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교황에 감동하는가.. '섬기는 권위' 한국사회에 '울림'
방한 내내 ‘사회적 약자 우선’시민 “힘든 세상 큰 힘 됐다
교황이 던진 화두, 우리 숙제로
경향신문 백승찬·조형국 기자 입력2014.08.17 22:10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흘간 보여준 生覺과 말과 行動이 가톨릭 신자를 넘어 온 국민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의 태도가 국민들이 염원하지만 갖지 못하는 지도자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최고의 권위는 섬김"이라고 말해온 교황은 고통받는 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에 큰 숙제를 안겼다.
교황 방한 직전 한국 사회는 여러 문제들이 난마처럼 얽힌 상태였다. 특히 세월호 참사 해결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관료, 여야 정치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유족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도 실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일 낮은 곳으로 임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섬기는 교황의 말과 행동은 한국에서 열광을 일으키고 있다. 16일 음성 꽃동네에선 전신마비를 앓는 오미현양 이마에 입맞추며 축복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시복 미사 카퍼레이드 중 교황이 차에서 내려 세월호 참사 가족 김영오씨를 위로했다.17일 해미 성지에선 청년들에게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 교황방한위원회
프란치스코 교황은 달랐다. 서울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세월호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는 유족들이 건넨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고, 직접 세례를 해달라는 유족의 요구에도 응했다. 시복 미사를 위한 카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단식 중인 유족의 손을 맞잡았다.
세월호 유족뿐만이 아니다.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위안부 피해자, 강정마을 주민, 쌍용차 해고노동자,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참사 피해자, 새터민 등 한국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초대했다. 그들이 현행법을 어겼는지, 어떤 이념적 성향을 가졌는지는 상관없다. 오직 그들이 이 사회의 약자라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인, 주교 등 고위직 인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이들을 먼저 챙겼다. 들르는 곳마다 환경미화원, 시설관리원 등을 만나 일일이 선물을 나눴다. 소형차를 타고 정치인과의 의례적인 오찬은 사양했다. 한국 사회에 이런 교황과 우리 지도자를 비교하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시복 미사 현장에 나온 시민 김지민씨(47)는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유가족들이 이제야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선정인씨(40)는 "고통받는 자들 앞에서 손을 내미는 교황과 달리 우리의 현실은 그런 분들을 찾기가 힘든 것 같다"며 "오늘날 우리 지도자와 정치권도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교황이 떠난 뒤에도 교황에게 호소하고자 했던 우리 사회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은 누군가 고통을 받으면 위로하는 것을 중시한다"면서도 "교황께서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은 당사자들의 몫이라는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나흘째인 17일 충남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단, 청년들을 잇달아 만났다. 마지막날인 18일에는 12개 종단 지도자와의 만남,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마지막으로 오후 1시 서울을 떠나 로마로 향한다.
< 백승찬·조형국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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