 삶에도 제가 우려하던 바로 그 상황이 놓여있습니다. 끊임없이 떠들고, 재잘대고, 수다를 떨며 단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精神없는 그런 친구와 우리는 사실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한 방을 함께 쓰는 룸메이트 정도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와 一平生 동안 한 몸을 함께 쓰고 있는 바디메이트(bodymate)가 나의 內面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바디메이트가 무엇일까요? 그 친구는 바로 우리 內面에서 활동하는 ‘生覺’ '마음'입니다. 生覺은 도무지 잠시도 조용히 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계속해서 意味 없는 소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지요. 심지어 명상을 하려고 고요히 앉아 있는 瞬間에조차 어김없이 찾아와 지껄여 댑니다. 흡사 축구 중계방송을 보고 있는 듯 우리 內面에는 눈앞의 現實, 삶, 世上을 설명해주는 생중계 해설가인 生覺/마음이 끊임없이 活動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 한 가지는 이런 우리 內面의 목소리인 마음/생각이 해주는 중계해설이 그다지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內面에서 발생해서 올라오는 생각 마음이라는 소리는 ‘있는 그대로의 世界, 삶, 現實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內面에 쌓인 온갖 生覺, 判斷, 價値觀, 槪念, 觀念, 過去의 經驗情報 등에 걸러서 自己 方式대로 세상, 삶, 현실을 解釋하고 判斷함으로써 色眼鏡이라는 온갖 생각, 관념, 개념, 가치관, 과거의 경험정보에 걸러진 세상, 현실, 삶만을 말하는 習慣性이 있습니다.
현대 신경과학자들도 이러한 世上에 대한 ‘해석자’의 존재인 생각, 마음을 認定하는데 그들은 그 해석자 가 腦의 왼쪽 대뇌반구에 있는데 그 해석자인 생각, 마음의 이야기는 眞實을 歪曲하며 信賴하기 힘든 特性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인간의 왼쪽 대뇌반구는 眞實과 一致 하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를 꾸며내는 傾向이 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神經生理學者 칼 프리브램은 원숭이가 받아들이는 視覺情報가 大腦視覺皮質로 바로 보내지는 게 아니라 頭腦의 다른 領域을 거쳐서 일단 여과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人間도 마찬가지임이 證明 되었고, 심지어 어떤 연구에서는 우리가 세상, 현실, 삶을 보는 內用의 50% 이상은 實際 눈으로 들어온 視覺情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生覺과 욕망과 기대로부터 짜깁기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 다. 이 말은 우리가 어떤 現實을 눈으로 분명히 보고있다고 할지라도 事實 반 이상이 歪曲된 情報라는 것 을 말해줍니다.
이처럼 生覺은 ‘있는 그대로의 現實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 주는 게 아니라 우리 內面의 潛在意識에 記錄 貯藏되어있던 모든 觀念, 개념, 편견, 경험정보 등을 섞어 現實에 대한 한없이 歪曲된 說明만을 늘어놓고 있는 것입니다. 이 事實이 바로 우리와 함께 平生을 살고 있는 우리 內面의 ‘生覺’의 實相입니다. 그러니 生覺이 속삭이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한 生覺이 올라올 때, 그 生覺이 곧 나라고 믿 을 것도 없습니다. 그건 내 生覺도 아니고, 진짜도 아니며, 그저 因緣을 따라 오고 가는 바람과 같은 幻想. 幻影일 뿐입니다. 그러니 生覺에 깊이 관여하지 마세요. 그럼으로써 보다 명료하게 깨어있을 수 있습니다.
생각을 지켜보는 者
마음이 속삭이기 시작합니다. ‘이 사람이 왜 이리 늦지? 혹시 교통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지? 아닐 거 야. 술 잔뜩 먹고 취해서 오다가 길에서 쓰러져 자나? 아니면, 예전에 빨래 하다가 본 와이셔츠에 여 자 루주자국이 있었잖아? 혹시 이놈이 다른 여자하고 바람피우고 나쁜 짓 하는 것은 아닌가? 에이 설마, 그럴 위인도 못돼! 아니면 왜 이리 늦는 거지? 아!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 몰라 몰라 생각 마음이 복잡해...’
그러나 남편이 늦어지는 이 상황, 그냥 있는 그대로의 現實은 남편이 그저 늦게 오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內面에서 발생해서 올라오는 生覺, 마음은 끊임없이 부인이게 속삭이며 남편을 살리고 죽이기를 반복하고, 교통사고에서 바람피우는 사람으로까지 몰고가고 生覺이 일어 날 때마다 심장은 두근반 세근반 발작을 일으킨다.
