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IMF가 올해 한국 GDP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 IMF가 한국정부의 대응에 대해 평가한 부분은 한국 정부의 설명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이기에 결코 수긍할 수 없으나, 적어도 정부나 한국은행, 정부 산하 연구소 또는 재벌계 연구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우리 연구소는 이 같은 경기 악화 가능성에 대해 여러차례 경고했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연구소는 이미 일주일 전에 우리 연구소가 유료회원들에게 발간하는 <경제시평>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는 약 -4% 안팎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일시에 끝나지 않고 내년에도 -1% 정도의 침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급속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왜 이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지 사태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2008년 4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5.6% 연환산으로는 -22.4%의 수치를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3.8%, 일본의 -5% 이상(전망치) 그리고 중국의 6.8%에 비해 상상을 초월하는 기록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올 경제성장 목표치를 8%로 잡은 것을 감안하면 작년 4분기의 6.8% 성장은 이에 1.2%가 모자란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중국의 작년 4분기 실질성장률은 -1.2%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가 다른 나라보다도 최소한 4배 이상이나 빠르게 주저앉고 있는데도 이명박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해 그저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22.4%의 성장률은 마치 구소련이 붕괴한 직후에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경제가 붕괴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 도대체 이명박정부와 정치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런가 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주가가 오른다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나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들 참으로 강심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 동시불황으로 경제성장률이 어느 정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만이 왜 유독 몇 배나 더 급격하게 붕괴되고 있는 것일까? 한국경제가 급격하게 붕괴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구조적 요인과 이명박정부의 정책 실패에 기인한다.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구조적 요인은 이야기가 장황해지니 생략하기로 하고 이명박정부의 정책 실패, 특히 환율정책의 실패에 대해 설명해보기로 하자.
이미 작년 10월에 우리 연구소는 <경제시평>을 통해 한국경제가 제2의 IMF 사태에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원/달러 환율 폭등은 머지않아 수요 감소와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생산이 멈출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왜냐하면 경기침체로 수출이든 내수든 수요가 줄어 가격은 올리기 힘들어지는 반면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수입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여 물건을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이다.
결과는 <경제시평>의 예견 그대로였다. 작년 4분기 실질성장률 -22.6%가 그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생산이 멈췄다는 것은 기업설비투자 기여도가 -7.2%, 재고투자 기여도가 -7.2%인 것에서 확인된다. 특히 재고투자가 격감했는데 이는 기업의 생산이 멈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수 기여도도 -9.2%로 격감했다. 원/달러 환율이라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면 내수기업들의 채산성 유지와 물가 안정으로 수요급감 완화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심화를 수출확대로 극복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3,40년 전의 사고방식 그대로인 것이다. 그래서 친기업정책의 슬로건 아래 고환율 정책을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추진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경기불황도 예견되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은 오히려 독약이 된다는 사실을 이명박정부는 전혀 몰랐다.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와 동시 불황에 빠지면 총체적인 수요감소로 인해 아무리 환율을 올린다 한들 수출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은 이미 1930년대 대공황 때 각국간 환율인상 경쟁 사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시 불황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가능한 한 환율을 안정시키고 수출보다는 내수확대에 주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지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일본의 아소 타로(麻生太郎) 총리는 내수확대를 통한 자율성 성장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역시 내수확대를 통해 위기극복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가 다 수출이 막혔기 때문에 나온 소리다.
그러나 이미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명박정부는 정권 출범부터 고환율 정책을 추진해왔다. 외환보유 사정이 어떻게 되는지조차도 전혀 몰랐다. 본 시평에서 일찍부터 지적한 것처럼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원인이 부동산대출 확대를 위해 국내은행들의 막대한 단기외화 차입에 기인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파산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리만브라더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자 국내 소비자물가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2008년 내내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을 했다. 당연히 내수가 급랭하고 고환율로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기업들의 생산도 멈출 수밖에 없다. 엄청난 환차익을 낸 수출 대기업조차도 수출감소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판에 내수 중소기업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정부는 정권 출범하자마자 오로지 부동산에만 올인 했다. 이명박정부에게 있어서 부동산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종교적 신화이자 이념 바로 그것이었으며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투기를 다시 조장하는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융위기 원인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버블 붕괴에 기인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명박정부에게 있어서 부동산은 법질서 유지라는 이름을 내세워 국민들조차도 공권력에 의해 죽여도 될 정도로 절대적 신앙 그 자체인 것이다. 한 마디로 세상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도 모르는 무식함과 탐욕으로 한국경제를 붕괴로 몰아가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는 어떤 명분으로든 어떤 이유로든 사법적 절차 없이는 또는 다른 국민들이 희생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공권력에 의해 자국민을 죽여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민사적 정책적 이해상충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는 이유로 공권력이 국민을 죽인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말이다. 사법적 절차나 다른 국민들이 죽을 수 있는 긴박한 상황 없이 공권력이 자국민을 죽이는 것은 국가살인이며 권력살인인 것이다. 박정희 정권도 유신헌법 법질서 유지라는 명분하에 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며 전두환 군사정권은 아예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민주화 정부가 출범된 지 15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똑 같은 소리를 되풀이 하고 있다. 법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국민들을 죽일 수 있다고 말이다. 심지어는 법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죽일 수 있다는 말투이다.
이명박정부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원/달러 환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면 그리고 부동산에 신앙적 신화적 가치를 두지 않았다면 기업들의 생산이나 내수가 이렇게까지 타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경제가 수직낙하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환이 고갈되어 상황이 다급해지자 그때에서야 대통령은 수출기업들에게 달러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며 미국, 일본, 중국 등으로 달러를 구걸하러 다녔다.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으려 했지만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부동산은 은행들의 부실과 맞물리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파국적인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경기는 수직낙하 하기 시작했으며 기업들의 대량 도산이 예고되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 미국경제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경제 추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자산버블 붕괴로 인해 금융위기와 경기불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미국경제는 마치 블랙홀과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동원한다고 해도 그저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버린 채 나오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재정확대 사업을 전개한다고 해도 소비와 생산으로 흘러 들어가기보다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버블 붕괴로 폭락한 자산가치 보전이나 과다부채 상환, 부실 내지는 손실 충당에 대부분 전용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 폭락과 손실 규모는 경기부양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한국경제는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에 비해 몇 배나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90년대 말의 IMF사태가 한국경제의 위기였다면 지금은 한국경제의 붕괴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가 붕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이명박정부가 국내외 경제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헛발질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대책 또한 제대로 된 것이 나올 리 없었다. 탐욕에 눈이 멀어 오로지 부동산에만 올인 했으며, 친기업정부라는 이름을 앞세워 고환율 정책이라는 치명적인 독약을 스스로 마셔버린 것이다. 그 독약에 내수와 기업들의 생산이 중독되어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한국경제는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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