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예술이나 공연에 열광하는 이유? - - 법상 스님
얼마전 방영된 프로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천재적인 뮤지션들을 모아 '슈퍼밴드'를 만드는
TV프로가 있더군요. 그 TV프로를 보면서, 이렇게 대단하고 재능있는 젊은 뮤지션들이 많다는 것에
한 번 놀라고, 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대하는 것을 보며 또 한번 놀랐습니다.
재능있는 젊은 뮤지션들이 음악과 악기와 완전히 하나가 되어 연주하는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오
더군요. 이럴 때 사람들은 보통 저 사람은 대단하고 특출한 능력을 태어날적부터 타고났다고 여겨서,
그렇게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평범한 나를 보며 그들과 비교를 합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의
재능을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함께 누리지 못하고, 곧바로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하는 마음,
즉 분별심(分別心), 분별을 하는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허망하고 헛된 실체가 없는 분별심, 망상,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재능있는 젊은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음악과 하나가 되어 감상하고, 그 뮤지션의 연주를 무분별심으로 하나되어 듣게
되면, 그 순간 그 음악과 그 연주자와 내가 하나가 됩니다. 그 순간은 그 어떤 분별 나뉨도 없이 그
음악과 연주자와 나 이 셋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사는 이 세상은 사실이 둘로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임'의 진실한 세계, 일진법계(一眞法界)
라는 하나일뿐인 진실한 진리의 세계입니다. 음악과 연주자와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 그것은 사실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부분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음악을 기가막히게 연주하는 능력은 상대방의 재능이지만, 둘로 나눠질 수 없는 하나뿐인 이 우주
법계에서는, 너와 나의 차별 분별이 없습니다. 물질적인 현상이건 정신적인 현상이건 이 세상 모든
것은 마치 바다 위에 아주 잠시 잠깐 드러난 물결같은 것일 뿐입니다. 바다 위에 출렁이는 물결들이
전부 다 그대로 바다이듯이, 그 재능 있는 뮤지션들의 연주를 온전히 어떤 분별없이 듣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임의 바다로 젖어들고, 그 때 나의 또다른 모습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또다른 나를 만나는 것이지요. 그러기 때문에 내가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푹 빠져들어 공명
(共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음악과 연주자와 악기와 내가 본래 나였기 때문에 공명(共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타인의 잘하는 점에 대해, 타인의 놀라운 재능에 대해 나도 함께 수희찬탄(隨喜讚歎)하며 축하
해주고, 함께 내 일처럼 기뻐해 줄 지언정, 남이 잘하는 것을 질투하거나, 그와 비교되는 나를 보고 내
자존감을 떨어뜨릴 필요는 전혀 없는 겁니다.
남이 잘하는 그것을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줄 때, 그것이 곧 내가 잘하는 것이 됩니다. 내가 나를 만나는
것이 되고, 알려지지 않았던 나의 진실의 부분과 하나가 되는 순간인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예술을
찾고, 공연장을 찾아 열광하는 것일 겁니다. 그곳에서 또 다른 본연(本然)의 나를 만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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