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라

장백산-1 2024. 2. 21. 16:15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라


텅 빈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누구나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 처음 갓태어난 아기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때 사람들은 세상을 상대로 그 어떤 시비나 분별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새롭고 경외에 넘치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어제나 그제, 혹은 지금까지 살아 온 나이만큼의 세월 동안 내가 살아왔던 모습으로써 오늘을 똑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일은, 아니 조금 전의 일까지라도 모두 비워버리고 오직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로써 세상을 보라.

세상엔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야생적이며 자연적인 것들에게서는 똑같은 것을 찾을 수 없다. 진리와 합일하여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게서 똑같은 것이란 있을 수 없다. 같은 꽃이라 할지라도 똑같은 꽃은 없으며, 똑같은 기후조건 아래에서 자란 나무들 또한 똑같은 나무가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똑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전 인류의 시공을 통틀어 똑같은 모습과 똑같은 삶 똑같은생각을 가지고 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어제의 하늘은 어제의 하늘이었을 뿐 오늘의 하늘은 전혀 다른 별개의 하늘이다. 어제의 나무며 들꽃들과 오늘의 나무며 들꽃은 서로 같지 않다. 전혀 새로운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 날마다, 아니 매 순간순간 전혀 새로운 찰나 찰나가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이 세상의 본래적인 모습이며 진리 본연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사람들도 진리 본연의 모습을 따라야 하고, 그것은 바로 매 순간 순간을 전혀 새롭게 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깨달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아니겠는가.

어제의 관념으로 오늘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어제의 편견을 오늘까지 가져오지 말라. 지나간 과거에 만들어진 선입견으로 지금 여기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갓 태어난 어린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듯 전혀 새로운 텅 빈 시선으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것을 바라볼 때, 배울 때, 혹은 진리를 공부할 때, 과거에 배워왔고 익혀왔던 그것들을 가지고 듣고자 한다면 점점 더 진리와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참으로 진리를 알고자 한다면, 참되게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한다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을 보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법문을 들을 때도 혹은 책을 읽을 때도 그것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편견으로써 걸러 보며, 자신의 견해와 합당하는 것들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는 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참되게 읽은 것이 아니며, 다만 내 안의 신념을 강화시켰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펼쳐진 세상은 전혀 새로운 곳이다. 내 눈에 보여 지는 모든 대상들은 내가 처음 보는 것들이다. 눈이 내려도 항상 첫 눈이며, 사랑도 항상 첫 사랑일 뿐이고, 바람이 불더라도 항상 새로운 바람일 뿐이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늘상 행하던 일이라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그 일을 시작해 보라. 천진한 어린 아이가 되어 난생 처음 걷는 것 처럼 숲길을 거닐어 보라. 처음 보는 듯 피어나는 봄꽃을 바라보라. 평소 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깊이 바라보라.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때 매 순간순간은 기적과도 같은 진리의 순간이 될 것이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