우리의 생각 마음은 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現實, 삶, 世上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過去 에 經驗된 情報와 偏見, 觀念, 槪念, 生覺 등을 있는 그대로의 世上에 덮어씌운 채로 自己 方式대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歪曲하고 解釋하고 判斷해서 마음의 괴로움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意識이 經驗하고 있는 지금 여기 우리 눈앞의 現實, 세상, 삶은 있는 그대로의 現實 그 自體가 아니라 生覺 마음 自身의 方式대로 우리 內面에 창조해 놓은 고정불변하는 독립된 실체가 아닌 허깨비 꿈 신기루 물거품 이슬 그림자 번개 같은 가짜 현실, 삶, 세상입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의 意識은 저마다의 생각 마음이 만들어낸 꿈, 환상, 환영 같은 가짜 세상에 살고 있고, 저마다 가짜 세상을 보는 필터, 잠재의식, 관념, 개념, 색안경을 갖고 있습니다. 필터, 색안경, 생각의 틀인 고정관념, 개념, 가치관, 잠재의식을 근사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그것들 또한 內面에 만들어진 虛想일 뿐입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우리에게 생기는 삶, 현실의 모든 문제는 사실 고정된 실체가 있는 實際的인 문제가 아니라 단지 內面에서 生覺이 만들어낸 거짓된 虛構요, 마음의 헛된 연극일 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生覺 마음이 內面에 만들어내는 虛妄한 연극과 소란스런 창조 행위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 解答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저 無視하면 되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의 意識은 內面에서 생겨 올라오는 목소리, 생각, 마음을 ‘나’, ‘나의 생각’이라고 錯覺하기 때문에 그 생각, 마음, 내면에서 발생해서 올라오는 목소리를 無視하지를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內面 에서 발생해서 피어오르는 목소리, 생각 마음이 ‘나’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 마음은 나가 아닙니다. 우리라는 존재의 근원, 텅~빈 바탕 공간, 그저 거기 內面에서 무슨 소리가 끊임없이 지껄여지고 있을 뿐인 것이지요.
그러면 나는 진짜 누구일가요? 그 生覺이 나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生覺을 지켜보는 者’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意識은 그런 生覺들이 內面에서 끊임없이 발생해 올라오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까요? 內面에서 생겨나 올라오는 목소리, 생각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고요히 앉아 內面에서 발생해 올라오는 生覺을 지켜보면 그 생각 마음은 힘을 잃고 침묵하기 시작합니다.
왜, 內面에서 발생해서 올라오는 생각, 마음을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요? 이 몸을 함께 쓰고 사는 이 生覺 마음이라는 바디메이트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 생각인 幻想이라는 녀석이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그 녀석의 꿍꿍이 짓에 우리 意識이 속아넘어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意識은 지금 까지 환상이라는 마음, 생각이라 는 幻想이 허망하게 온갖 연극과 목소리를 지어내며 우리의 意識을 조종하고, 內面에 꿈, 허깨비, 신기루, 물안개, 그림자, 번개, 아지랑이 같은 거짓된 허구적인 가짜 世上, 삶, 現實을 창조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生覺 마음이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意識을 속이고 휘두르면서 主人 노릇을 해 왔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저 무방비로 아무 대책도 없이 생각, 마음이 하는대로 힘없이 속박당하고 휘둘리는 삶을 살아 온 것입니다.
이 꿈 같은 사실을 제대로 이해 했다면 이제는 內面에서 발생해 올라오는 幻想일 뿐인 생각 마음의 감옥 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지요. 환상인 생각 마음이 나의 意識을 속여서 꿈 허깨비 신기루 그림자 아지랑이 물거품 같은 가짜 세상, 삶, 현실을 內面에 만들어서 내 意識을 그 가짜들에게 속아넘어가게 해서 속박하 고 휘둘러 왔다는 사실을 分明히 알았다면, 당장 지금부터 환상이라는 생각 마음의 감옥 거기에서 우리의 意識, 精神이 벗어나야 합니다. 벗어나려면 內面에서 발생해서 올라오는 목소리, 생각 마음이 무슨 꿍꿍이 짓을 벌리고 있는지를 確實하게 지켜보고 分明하게 알아차려야 합니다.
분명하게 알아차리려면 두 눈 똑바로 뜨고 의식 정신 똑바로 차려서 생각 마음이 하는 짓을 똑똑히 지켜봐 야 합니다. 지켜봄으로써 생각과 생각 사이에 텅~빈 空間이 생겨나고, 그 空間이 점점 더 커지면서 우리의 內面, 根源, 텅~빈 본바탕 空間意識 하나,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의 現存은 점차 고요해져서 사랑 자비, 광명, 번뜩이는 직관과 지혜로 충만한 채로 무한하게 宇宙 全切를 물결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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