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찬성○명 · 반대○명 · 중립○명
정해놓고..
국민연금 투자위, '삼성 합병' 각본회의
나성원 황인호 정현수 입력 2016.12.29 04:02
특검 '찬성 외압' 진술·문건 확보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마스크에 수갑을 차고 수의를 입은 모습으로 28일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 시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영희 기자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관리공단 내부 투자위원회 회의가 사전 시나리오에 맞춰 진행된 정황이 포착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회의 전 찬성과 중립, 기권 등에 대한 투표수도 정해놓은 상태에서 표결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배후를 추적하는 중이다. 당시 회의가 찬성을 위해 외관상 절차만 갖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로부터 “‘(찬성 가결이)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상부의 압력을 받고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지난 21일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이후 신승엽 리스크관리팀장 등을 불러 이런 취지의 진술을 다수 받아냈다고 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회의를 주재했던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위원들 의향을 미리 파악, 복지부 측에 올린 정황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홍 전 본부장이 회의 전 위원들에게 찬성을 독려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본부장은 26일부터 이틀 연속 조사받으면서 “복지부로부터 찬성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이런 일련의 흐름을 연출하는 데 청와대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에 결정적 역할을 한 투자위 회의는 지난해 7월 10일 열렸다. 위원들은 찬성 8표, 중립 1표, 기권 3표로 합병에 찬성했다. 찬성이 과반을 넘으면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특검팀은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안건을 내부 투자위 단계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 그는 합병안이 외부 전문위로 넘어가면 찬성 결정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보고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합병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 등에 대비, 2∼3개의 추가 시나리오도 만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국민연금과 복지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이런 내용의 문건들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 깊이 개입한 문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시45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구치소 수감 5시간 만에 다시 불려나와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이르면 29일 문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외압의 진원지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었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그 연결고리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27일 직권남용 혐의로 조사받았다.
특검은 29일 삼성의 최순실씨 일가 부당 지원 과정에 연루된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한다.
글=나성원 황인호 정현수 기자 naa@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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