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문의 쑈

이준구 교수 " 내가 언론한테 당해보니..."

장백산-1 2009. 2. 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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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 "내가 언론한테 당해보니..."
번호 18643  글쓴이 다바라  조회 1371  누리 597 (597/0)  등록일 2009-2-13 20:35 대문 16 추천

한반도대운하, 녹색뉴딜 등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해온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번엔 언론에 호된 쓴소리를 했다. 자신이 최근 경험한 황당한 왜곡보도때문이다.

이준구 교수는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을 통해 지난 10일 서울대 신입생들을 상대로 한 자신의 특강이 어떻게 언론에 왜곡보도됐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강의현장에는 Y뉴스 기자 한명만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기자가 “이준구 교수, 서울대의 막장교육 비판”이라는 강의 내용과 전혀 다른 제목의 기사를 쓴 것을 알고 이를 시정조치했다.

문제는 다음날 일간지들이 앞서 Y뉴스의 시정전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특히 나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거의 모든 일간지가 마치 내 강의에서 직접 취재한 듯한 어조로 기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라며 "Y뉴스의 잘못된 보도를 그대로 베끼면 자신도 거짓말을 하는 셈인데, 그렇게 천연덕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최소한 그런 말을 했다는 나에게 확인이라고 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더욱 어이가 없다고 느낀 것은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다른데도 버젓이 싣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목과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 선정성을 노려 명백히 잘못된 제목을 버젓이 달아 놓는 강심장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당시 특강에서 '막장'이란 표현을 쓴 경위와 관련, "내가 그 강의에서 딱 한 번 ‘막장’이란 표현을 쓴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의 단순 주입, 암기식 교육이 바로 창의성 고갈의 원인이라고 말하면서, 농담조로 '그것은 시쳇말로 막장교육이지요'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 막장이란 말이 엉뚱하게 서울대학교 교육으로 옮겨가 붙어버린 것"이라며 "사건의 전말이 이러니 정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말해 내 특강에 대해 보도한 모든 신문이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지엽말단적인 것들을 제 맘대로 조립해 가공한 엉터리 기사에 불과했을 뿐"이라며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아주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그 혼을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꾸짖음으로 글을 끝맺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나는 보수, 중도, 진보 성향이라고 알려진 신문을 각각 하나씩 구독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이 세 신문을 펼쳐 보면서 그 세 신문의 보도 내용이 어찌도 그리 다를 수 있는지 경탄을 금치 못한다. 똑같은 사건을 보도하는데도 이 신문을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다가 다른 신문을 읽으면 생각이 다시 바뀔 지경이다. 신문사마다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느 정도의 객관성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념적 편파성은 우리 언론이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 중 하나다. 극도의 이념적 편파성 때문에 사실이 왜곡되고 이에 따라 여론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념적 편향성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언론이 허위를 진실로 꾸며 보도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의해 명예가 훼손되고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례를 숱하게 보아 왔다. 그러나 내가 직접 경험한 바가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그런 사실이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말한 내용이 거두절미 되어 언론의 입맛대로 각색된 상태로 보도되는 사례는 몇 번 경험한 바 있다. 그런 일을 경험한 뒤로는 가급적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방어본능이 발동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나는 우리 언론의 왜곡 보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거짓을 진실인 양 속여서 보도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대담성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은 비단 나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개인적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소상하게 그 전말을 밝혀 보기로 하겠다.

지난 2월 10일 나는 올해 우리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을 대상으로 80분짜리 특강을 한 바 있다. 내 강연의 주제는 대학생활, 특히 대학에서의 첫 1년을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의 문제였다. 한 사람의 선배로서 그리고 교수로서 대학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주려고 했다.

내가 그들에게 해준 말의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보람 있는 대학생활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첫 번째 과제는 공부와 공부 아닌 것 사이의 배분이다. 나는 공부에만 전력투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적 성숙을 위해서는 동아리 활동도 중요하고, 친구와의 교류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소홀히 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 이외의 활동도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공부를 한다고 할 때 전공과 교양 사이에서의 배분의 문제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가능한 한 교양과목을 많이 수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교육의 기본 목적은 교양을 갖춘 신사와 숙녀를 양성하는 데 있으며, 이 관점에서 본다면 교양이 학부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내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학부시절의 교양과목 수강은 아주 귀중한 재산이 될 수 있다.

