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두려워하는 것들의 실체
가끔씩 귀신이 보인다거나, 귀신이 나에게 붙을까봐 걱정이 된다거나, 혹은 잘을 잘 때 가위 눌리는
것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 설사 귀신이 내 안에 들어온다 할지라도 그것은 바깥에 있는 귀신이
나에게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귀신이나 가위 눌림 그것은 언제나 내 내면의 문
제일 뿐이다. 사실 나라고 여기는 존재도 無我로서 고정된 實體가 아니고, 인간이 살고 있는 이 物質
世界조차도 實體가 아닌데, 귀신의 세계라는 것이 실체일 수 있겠는가? 삶, 세상, 인생, 현실이라고
하는 우주만물, 우리들, 이 세상 이 모든 것들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다 삼계유심(三界唯心)이요,
만법유식(萬法唯識)으로 마음이 마음 속에서 마음으로 지어만든 虛像의 世界, 즉 幻想 幻影일뿐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즉, 이 현실세상 모든 것은 꿈, 허깨비, 신기루,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 같은 것이다.
두려운 마음이 발생하는 것은 내 마음 안에서 생기는 문제
두려운 마음의 문제가 생기더라도 올바르게 보고 默賓對處 해야
가위에 잘 눌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위에 눌릴 때 두려워하는 마음에 가위 눌림을 빨리 없애려고
마음에 힘을 주고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죽이든 살리는 니맘대로
해라. 어차피 이 세상 모든 것이 마음이 부리는 장난인 실체가 없는 허망한 꿈, 신기루, 안개, 아지랑이,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도 같은 것인데 뭔 일이야 있겠느나. 난 모르겠다’ 하면서 애를 쓰
지 않고 마음의 힘을 빼고 그것을 지켜보면 아무 일도 없다. 모든 對相 境界와 幻想은 그것을 두려워하
는 내 마음을 먹고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 마음이 대상 경계라는 환상을 두려워함으로써
내 마음이 두려워하는 대상에게 내 마음의 힘을 실어주는 것일 뿐이다. 내 마음이 대상 경계라는 환상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는 두려워 할 만한 대상 경계라는 환상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 인간들이 두
려워해야 할 만한 힘을 지닌 외부의 실체적 대상 경계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귀신이나 가위눌림만 그런 것이 아니라 事實 物質的인 現實世界에서 발생하는 온갖 힘들고 괴
로운 대상 경계라는 환상도 마찬가지다. 부도가 났다거나, 남들이 나를 욕하고 모함하거나, 진급에서
떨어졌거나, 괴로운 일이 생겼거나 하는 그런 대상 경계라는 환상에도 인간이 과도하게 마음 속의 에
너지(힘)을 부여해서 虛妄한 대상 경계라는 幻想 幻影에 과하게 마음 아파하고, 휘둘리고, 휘청거리고
방황하고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스스로 실체가 없는 환상 환영인 허망한 그 대상 경
계에 무너져서 내 마음 스스로 그 幻想 幻影에 괴로워하고 과도하게 반응을 하게 되면 고정된 실체가
없는 虛妄한 幻想 幻影 꿈 물거품 신기루 이슬 번개와도 같은 그 외부 대상 경계가 내 두려워 하는 마
음을 먹고 에너지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허망한 환상 환영 꿈 물거품 신기루 이슬 번개 같은 외부의
그 대상 경계 자체가 진짜 힘이 있는 대상 경계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실체가 없는 허망한 꿈
신기루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 같은 외부의 대상 경계를 두려워 함으로써 그 바깥 대상 경계
를 두려운 대상 경계로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한 것일 뿐이다.
