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출신인 아버지가 슬퍼하시는 이유는
(서프라이즈 / 작성자 미상 / 2009-05-27)
경남 출신 부모님에 평생을 부산에서 살았지만 지역 감정같은 정치적 이슈는 그다지 우리 집의 화제거리가 못되었어요.
부모님은 그저 먹고 살면서 자식 건사하기 바쁘셨고 뉴스에 3당 합당이 나오면 그참~ 하면서 혀만 끌끌 차셨고 15대 대선 직전에 광주 사태가 빨갱이들의 사주에 의한 거라는 동네 할아버지 말에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빨갱일리가 없는데... 그리고 입을 다무셨어요.
나중에 집에서 왜 반박 안하셨냐고 했더니 무지랭이하고 말 섞어봐야 시간만 아깝다 하시고선 김대중 씨에게 한 표 던지셨어요. 정치적인건 잘 모른다만 그나마 나온 사람들중 훌륭한 사람인 것 같다면서요. 어머닌 김대중씨가 다리를 저는게 고문 후유증이란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파 한 표 주셨대요. 저는 당시 나온 대선 주자 중에선 당연히 김대중 씨에게 한 표 가는 거였고 남동생은 대학가서 광주 폭동이 아니었단걸 처음 알았으니 역시 한 표. 결과적으로 온 가족이 평소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고 어떤 대의가 있어서도 아닌데 자연스레 몰표.
김대중 씨 당선되어서도 그닥 엄청 기쁘다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차라리 무관심에 가까웠을지도... 노무현 씨 당선 후 누구 뽑으셨어요? 했더니 또 온 가족이 몰표더군요. 아버진 상고 나와 얼마나 노력해서 저 위치까지 갔겠냐 노력이 가상타 해서 한표. 어머닌 권양숙 여사 인상이 좋고 불교 신자고 두분 금슬이 좋아보여서 한표. 저는 당연히 한표! 군 복무 마친 남동생도 당연히 한표! 그리고 대통령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길거리에서 대통령 욕을 하고 모든걸 대통령 탓으로 돌려도 괜찮은 5년이 흘렀네요.
토요일 아침에 온 가족이 등산 가기로 하고 전날밤 싸둔 김밥을 꺼내 담는 중이었어요. 믿기지 않는 소식, 오보가 아닐까? 차라리 그랬으면 했는데..사실이더군요. 저랑 어머니 하염없이 울고 남동생 화가 나서 혼자 나가버리고 아버진 갑자기 담배를 피우셨어요. 하루종일 가슴이 꽉 막히고 마음이 아파서 뭘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남동생은 하루종일 들어오지도 않다가 밤에 술취해 들어와서 생전 안하던 술주정을 다하고 어머닌 일요일에 절에 가야 겠다고 눈물 흘리며 짐 챙기시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술 한잔 달라 하셔서 대강 챙겨드렸죠. 아무말도 없이 소주잔 기울이시다가 한숨을 푹~ 어머니더러 당신은 왜 우느냐 하셨어요. 어머닌 그저 마음이 아프다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하셨고 남동생더러 왜 슬프냐 하니 '이 더러운 세상, 정치가 어쩌고 저쩌고'
저더러 왜 슬프냐 하시는데 전 감정이 북받쳐서 도저히 한문장으로 대답을 못하겠더군요. 혼자 소주 한병 다 비우시곤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피우시더니 저더러 물 달라고 하셨어요. 갖다 드렸는데 아버지께서 그러시더군요.
"달콤아, 내는 노무현이 잘 알지도 못하고 정치도 관심없다 그래도 내는 노무현이 저리 간기 너무 가슴이 아프다. 달리 안된게 아니라 가난하게 나서 고생만 하다가 지 식구들 살리자고 벼랑에서 뛰어내릴때 그 심정이 어땠겠노.