내 강의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었으며, 그곳에 취재차 나와 있던 Y뉴스의 기자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부터 각 신문의 인터넷판에 나오기 시작하는 기사를보니 그게 아니었다. 거의 모든 신문이 “이준구 교수, 서울대의 막장교육 비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무슨 청천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이냐. 나는 사태의 원인이 Y뉴스의 잘못된 보도에 있음을 감지하고 바로 그쪽에 시정을 요구했다. 다행히 Y뉴스측에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곧바로 제목을 바꿔 달아 주었다.

나는 그것으로 문제가 끝난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일간지들은 거의 예외 없이 Y뉴스를 전재하는 형식으로 기사를 쓰면서도 제목만은 예전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새 제목은 선정성이 없어 매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왜곡된 제목은 다음 날 아침 배달된 일간지에도 어김없이 실려 있었다. 나는 서울대학교의 막장교육을 비판한 사람으로 만천하의 공인을 받게 된 셈이었다.

특히 나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거의 모든 일간지가 마치 내 강의에서 직접 취재한 듯한 어조로 기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Y뉴스의 잘못된 보도를 그대로 베끼면 자신도 거짓말을 하는 셈인데, 그렇게 천연덕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최소한 그런 말을 했다는 나에게 확인이라고 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진실을 말하지만 그 날 내게 확인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S일보 기자 단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신문은 모두 손톱만큼의 사실 확인도 없이 Y뉴스 보도를 그대로 베껴서 기사를 썼을 뿐이다.

더욱 어이가 없다고 느낀 것은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다른데도 버젓이 싣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제목대로 내가 서울대학교의 막장교육을 비판했다면 그 비판의 근거가 소개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기사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 근거가 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서울대학교의 교육은 외국의 명문대학교에 비해 손색이 없다.”라는 상반된 내용의 인용만 보일 뿐이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목과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 선정성을 노려 명백히 잘못된 제목을 버젓이 달아 놓는 강심장들이다.

진실을 말한다면 나는 그 강의에서 서울대학교의 교육을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외국의 명문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온 사람들이 증언하듯, 교육의 질 그 자체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대학교 출신의 세계적 학자가 적은 것은 대학에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창의성이 고갈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내 진단이 덧붙여졌다.

내가 그 강의에서 딱 한 번 ‘막장’이란 표현을 쓴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의 단순 주입, 암기식 교육이 바로 창의성 고갈의 원인이라고 말하면서, 농담조로 “그것은 시쳇말로 막장교육이지요.”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 막장이란 말이 엉뚱하게 서울대학교 교육으로 옮겨가 붙어버린 것이다. 사건의 전말이 이러니 정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Y뉴스를 그대로 베끼기는 뭐하다고 생각해 마음대로 각색한 신문도 우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막장이란 표현이 대학교육에 적용되는 것으로 각색해 기사를 쓴 신문도 있었다. 도대체 Y뉴스의 보도에 그렇게 추측할 만한 어떤 근거가 있었기에 그런 각색이 가능한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해 이번 경험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신문 기사는 오직 그것을 쓰는 사람 마음대로’라는 것이었다.

내가 말한 ‘족보’를 갖고 큰일이나 되는 듯 떠들어대는 것도 역시 왜곡보도의 전형이다. 서울대학교의 막장교육이라는 엉터리 시나리오에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 족보가 교육을 망치는 주범으로 조작된 셈이다. 내가 족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을 좀먹는 존재 정도로까지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학생들이 그런 데 의존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정도다.

그 족보라는 말이 나오게 된 동기는 이렇다. 우리 교육의 병폐로 인해 창의성이 고갈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와서는 독자적인 노력으로 그 문제를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에 어떤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예컨대 족보라는 것에 의존해 공부하기보다는 성적과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책을 광범하게 읽어 식견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신문들은 마치 족보가 우리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뜻으로 말한 것처럼 각색해 기사를 만들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내 특강에 대해 보도한 모든 신문이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그 강의를 들은 사람이 증언하겠지만, 그 보도 내용은 내 강의의 핵심을 크게 비껴나 있다. 지엽말단적인 것들을 제 맘대로 조립해 가공한 엉터리 기사에 불과했을 뿐이다. 실제의 강의와 기사를 비교해 보면 정말로 허황된 기사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런 기사를 쓰는 사람의 기발한 상상력 혹은 작문 실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신문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지는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앞으로 신문 보도를 보면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도 너무나 뻔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사회의 등불’을 자처하는 우리 언론의 서글픈 모습이다.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아주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그 혼을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소금의 역할을 하려 한다면 마지막 한 점의 진실까지 밝혀내려는 진지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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