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오늘(17일) 구속됐습니다. 삼성 총수가 구속된 것은 1938년 삼성 창립 이래 처음입니다.영장 재청구 끝에 결국 이 부회장을 구속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번 수사의 정점인 박 대통령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검, 삼성의 '철옹성' 깨다법원이 17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삼성이 최 씨 측에게 제공한 돈과 박근혜 대통령 직무와의 관련성, 대가 관계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심사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 ·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입니다.이 부회장이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 씨와 공모한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입니다.삼성 계열사가 최 씨 측 법인과 계약하거나 이들에 자금을 제공한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대가였다고 특검은 보고 있습니다.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일관 되게 '최 씨 일가 지원은 박 대통령의 사실상 강요에 따른 것이며, 삼성은 피해자였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이 부회장의 구속은, 법원이 삼성의 주장보다는 대가 관계가 있었다는 특검의 판단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재판부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습니다.박 사장은 이 부회장의 단순 대리인 정도의 역할만 한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1·2차 영장 청구…무엇이 달랐나
1, 2차 구속영장 청구를 비교해 보면, 뇌물의 규모나 기본적인 논리구조는 동일합니다.하지만 특검은 그간 보강수사를 통해 첫 영장 청구 때의 '삼성이 최 씨를 지원한 대가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는 논리를 더욱 탄탄히 다졌습니다.우선 특검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명마 구매를 둘러싼 삼성의 우회지원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쳤습니다.무엇보다 특검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 과정을 둘러싸고 삼성의 전방위적인 로비와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파고들었습니다.공정거래위원회가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도록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1천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가,청와대 측 압력으로 500만 주로 줄였다는 의혹입니다.특검은 공정위를 중심으로 추진됐던 중간금융지주회사법도 살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은 공정위를 압수수색해 관련 정황을 파악했습니다.특검의 이 같은 논리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과 박 대통령-최 씨 간의 차명폰 통화내역 등의 추가 증거가 새로 확보되면서 뒷받침됐습니다.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을 이끌어낸 '스모킹 건'은 바로 39권 분량의 안 전 수석 업무수첩이었다고 특검은 밝혔습니다.특검은 이 수첩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관련해 삼성의 전방위적인 로비와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점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여기에 국정농단 사건 폭로 이후, 삼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명마 블라디미르를 사준 새로운 정황도 찾아냈습니다.이 같은 보강수사를 바탕으로 특검은 정밀한 증거를 제시하며 영장을 재청구했던 겁니다.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기존에 제기됐던 뇌물공여 · 횡령 · 위증죄에 더해, 최 씨 지원을 위한 자금 집행을 정상적인 컨설팅 계약 형태로 꾸민 행위를 두고 범죄수익은닉 · 재산국외도피 혐의까지 추가했습니다.■ 탄력받는 검찰 수사…박 대통령 향한다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박 대통령-최순실 씨-이 부회장이 얽힌 뇌물 혐의 규명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당장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특검 수사 기한 연장에 탄력이 붙을 거란 관측이 나오고, 향후 탄핵심판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박 대통령이 받는 주요 혐의 중 하나인 뇌물수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기 위해 무산된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의 구속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검 수사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대통령 측은 미르재단 등의 설립과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은 전혀 인과 관계가 없다는 논리로 특검의 뇌물죄 공세를 정면 반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이 부회장의 구속은 법원에서 유무죄를 판단한 것도 아니며, 탄핵 심판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박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됐을 당시,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근거'라며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