事實 고정된 실체가 없는 온갖 정신적 물리적인 現象으로 現示되어 나타나는 허망한 꿈, 신기루, 허깨
비,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 같은 內外部的인 모든 대상 경계는 그것 自體에는 아무런 힘, 실체성도,
괴로움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진급을 못 했기 때문에 신나게 다른 직장,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있
는 것이고, 부도가 났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남이 내게 욕을 했을지라
도 그 욕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 스스로 선택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주 重要한 事實은 고정된 실체가
없는 온갖 정신적 물리적인 현상으로 현시되어 드러나는 허망한 꿈, 신기루,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 같은 내외부적인 모든 대상 경계에 내 마음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기로 마음을 먹는 순간,
그 때부터 실체가 없는 허망한 그것들이 실체적 힘을 지닌 존재처럼 에너지덩치를 키우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망한 내외부적인 어떤 대상 경계라는 幻想 幻影을 ‘中道的으로 관찰한다’는 것은
그것들을 과도하게 두려워해서 도망치려 하지도 않고, 과도하게 애착해 붙잡으려 하지도 않는 것이다.
兩極端(양극단)으로 分別을 하고 나누는 분별심, 분별의식, 알음알이(知識), 지견, 견해, 이해, 관념, 개
념을 모두 내려놓고 다만 ‘그것들이 일어났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中道的 觀察이다. 어떤 分
別도 없이 몽땅 이 세상 전부를 허용해 주는 것이 中道的 觀察이다.
인간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느낌 감정, 생각 번뇌 망상 잡념 상상 이미지 환상 환영, 욕망 욕구
충동 의지 의도, 알음알이(知識) 분별심 분별의식 지견 견해 이해 개념 관념도 마찬가지다. 질투심, 괴
로워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화가 나는 마음 등이 올라왔을 때, ‘또 왔군!’하고 그것들에게 그냥 미소
를 지으며 바라보기만 해주라. 올라온 그러한 마음들을 고정된 실체가 있는 진짜라고 믿을 아무런 근거
는 전혀 없다. 다만 내 마음이 올라온 그러한 그것들에게 파동하는 마음의 에너지, 힘을 부여한 것일 뿐.
그렇기에 나의 마음이 그것들에게 크게 반응할수록 그 대상 경계라는 幻想 幻影에 파동하는 마음의 힘,
에너지를 실어주어 그것들의 에너지덩치를 키워주는 것이다. 내 마음 안의 힘을 내외부의 대상 경계에
게 넘겨주고 나의 마음은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망한 꿈, 허깨비, 신기루, 아지랑이, 물거품, 그림자, 이
슬, 번개와 같은 내외부적인 대상 경계 그것들에게 휘둘리는 볼품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지금까지 우리들 人間이 고정된 실체가 없는 온갖 정신적 물리적인 현상으로 현시
되어 드러나는 허망한 꿈, 신기루, 허깨비, 아지랑이,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 같은 이 세상, 이 삶,
이 현실을 相對로 해서 벌려왔던 헛되고 헛된 허망한 연극놀이, 허망한 분별놀이, 허망한 개념놀이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아주 큰 잘못을 한 제자나 외도들에게 묵빈대처(默賓對處)하라고 말씀하셨다.
묵빈대처라는 말은 곧장 즉바로 對應하지 말고 沈默하라는 것이다. 즉각적으로 대응하면 잘못을 한 그
사람들에게 오히려 에너지, 힘을 실어주고 에너지덩치를 키워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내외부적인 그 어떤 대상 경계가 오더라도 고정된 실체가 없는 온갖 정신적 물리적인 현상으로 현시되
어 드러나는 허망한 꿈, 신기루, 허깨비, 아지랑이,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 같은 그 대상 경계는
절대로 나의 마음을 집어삼킬 수가 없는 것이다. 내 마음이 그렇게 되기를 허락하기 전에는 말이다. 실
체가 없는 허망한 내외부적인 대상 경계에 헛되게 과도하게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
고, 그것들을 그저 허용해 주고 바라봐 주라. 말로만 묵빈대처가 아니라 內面에서 묵빈대처하라. 그 때
자기 삶의 참된 주인이 될 수 있다.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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