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간지의 사람 사는 세상

" 잠자는 국민 깨워주고 떠난 임, 잊지 않을게요"

장백산-1 2009. 5. 29. 18:35

“잠자는 국민 깨워주고 떠난 임, 잊지 않을게요”

기사입력 2009-05-29 16:37 |최종수정 2009-05-29 18:07 기사원문보기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남녀노소 조문객들이 29일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북받치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있다. | 김정근기자

ㆍ영결식장의 국민들 ‘눈물의 이별사’

ㆍ눈물…눈물… 대한민국을 적시다

국민들은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오열속에 떠나보냈다. 억울해서 슬프고, 돕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뜻대로 힘을 모아 올곧은 길을 가겠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떠났지만 서울시청앞 광장을 가득 메운 국민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전국 곳곳에서 노제에 참석하기 위해 온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유복순(69·여·부산) = “집이 부산인데 딸 부부와 함께 서울광장 인근 호텔에서 묵었다. 억울해서 말이 안 나온다. 다시는 이런 대통령이 없을 것 같다. 대통령 대신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딸도 밤새 울고 가족들이 많이 슬퍼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마지막으로 가시는 길 편안하게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박재현(32·고시준비생·전북 익산) = “새벽 2시에 고시생 친구들과 승용차로 출발해 오전 7시에 도착했다. 독서실에서 책 한 장 더 보는 것보다 여기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느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나왔다. 애인과 헤어진 것 같다. 타협하지 않고 소신있게 밀고 나간 좋은 대통령이었다.”

△김서원(38·주부·경기 고양) = “슬프다. 하지만 이젠 붙잡지 않고 보내드리려 한다. 남은 우리가 더 맑은 정신으로 사는 게 해드릴 수 일이다. 잠자는 국민을 깨워주고 가시는 것 같다. 아이들이 옳은 것, 정의를 추구했던 것, 타협하지 않았던 것을 봤으면 한다.”

△이양구(34·극작가·서울) = “시대의 한계에 부딪히고 벼랑으로 내몰렸다. 끝내 자기 가치를 훼손 당하기를 거부한 삶을 보며 인간적인 감동을 느꼈다. 우리 사회는 세치 혀로 그를 쉽게 비판만 했다. 그를 위해 또 이전의 나와 작별하는 의미에서 눈물을 흘리고 싶다.”

△성상미(25·여·회사원·서울) =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후회할 것 같아서 나왔다. 보다가 마음속으로부터 울음이 터져나왔다. 지난 정부가 얼마나 잘 했는지 몰랐는데 이제야 알게 됐다. 도와드린 게 없어 죄송하다.”

△박중현(30·사진사·서울) = “모진 고생 하셨던 것 다 떨치시고 편안하게 가셨으면 좋겠다. 공기처럼 계실 때는 몰랐는데 가시고 나니까 왜 좀더 관심을 갖고 이해해 드리지 못했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정미(42·여·자영업·인천) = “내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처럼 슬프고 괴롭다. 그 분은 우리들의 서민 대통령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아프셨을까. 생각만 해도 내가 힘들어진다. 이제 이 모진 세상 떠나 저 하늘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장영제(60·전남 진도) = “권위의식 없는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을 보내드리려고 이틀 전부터 올라와 있었다. 영결식과 노제를 보고 내려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니 노 전 대통령이 부활한 것 같다. 그분은 마지막까지 선명한 인간성을 보여줬다. 민초의 봉화였던 당신께서 봉화산으로 돌아가시는 것을 보니 한편 마음이 편안하기도 하다.”

△최경일(31·회사원·서울) = “답답하고 딱히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가슴이 먹먹하다. 밤새 야근하고 나왔는데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눈물이 안 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슬프고 눈물이 난다. 지난날 관심을 보여주지 못한 게 후회된다. 남들에게 소신을 밝히고 올곧게 살지 못한 내 자신이 죄송하다.”

△박경찬(35·연극배우·서울) = “퇴임 즈음해서 주변에 단 한 명도 호의를 가진 사람도 없었고 모든 이가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런 사람들이 다시 나와 죽음을 지켜본다는 게 씁쓸하다. 작금의 나라꼴 돌아가는 것을 보니 더 씁쓸하다. 나 자신도 한나라당과의 연정 제의 등을 보며 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노무현 대통령은 새롭게 평가받을 것이다.”

△정성원(42·회사원·서울) = “다시 못 뵙는다고 하니 눈물이 난다. 죽음으로써 바라는 바, 꿈꾸던 바를 다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로 그분을 못 뵙는다고 하니 다시 눈물이 난다. 너무 안타깝다.”

△정영미(24·여·취업준비생·경기 구리) = “마음이 너무 아프다. 평소에도 항상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해 왔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최절정기를 만들어 주신 분이었다. 재임기간 동안 국민들을 심적으로 편안하게 해주셨다. 마지막 길 편히 보내드리려고 나왔다. 현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니까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나온 게 아니겠나.”

△도미자(62·주부·경기 남양주) = “지난 화요일 봉하마을에 다녀오고 오늘 또 나왔다. 나보다 한 살 많으시지만 부모의 심정으로 좋은 길 가라고 전하고 싶어 나왔다. 지난해 2월 전남 광양 매실농장에 갔을 때 노 전 대통령을 우연히 봤다. 돌아보니 그때 정말 행복해 보이셨다. 그 생각을 하면 너무 슬프다.”

△김정석(37·회사원·서울) = “노무현님은 가셨지만 난 아직도 마음속으로 못 보내 드리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가슴이 미어진다. 원통하다. 그를 위해 여기 남은 사람들이 할 몫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런 생각을 해야겠다.”

△김한나(27·여·회사원·서울) = “직장에 휴가를 내고 왔다. 영상 속 따뜻한 미소를 보니 재임 중 믿어드리지 못한 게 너무 죄송하다. 잘 보내드려야 하는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힘들다. 계속 기억하고 믿어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