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개고(一切皆苦), 무상(無常) 무아(無我)는 괴로움(苦)이다 - 삼법인(三法印) 강의(10)
괴로움이란 즐거움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내 뜻대로 내 생각대로 내 마음먹은 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 즐거움을 느끼고 내 마음먹은 대로 내 생각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괴로움을 느낀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되면 행복,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불행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것을 원하는가. 언제까지나 영원히 항상(恒常) 하는 것을 원한다. 나라는 존재가 영원히 항상 하기를 원하고, 내 소유물이 항상 하기를 원하며, 내 가족이 항상 하기를 원한다. 내가 빨리 죽기를 원하거나, 내 돈, 내 소유물, 내 지위, 내 권력, 내 가족, 내 이웃들이 항상 하지 않고 빨리 없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항상 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들이 고정된 실체가 있어야 한다. 모든 것들이 변하지 않고 실재적으로 존재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언제까지고 내 곁에 붙잡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이치와 제법무아(諸法無我)의 이치에서 살펴보았듯이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항상 하거나, 고정된 실체로써 존재하는 것은 없다. 이세상 모든 것은 인연(因緣) 따라 생겨났다가 인연(因緣)이 다 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며, 끊임없이 인연(因緣) 따라 변해갈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실체가 없으며, 다만 그럴만한 인연(因緣)이 화합하여 잠시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일 뿐이다. 인연(因緣) 따라 생겨난 이 세상 모든 것은 실체가 없어 공(空)하고, 무상(無常)하고, 무아(無我 : 고정된 실체가 없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할 수도 없고,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도 없으며, 원하는 대로 자유 자재하게 살아갈 수도 없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모든 것이 항상해야 하고,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 주지 않는다. 이 세상은 단 한 순간도 쉬지않고 끊임없이 변하며 흘러간다. 어느 것 하나 그 자리에 머물러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로 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괴롭다.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내 생각대로 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괴로움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들은 무상(無常)이 아닌 상(常)을 원하고 무아(無我)가 아닌 아(我)를 원한다. 그런데 세상의 기본적인 속성은 무상(無常)이고 무아(無我)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괴로워 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항변할 것이다. 그래도 세상에는 내 뜻대로 되는 것도 많고, 즐거운 일들도 많은데 왜 하필 불교에서는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시키고 있는가 라고. 물론 세상에는 내 뜻대로 되는 것도 많고 즐거운 일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삼법인(三法印 :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의 가르침은 개별적인 사건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삶 전체를 놓고 설해진 가르침이다. 우리 삶의 수많은 즐거움들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본질적(本質的)으로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성을 만나 사랑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사람들은 또한 대학에 합격하거나, 멋진 직장에 취직하거나, 진급을 하거나, 좋은 친구를 사귀거나, 많은 돈을 벌거나, 좋은 집을 살 수도 있다. 우리 삶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것들은 넘쳐난다. 그러나 행복하고 즐거운 그 어떤 것도 그 순간의 즐거움을 전해줄 수는 있지만, 그 순간의 즐거움을 영원히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즐거움으로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변해가고 언젠가는 소멸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이 세상의 필연이다.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물론 행복한 순간을 누릴 수도 있지만, 헤어질 수도 있고, 그 사랑이 변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배신과 질투와 증오의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우리는 반드시 삶과 죽음이라는 이별의 강을 건너야만 한다.
돈, 명예, 권력, 직장, 집, 차, 친구, 가족, 친구, 친척 등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다 변하며 변화의 끝은 이별이고 소멸(죽음)이다. 사람은 생노병사(生老病死)하고, 물질은 생주이멸(生住異滅)하고, 우주는 성주괴공(成住壞空)하는 것이 이 자연(自然)의 이치이자, 삼법인(三法印)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사람들은 모두가 괴로움을 맞이하지 않을 수가 없다.
-법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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