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문의 쑈

여론조작보다 더 나쁜 거짓말, 청와대 이메일

장백산-1 2009. 2. 14. 12:52


  • 청와대 이메일, 여론조작보다 더 나쁜 거짓말

    분류없음 2009/02/14 08:29 유창선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랍니다."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이메일 가운데서)


    한 흉악범의 살인범행을 갖고 청와대와 경찰이 이같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니 경악할 일이다. 권력에 의한 여론조작의 음모와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다. 이같은 내용이 세상에 알려진 순간, 청와대와 경찰은 백배사죄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책임자들을 인책했어야 했다. 물론 철저한 진상조사가 따랐어야 했다.


    버티다 버티다 사실 인정한 청와대


    그러나 이 명백한 사실을 청와대가 인정하는데 사흘이라는 시간이 걸려야 했다. 민주당 김유정 민주당 의원의 폭로가 있었지만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다. 이어서 <오마이뉴스>가 '청와대 이메일 지침' 전문을 입수해 보도했지만, 역시 "공식적으로 지침을 내린 적 없다"고 부인했다.


    ⓒ 오마이뉴스 전소현

    그러다가 사흘만에야 문제의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고 사실을 공식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행정관이 개인 이메일을 통해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개인 행위'로 결론 내렸다. 그리고는 구두경고라는 송방망이 징계로 사태를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청와대가 사실을 부인하며 기초적인 내용을 확인하는데 사흘을 끈 것이 정말 아무 것도 몰라서였을까. 이메일을 보낸 행정관을 불러다가 조사하면 한 시간이면 확인될 일을 갖고, 청와대는 시종 엉뚱한 얘기를 흘리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버텼다. 그래서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가 사실을 인정하기 전까지 경찰은 부인으로 일관했다. 문제의 이메일 수신자인 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청와대로부터 군포 연쇄살인 사건 홍보와 관련해 공문이나 전자우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 "청와대 쪽에서 입장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입장을 밝히기는 힘들었다"는 것이 거짓말의 이유였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 하지 말라


    한승수 총리의 국회답변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당초 김유정 의원이 질문에서 '문건'이라고 했는데 한 총리는 '메일'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한 총리가 이미 청와대 측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것이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그런데 한 총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제가 영어를 좀 한다. 외국에서는 '메일' 그러면 편지를 얘기한다."


    상식을 넘어서는 기발한(?) 답변이다. 설혹 한 총리가 말한 '메일'이 '이메일'이 아니라 '편지'였다고 치자. 그러면 '문건'을 물었는데 어째서 '편지'라도 답한 것인가. 한 총리 답변의 진실성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다.


    청와대의 이번 이메일 파문은 청와대의 도덕성을 의심케하는 놀라운 사건이다. 아무리 촛불을 막는 것이 다급하다 해도 연쇄살인사건을 이용해서 여론을 조작하려 하다니.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번 일을 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이다.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계속 사실을 부인하며 사안을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모습만 보였다. 그렇게 하다하다 안되니까 나중에야 사실을 털어놓는 꼴이 된 것이다. 그것도 행정관 개인의 행위로 규정하면서 말이다.


    권력이 이런 식으로 여론조작을 하겠다는 것도 나쁜 일이지만, 그 사실을 가리기 위해 청와대와 경찰이 거짓말을 했다면 그것은 더 나쁜 일이다. 후속 증거들이 나오고 보도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국민을 속이고 넘어갔을 것 아닌가. 이번 일을 처리하는 청와대의 모습을 보면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를 묻게 된다. 설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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