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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프다, 가지말라"... 노란바다, 눈물바다

장백산-1 2009. 5. 29. 18:09

“마음 아프다, 가지말라”… 노란바다, 눈물바다

기사입력 2009-05-29 16:32 |최종수정 2009-05-29 16:47 기사원문보기

태평로 가득 메운 ‘바보연가’ 29일 경복궁 영결식을 마친 뒤 태평로를 지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운구행렬 주변으로 추모 시민들이 16차선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ㆍ서울 광장 노제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가 치러진 서울시청앞 광장은 40여만 시민들로 노란색 추모 물결을 이뤘다. 이별을 슬퍼하고 아쉬워하는 시민들이 “우리의 대통령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며 마지막 가는 길을 막고 오열, 광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지난 23일 이후 광장을 가로막았던 전경 버스는 7일 만인 이날 오전 8시쯤 철수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종이모자에 노란 스카프를 두른 채 노란 풍선을 들고 삽시간에 광장으로 들어섰다. 운구차가 영결식장인 경복궁을 떠나 서울광장까지 오는 세종로 연도에는 노란 풍선이 길다랗게 내걸렸다.

서울광장에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배웅하려는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경복궁 영결식이 시작된 오전 11시 서울광장 주변 세종로·태평로 일대에는 40여만명의 인파가 발디딜 틈 없이 들어서 있었다. 경찰은 18만여명으로 추산했고, 시민단체들은 5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결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은 서울광장과 광화문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결식을 지켜봤다. 영결식 중간에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나오자 들고 있던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하는 장면에서는 “살인자” 등의 야유가 쏟아졌다.

경복궁 영결식을 마친 뒤 운구행렬은 낮 12시10분쯤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경찰 사이드카가 선두에 서고 노 전 대통령의 대형 영정을 모신 오픈카가 천천히 뒤를 따랐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가 뒤따랐다.

사전 행사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씨는 “오늘은 그분을 보내 드리는 날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담는 날입니다”라고 말했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 하셨죠. 우리가 앉아 있는 잔디가, 하늘이 모두 자연의 하나입니다. 그분과 우리가 한 조각임을 느끼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이어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의 추모곡 ‘바보연가’가 울려퍼졌다. 가수 안치환씨는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을 불렀다. 가수 양희은씨가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불렀던 ‘상록수’를 부르자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함께 따라 불렀다.

오후 1시쯤 운구 행렬이 광장으로 들어서자 서울광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폴리스라인도 속수무책이었다. 운구행렬을 따라 세종로부터 걸어온 시민들이 금방 태평로 양쪽 16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흐느낌과 통곡이 퍼졌다.

시민 최영남씨(23·여)는 “봉하에서 행복하고 편하게 자전거 타시는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며 울먹였다. 남정례 할머니(76)는 “나라 이끌어가느라 수고 많았다. 부디 훌훌 털고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를 어렵게 헤치고 온 운구차 행렬이 광장에 마련된 제단 앞에 멈춰 섰다. 광장 주변 시민들이 모두 일어서 영구차와 유족들을 맞았다. 노제 총감독을 맡은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이 “노 전 대통령과 모든 국민들이 영원한 인연을 맞이하는 자리다. 박수로 고인의 넋을 맞이하자”고 개회선언을 하면서 노제가 시작됐다.

시인 안도현씨는 조시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를 낭독했다. “고마워요 노무현, 아무도 당신을 미워하지 않잖아요. 그러니 이제 일어나요, 당신.”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29도. 뙤약볕 아래서도 자리를 뜬 시민은 없었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노제가 진행되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30여분간 진행된 노제는 사회를 맡은 도종환 시인이 “슬프지만 보내야 할 시간이다”라고 말하며 마무리됐다. 도 시인의 선창에 따라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운구차와 유족들의 행렬이 서울광장을 출발해 마지막 행선지인 서울역 분향소로 향했다. 시민들은 행렬을 따라가면서 “보낼 수 없다” “가지말라”며 통곡했다. 노란 종이비행기와 풍선이 날렸다.

운구차는 노란 시민들의 물결로 가득찬 거리를 가르며 마지막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의 시민들은 ‘사랑으로’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아침이슬’ 등을 부르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울역에서 국민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는 수원 연화장으로 향했다. 영정 속 ‘노무현’이 환히 웃으며 인사하는 듯했다. 안녕 여러분….

<유정인·정환보·김지환·황경상·이청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