근데 그거보다는 앞으로 살일이 막막해서 더 미치겄다. 노무현이 저승가면 지 부모가 피눈물 쏟을끼다. 노무현이가 날 때부터 잘났으면 저리 시달리다 저리 갔겠나 농부 아들내미 아니었으면 그래 못살게 굴었겠나. 그래도 머리가 비상해가 판사나 된 노무현이도 빽없어가 저래 꺾이는데 느그들은 앞으로 어째 살거고. 부모가 되어가 자식 끌어주고 올려주고 해야 되는데 부모가 이거 밖에 못되가 느그한테 정말 미안하데이...
노무현이도 힘없어가 당한다꼬 자식들한테 미안해하면서 죽었을끼라."
저 베란다에 서서 아버지 붙들고 통곡했어요. 그건 부모님이 사과하실 일이 아닌데...노통도 가엾고 부모님도 짠하고.. ㅠㅠ
아까 아버지 질문에 답할 말이 그제서야 생각났어요. 너는 왜 그리 슬퍼하냐고..
이기적이지만 저도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제 개인적인 희망을 노통에게서 봤었던거 같아요. 가난하고 가진것없어도 바르게 소신을 갖고 열심히만 노력하면 언젠가는 빛을 보리라는거, 그 구체화된 형상이 노통이었는데... 슬프다기 보다 절망해서 넋을 놓고 울어댔어요. 외국에서 말하는 유리 천장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은 그 위로 절대 올라가지 못한다는것을 실감해서요.
저는 노통처럼 소신도 없고 엄청난 대의 명분도 없어 그분처럼 그렇게 도덕적 기준도 없고 그만큼 아니 백분의 일도 노력하지 않았고 적당히 비겁하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남들 피흘려 이뤄놓은 사회에 살짝 기생해서 잘먹고 잘살면서 노통같은 분들에겐 댁들은 나와는 다른 인간유형이니 더 청렴하게 더 높은곳까지 올라서서 빛나주세요 라는 뻔뻔한 주문을 해댔어요.
반대를 위한 반대파들의 악랄한 공격보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남들이 대신 애써주길 바랬던 저같은 사람들이 노통의 부담을 백만배로 부풀려 줬던거 같아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노력해도 안된다는걸 느끼면서 이대로 소시민으로 월급받아 하루 하루 살다 끝나버려야 하는게 운명인지..
노통 연수원 시절 잠바 사진을 보면서 모래 시계 강우석 검사에 대해 고현정이 하던 말이 떠올라요.
'떳떳할수만 있다면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 우석씨 잖아요'
드라마 속에서 도와주던 그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노통에겐 왜 없었을까... 때늦은 망상들만 가득해서 눈물이 그치질 않네요. 글이 두서가 없어요. 뭘 말하고 싶은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캄캄한 밤에 홀로 켜뒀던 등불이 깨져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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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가십시오
상고밖에 안나온 근본없는 넘이 무슨 대통령이냐고
손가락질 하고 무시하던 한줌도 안되는 서울대 출신들이
온 나라 백성들을 발 아래 놓고 업신여기는
이 세상 걱정일랑 모두 놓으시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십시오
이제 그만 가십시오
갈라져 반백년 지내온 한겨레
어떡하든 이으려고 당신 두발로 걸어서 건너셨던 군사분계선을
1년도 안되어서 다시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핵폭탄 터질까 벌벌 떠는 전쟁터로 만들어 버린
나랏님들이 목에 힘주고 다니는 이 놈의 세상
꿈에도 떠올리지 말고 가십시오
이제 그만 가십시오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만들겠노라고 앞에선 떠벌리고
뒤에선 집구석에 벼룩하나 남김없이 탈탈털어
사돈팔촌에 오촌당숙까지 싸그리 잡아 넣던
치사한 주류들이 판치는 이 지긋 지긋한 놈의 세상
이제 떠나니 "기분좋다" 한번 외치고 가십시오
이제 그만 가십시오
오리풀어 농사짓던 논두렁도
고사리 뜯고 쓰레기 줍던 마을 뒷산도
어린시절 뛰어놀고 공부하던 봉화산도
당신 얼굴 한번 보겠다고 만날 천날 시끌벅적 하던 마을도
자꾸 돌아보지 마시고
부엉이마냥 훨훨날아 가십시오
이제 그만 가십시오
땀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웃으며 사는 세상
빽없고 돈없어도 기 안죽으며 사는 세상
서울대 안나와도 강남에 안살아도 남 부러울 것 없이 사는 세상
당신이 홈페이지에 너털웃음 사진과 함께 대문짝만하게 써놓았던 세상
돈냄새 권력냄새 하나도 안나고 털털한 사람들의 향기만 나는 세상
바로 그 "사람사는 세상"으로 덩실덩실 가십시오
- 봉하마을 홈페이지-
진짜 사람을 잃는다는게 어떤건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버스안에서도 울컥하고, 일을 하다가도 눈물나고 자다가도 울고...
