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곧바로 바다이다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바다 위에 인연 따라 파도가 치듯, 세상, 현실, 삶이란
바다 위에서 파도치는 물결, 물거품에 불과하다. 이 세상 온갖 존재가 펼쳐서 드러내는 울고 웃는 삶의 스
토리가 다만 바다위의 ‘파도’일 뿐이다. 파도는 本質, 根源이 아니다. ‘하나의 바다’만이 참된 本性일 뿐이다.
바다와 파도의 비유는 禪에서 人間의 本性과 宇宙의 實相을 설명할 때 종종 사용되는 비유다. 하나의 바다
가 있고, 그 바다 위에는 바람이 불어옴에 따라 파도가 친다. 날씨가 좋을 때는 파도가 잔잔하고, 날씨가
거칭어 바람이 심하게 불 때는 파도도 따라서 거세진다. 그러나 파도가 잔잔하든 거세게 몰아치든 바다의
深淵은 언제나 고요하다. 파도는 인연 따라 끊임없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지만, 바다는 언제나 한결같이
그렇게 움직임이 없이 고요하게 있을 뿐이다.
내 몸과 내가 일으키는 시비 분별하는 마음, 생각, 감정, 욕망, 의식, 그리고 세상과 세상 속의 온갖 사건들
은 바로 이 파도와 같은 것일 뿐이다. 인연 따라 ㅏ다위에서 파도가 치듯, 인연 따라 이 세상으로 행복한
일도 괴로운 일도 일어난다. 좋고 나쁜 온갖 감정들도 일어났다 사라지고, 사업도 성공했다가 실패한다.
존재 또한 태어났다가 죽는다. 이 세상 만물 이 모든 것들은 이처럼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가는 것일
뿐이다. 生老病死, 成住壞空, 生住離滅 즉, 형성, 지속, 파멸, 텅~빔이라고 하듯이 생겨난 것은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變化하고 온갖 풍랑과 우여곡절을 겪다가 때가 되면 사라진다. 이 모든 것이
바로 하나의 파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파도를 나(자아)로 여긴다. 거센 파도가 치듯, 거센 화나 욕망이 몰아칠 때는 그 감정에 빠져
사로잡힌다. 실패하고 성공할 때마다 울고 웃기를 반복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 그 모든 것을 진짜라고
믿고 여기고, ‘나’라고 믿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오고 가는 모든 것들은 진짜가 아니다.
나도 진짜가 아니고, 내 마음도, 감정도, 생각도, 욕구도, 화도 진짜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도,
이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도 진짜가 아니다. 다만 파도일 뿐이다.
파도는 진짜가 아니다. 파도는 인연 따라 생겼다가 인연 따라 사라지는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일
뿐이다. 파도는 독립적이고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 파도의 바탕 本質인 바다만이 眞實하다. 파도가
아무리 거세게 몰아치든지 고요하든지 상관 없이 바다는 한결같이 그 자리에 변함 없이 있다. 바다는 變
하지 않는다.
인간은 그동안 파도를 나(자아)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파도의 모양에 따라 울고 웃기를 반복하며 살았지
만, 우리들, 우주만물의 本性은 파도가 아닌 바다다. 그 어떤 울고 웃을 일들이 일어나더라도 바다는 아무
影響도 받지 않는 것처럼, 우주만물의 本性은 겉모습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주만물의 本質은 오고
가는 파도가 아니라, 그 파도의 배경에서 언제나 한결같이 항상하는 바다일 뿐이다. 파도가 내가 아니라,
바다가 진짜 나다. 평생 파도만 보며 울고 웃지 말고 배경의 바다를 확인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공부요
선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라고 여기는 모든 것은 파도일 뿐이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파도일 뿐이다.
내 삶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건들 또한 파도일 뿐이다.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감촉 느끼며
생각할 수 있는 六根의 모든 對相도 전부 파도다. 六根도 파도고, 六境도 파도며, 五蘊 十八界가 전부
파도일 뿐이다. 나도 너도, 우주도 전부 파도다.
바다는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다. 바다는 六根의 대상이 아니다. 보고 듣고 맛보고
감촉하고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生覺과 妄想 分別 너머에서만 곧장 이 세상 이 모든 것이 파도
가 아닌 바다였음을 다만 確認할 수 있을 뿐이다. 禪수행이란 바로 그동안 파도가 나라고 錯覺해서 굳게
믿던 삶, 현실, 세상을 돌이켜 파도가 곧바로 바다임을 곧장 확인하는 마음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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