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선언부터 남북 정상회담까지..
숨가빴던 비핵화 여정
김성진 입력 2018.04.11. 07:53
'新 베를린 선언'에 이은 '평창 구상'
김 위원장 신년사..평창 구상 탄력
코리아 패싱에서 한반도 운전자로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 이날 이른바 '신(新) 베를린 선언'을 통해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이행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 추구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 등을 5대 정책과제를 내세웠다.
이로부터 10개월 뒤인 2018년 4월27일,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국제사회는 2007년 10월 4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이뤄지는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 간의 대화에서 한반도의 '운명의 봄'이 열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7년 지난해까지 남북 관계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이후에도 한반도 정세는 줄곧 살얼음판의 연속이었다.
정부는 2017년 7월 베를린 선언에 이어 같은 달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군사회담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그 사이 북한은 6차례 미사일 도발과 1차례 핵실험을 강행했고, 북·미는 전례없는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정세는 점점 위기감이 고조됐다.
북한이 남한과 대화를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상황 속에서,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구상은 '코리아 패싱'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해야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쾨르버 재단 연설 이후에도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이끌어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고 북핵문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평창 구상'을 계속 발전시켜 왔다.
그에 앞서 지난해 2017년 6월에는 북한 장웅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참가한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 개막식에서 북한에 평창 올림픽 참가를 제안하며, 남북관계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2017년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한반도 무력충돌 불가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 주도적 해결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북한 도발 단호한 대응 등 다섯 가지 원칙을 강조하며, 다시 한번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밝혔다.
이후 남북 관계의 극적인 변화의 시작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2018년 1월1일 육성 신년사에서 비롯됐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대표단 파견 등이 시사하면서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탄력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왔다.
신년사 이틀 뒤인 2018년 1월3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남북 간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하고,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같은 구상은 조금 더 현실성을 가지게 됐다.
판문점 연락채널이 개통된 다음 날인 2018년 1월 4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 결정을 내리면서 평창 올림픽의 평화 개최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 같은 평화무드는 2018년 1월9일 남북고위급 회담으로 한층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당시 남북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남북 교류 협력 활성화, 기존 남북 선언 존중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채택하기 이른다.
본격적인 대화국면의 조성은 지난 2018년 2월9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으로 시작됐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 명의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이어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방남(訪南)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급 대표단은 문 대통령에게 북미대화에 용의가 있음을 밝히면서 남북 대화에 이어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옮겨갔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으로 잠시 꺼지나 싶었던 '대화 모멘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끈 대북특사단의 2018년 3월 5일 방북(訪北)으로 또다시 전기를 마련한다.
정의용 실장 등 대북특사단은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 설치 ▲한반도 비핵화 의지 ▲북한의 북미 대화 용의 ▲대화 기간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 평양 초청 등의 내용을 담은 언론발표문을 가져왔다.
이후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대북특사단 일행은 미국에서 지난달 2018년 3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깜짝선물'을 전달하기에 이른다.
정의용 실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2018년 5월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하면서 남북 ·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3자 회담의 기대감까지 높이게 됐다.
아울러 정부가 특사 외교를 펼치며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끄는 '운전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청와대는 현재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인 평화정착 ▲남북 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 등 3가지를 전제로 대화의 기본적인 방향을 조율해 가는 과정이다.
이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도 그동안 수차례 '비핵화'를 언급한 만큼,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6자 회담 복귀의사를 밝히면서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한 방정식은 이전보다 복잡해진 상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 역시 6자 회담 테이블에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할 '아군'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명의 봄'을 이끌기 위해 어떤 '담대한 여정'에 오를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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