ⓒ 작성자 미상
이 경호원 기억하십니까?
(서프라이즈 / 이게뭔가 / 2009-05-27)
정확히 말하면 2002년 11월인가 정몽준과 사상유례없는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할 때 그리고, 노무현으로 후보가 결정될때부터 노무현 영상을 보기 시작했네요.
많은 사람들. 특히 남자들 눈물 쏙 빼놓은 문성근님의 연설로 시작해서 노하우에서 올려진 유세현장 영상들이며 정말 지금까지 노무현 영상은 거짐 다 본듯 합니다.
그리고 그분이 대통령 되고서도 취미로 바뀌어 버린 노무현 동영상 보기는 참여정부 때로 이어졌습니다.
참 많이도 청와대 홈페이지 들락 거렸죠. 지금은 정권 바뀌고 들어가본 적도 없지만, 머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서 소탈하고 소시민적인 인간적인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비공식 영상은 저에겐 나름 불가능을 역전시킨 성공의 카타르시스보다 비주류의 설움을 반전시킨 통쾌함보다.그저 유시민님의 말처럼 따뜻한 그사람이 좋아서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분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영상들 보면서, 참 많이도 울고 웃었습니다. 취임식 영상부터 개새들 초박살 나던 개새(검새)들에게의 훈시영상, 불법체류 조선족을 유례없이 방문하던 모습이며 초겨울..초라한 새밑간 허름한 동네를 이리저리 찾아 따뜻한 잠바를 입혀주시는 모습 그리고 강원도 수해현장에서 발이 빠져가며 사람들을 찾아 가시던 그 영상들...
저는 그 영상들을 보면서 대통령의 인간적인 따뜻함때문에 콧등이 시큰하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들 속에 꼭 등장하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거의 어느 영상에서나 누가 봐도 리시버를 낀 그가 경호원임을 알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곁에서, 지근거리에서, 먼저 대통령보다 앞서며 뒤서며 먼저 자리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고 노무현 대통령을 경호하던 사람. 노무현 대통령이 나오는 곳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그 사람. 비서, 보좌관보다 어쩌면 그 사람이 더 많이 보였던 것 같군요.
많은 추모,애도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눈에 띄는 그분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름도...어떤 직책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상주 자격으로 곁에서 지켜 주시는군요. 그 마지막 길을 올곧은 자세로 현직에서 모셨던 그분을 모시는 마음으로 서 계시는군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저 경호원을 모를 겁니다. 하지만 저처럼 그저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좋아 영상을 찾아 보신 분이라면 기억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마지막 경호를 수행하고 계시는 그저 이름없는 저 경호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올려봤습니다.
그가 현 정권의 녹을 먹는 경호원이라 할지라도 전 그저 상관없네요. 그냥 저 경호원을 보면서 참여정부때 그를 무사히 지켜준 저 경호원의 임무를 우리에게 넘겨줬는데 그분을 지켜야 하는 우리는 저 경호원 몫의 반도 하지 못한듯 해서... 참 마음이 아픕니다.
ⓒ 이게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