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화두의 참된 의미

장백산-1 2016. 7. 17. 20:22

화두의 참된 의미


토끼 한 마리 옛 길에 나타나니 푸른 하늘을 날던 매가 보자마자 사로잡았네.

뒤늦게 온 사냥개는 영리한 성품이 없어 헛되이 마른 나무 옛 곳에서 찾네.


- 승천종본(承天宗本, 1020~1099)


일토횡신당고로(一兎橫身當古路)  창응재견편생금(蒼鷹才見便生擒)

후래엽견무영성(後來獵犬無靈性)  공향고춘구처심(空向枯椿舊處尋)



'벽암록'의 모태가 되는 '설두송고'를 지은 지은이 설두(雪竇, 980~1052) 스님이 어느 스님과 ‘뜰 앞의 

잣나무’ 라는 화두(話頭)를 두고 밤새 논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곁에 있던 행자가 그들의 논쟁을 

비웃으면서 지은 게송이 바로 위의 詩입니다.


話頭는 어떤 思量 分別도 용납하지 않고 곧장 이 하나의 眞實,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를 드러내 보인 

것입니다. 토끼 한 마리가 산길에 불쑥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하늘을 날던 눈 밝은 매는 대번에 그 토끼를 

낚아채 갑니다. 머뭇거리며 生覺으로 思量 分別하는 순간 토끼는 모습을 감추고 흔적도 남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話頭에 얽매여서 허구한 날 무의미한 화두의 언구만 되풀이하며 일어나지도 않는 

意情을 일으키려 헛되게 애를 씁니다. ‘무(無)’라는 화두는 ‘무’에 뜻이 있지 않고, ‘뜰 앞의 잣나무’라는 

화두는 ‘뜰 앞의 잣나무’에 뜻이 있지 않습니다. 언구에 빠지면 어리석은 사냥개 꼴을 면하지 못합니다.


현재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大元) 스님이 1973년 해인사 방장 고암(古庵, 1899~1988) 스님을 

찾아뵙자, 고암스님이 “지금도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 뜰 앞의 잣나무라는 話頭를 참구하고 있는가, 

몇 년이나 참구하였는가?” 하고 공부의 진척을 물으셨습니다. 대원 스님이 “8년간 참구하였습니다.”라고 

답을 하자, “애석하다” 하시면서 한 말씀 하셨습니다. “잣나무 꼭대기 위에서 손을 놓고 한 걸음 더 나아

갔을 때에 어떤 것이 너의 본래면목이겠는가?” 대원 스님은 이 한마디 말에 홀연히 크게 깨우쳐 박장대

소했다고 합니다.


話頭를 들기 이전의 자리에 착안하라는 옛사람의 친절한 말씀도 있습니다만, 이 말도 또한 말과 생각으로 

헤아리고 分別하면 또 다른 ‘뜰 앞의 잣나무’ 라는 화두 근처만 맴도는 짓과 같은 짓일 뿐입니다. 話頭의

참된 의미는 話頭를 이루는 言句가 아닙니다. 화두의 참된 의미는 ‘말[話]의 머리[頭]’, 언어 이전의 소식

입니다. 화두에 조금이라도 말과 생각이 붙는다면 그것은 화두가 아닙니다.


‘무’는 ‘무’가 아닙니다. ‘마 삼 근’은 ‘마 삼 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마른 똥 막대기’는 ‘마른 똥 막

대기’에 뜻이 있지 않습니다. ‘이 뭐꼬’는 ‘이 뭐꼬’란 물음이 아닙니다. ‘뜰 앞의 잣나무’는 ‘뜰 앞의 잣나무

’와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시비 분별 사량하는 일체의 생각이 다 사라졌을 때, 이 무엇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


- 몽지님-  무진장 행운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