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세상을 보는 어이없이 잘못된 방식
만약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 아름다운 일출이며, 히말라야의 설산이며, 난생 처음 보는 온갖 다양한
풍경을 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特異한 점은 이 사람은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그 풍경 자
체를 보고 감동하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을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서 현상되고 인화된 그 사
진을 보면서 감동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현실을 이렇게 자신의 멀쩡한 두 눈으로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사진기의 필터를 통해서 찍은 사진만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진이 잘 나오면
좋아하면서 감동하고, 사진이 잘 안나오면 실망합니다.
그런데 이 사진기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진기가 어떻게 작동
하느냐에 따라서, 또 셔터스피드와 조리개를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서, 혹은 어떤 필터를 쓰고 어떤
렌즈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풍경도 다르게 찍어냅니다. 현실에서는 매우 아름다운 풍경이지
만 사진기가 아름다움을 담아내지 못할 때도 있고, 현실에서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 풍경이지만 사
진에는 아주 아름답게 담기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사람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현실에는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사진기에
찍혀 나오는 사진에만 관심이 있지요. 카메라로 찍은 그 사진만이 진짜 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
다. 현실이 진짜 아름다운지 아름답지 않은지는 전혀 관심 밖이고, 오로지 사진기에 찍힌 현상된 사진
만이 관심 대상입니다. 이런 사람이 진짜 있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하고 어이가 없겠어요.
그런데 아무리 眞實을 얘기를 해 줘도 이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렇게 사진기 속의
필터를 거쳐서 찍힌 사진만을 진짜 現實이라고 믿고 보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 眞實을 이해를 못합니다.
이런 사람, 참 답답하죠? 그런데 이 답답한 사람이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고, 우리들입니다.
저 사람은 사진기로 찍은 사진만을 보듯, 우리들 또한 우리 안에 分別心이라는 필터에 걸러진 왜곡된
現實만을 보는 것입니다. 우리 안의 分別心, 分別意識, 알음알이(識)이라는 필터는 마치 사진기의 다양
한 렌즈나 필터와 같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다양하게 왜곡(歪曲) 해주는 필터입니다. 알음알이(識)
분별심 분별의식이라는 필터를 거치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왜곡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음알이(識) 분별심 분별의식이라는 필터에 걸러진 왜곡된 현실 그것이 전혀 왜곡된 현실이라고 여기
지 않고, 그 필터를 거친 왜곡된 현실이 진짜 현실이라고 여기고 믿게 됩니다.
우리 인간의 分別心 알음알이(識) 분별의식이라는 필터는 主로 過去에 經驗한 記憶에서부터 흘러나오는
是非 分別하는 生覺 마음 意識이고, 남들과 나를 比較함으로써 비교우위인지 비교열등인지를 귀신같이
判斷해내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에 취직해서 월급으로 300만원을 받았을 때 있는 그대
로의 純粹意識이라면 그저 300만원을 받았을 뿐입니다. 300만원이라는 그 금액은 많고 적은 어떤 比較
對相은 아닙니다. 그런데 내 分別心은 나와 비슷한 친구가 400만원, 500만원을 받았던 過去의 記憶을 떠
올려서 내 월급은 적고 그래서 나는 능력도 없고 돈도 잘 못 버는 사람이라고 規定지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해석과 규정이 진실이라고 믿어 버립니다.
그러나 事實 그런 해석과 규정은 眞實이 아니죠. 다만 내 분별의식이라는 분별심이 만들어낸 허망한 해석
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 해석과 규정은 전혀 진실된 것이 아니지만, 우리는 그것을 진실되다고 믿기 때문
에 자신의 삶이 괴롭다거나 행복하다고 해석하며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행복하다거나 괴롭다고
여기는 모든 순간,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 자체가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이 아니라, 내 分別心이라는
필터가 그렇게 왜곡되게 해석한 것일 뿐입니다. 分別로써 걸러서 바라보는 分別心이라는 필터를 내려놓고,
그저 직접적으로 삶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왜곡된 解釋이나 分別이 없을 때 오히려 좀더 존재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게 됩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생동하는 현실을 직접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랬을 때 비로소 어느 순간, 단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아무런 分別도 없이 직접 이 世上의 本質을 바라보는 見性 체험도 가능해 질 것입니다.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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