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끝 – 김현승
거기서 나는
옷을 벗는다.
모든 황혼이 다시는
나를 물들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끝나면서
나의 처음까지도 알게 된다.
신(神)은 무한히 넘치어
내 작은 눈에는 들일 수 없고,
나는 너무 잘아서
신의 눈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무덤에 잠깐 들렀다가
내게 숨막혀 바람도 따르지 않는
곳으로 떠나면서 떠나면서,
내가 할 일은
거기서 영혼의 옷마저 벗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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