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문재인 신념과 논리 없고,
반기문 직업이 주는 제3자 의식 걸림돌,
유승민 과단성 부족해"
[원로의 눈으로 보는 先見之明]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인터뷰(2)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1월호부터 어지러운 국정 상황을 풀어갈 해법을 찾고자 정치 원로를 만나 고견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 광장민심과 SNS 여론은 ‘대선놀이’보다는 ‘대한민국 대혁신’을 주문한다. 어떻게 부정과 부패, 불공정과 불평등 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까.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아키텍처’로 명성이 높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났다.
◇ 대선 주자 평가
문재인, 자기 신념이 부족
반기문, 직업외교관의 제3자 의식이 걸림돌
이재명, 준비된 선동가
안철수, 국가 개조에 대한 자기 프로그램 없어
남경필, 미래형 지도자
손학규, DJ 흉내는 그만
유승민, 과단성 부족해
-대선으로 넘어 가겠다. 여야를 망라해 누가 가장 유력한가
▶"지금 대선구도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상수와 변수가 있는데, 상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셋 이 상수였다가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지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바람에 또 하나의 상수가 됐다. 4명의 상수가 있고 나머지는 변수인데 상수와 변수의 조합에 따라 구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지금은 이야기하기 너무 어렵다.
-어쨌든 전세계적으로 기성정치인들과는 반하는 지도자를 뽑는 현상이 보이고 있는데 이재명 시장을 한국적 트럼프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재명 시장을 가지고 트럼프 현상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유사한 점이 있긴 하지만 이 시장이나 트럼프 둘 다 뚜렷하게 아는 사이가 아니라서 구체적인 평가는 어렵다. 최근 이재명 시장과 한 시간가량 대화를 한적이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받은 첫인상은 ‘준비된 선동가’라는 느낌이었다. 즉흥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봤다. 대화를 과장하거나 강조하 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군더더기 없고 말에 힘이 있더라. 그래서 왜 그런가 했더니 국민이 들으면 좋아할 소리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뱃속에서 나오는 소리를 하더라. 삶의 궤적에서 한국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삭이면서 어떻게 뜯어 고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궁리를 했던 것 같다. 매우 선동적인 요소가 많은데 국민의 분노를 건드려 폭발적 인기를 얻는 것에 그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역시 이재명 시장도 앞으로 국민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이 시장은 정치권이 촛불 뒤에 숨을 때 광장에서 가장 용감했던 것 같다
▶“이 시장 말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만나보니 “이재명 시장은 우리를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어른 세대에서도 자신을 대변해주는 이로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인기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몰론 지금까지는 잘했다고 본다. 이제까지는 시즌1이고 국가의 외교 안보를 포함하는 나라의 갈 길에 대한 시즌2가 나와야 하는데
▶“본인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혼자 왔지만 앞으로는 어렵다는 걸 알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장이 윤 전 장관께 멘토 역할을 부탁하진 않았나
▶“이 시장이 이례적인 말로 요청은 했지만 식견이 없다며 사양했고, 그 뒤로는 안 만났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분인데 대통령이라는 공적인 자리를 놓고 평가하느라 여러 차례 비판해서 속으로 미안하기도 하다. 어마어마한 전환기고 국가를 개조해야 하는 시기에 직업외교관에게 국가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다. 왜냐면 직업 외교관에게는 직업이 주는 품성, 제3자 의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국과 주재국과 제3지대라는 의식이 후천적으로 생긴다. 대통령은 당사자 중에서도 최고의 당사자인데 그런 의식을 가지고는 안 된다. 또한 대한민국은 지난 10년 간 큰 변화를 겪었는데 그 기간에 외국에만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인 맥락이 없다. 정치경험도 없고 정당 생활도 없었다. 외교적인 역량은 있겠지만 그것은 국가적 자산이니까 그런 방향으로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 낫다.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
-문재인 전 대표의 찬조연설을 했고 아직까지도 그 연설이 회자된다. 문 전 대표를 평가한다면
▶“사실은 지난 대선 때 문 후보를 거의 만난 일이 없다. 찬조 연설도 별안간 하루 전 책임자가 와서 문 후보가 강력히 요청 했다고해서 수락했다. 연설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원고를 준비한 작가의 글에 생명력이 없어 1시간만에 평소에 담고 있던 생각을 고백하는 차원에서 원고를 썼다. 이렇게 해서 망신당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반대 반응이 나와서 나도 놀랐다. 사람들 이야기가 보수출신 인사중에 자기 반성을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더라. 또한 정치권의 오염 된 언어가 없어서 참신했다는 평을 들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일단 2012년은 얼떨결에 졸지에 불려나온 후보였다고 쳐도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지금도 그분 이야기를 들으면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긴지 잡히는 것이 없다. 여전히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지도자로서는 치명적인 결점이다. 자기 신념이 있어야 하고 논리가 있어야 한다. 다들 비슷한 인상 을 받는 것 같다. 이번에 탄핵정국에서 문 전 대표는 상처를 많이 입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안철수 의원에 대한 평가도 듣고 싶다
▶“노력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안철수 의원의 행보를 유심히 보면서 왜 저런 행보를 하나 싶다. 이 판이 자기 판인데 하기에 따라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비교해서 입장은 일관되게 가지고 왔다고들 하지만, 서명을 받으려고 전국을 돈다든지 하는 행보에 왜 시간과 정열을 쓰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제3세력을 표방하고 국민의당을 만들었는데 그때가 언제인가. 지금쯤은 국가 개조에 대한 자기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것에 대한 준비가 없다. ‘안철수 현상’은 신기루였다. 변화의 열망에 목이 탄 국민이 스스로 만든 신기루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어떤가
▶“미래형 지도자의 모습, 디지털 시대의 지도자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품성, 좋은 자질을 타고났는데 미래형이라고 본다. 지금은 최순실 게이트라는 것으로 한국사회의 기존의 폐해가 한번에 터진것으로 묵은 질서를 청산하고 새 질서를 쌓아야 하는 시점이다. 그렇게 보면 남 지사의 리더십은 청산에 적합한 리더십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디지털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에 곧 남 지사의 시대도 올 것이라고 본다.”
-손학규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도 한말씀 해달라
▶“손학규 대표에게는 연민의 정을 느낀다. 기회를 그렇게 보내더니….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왜 DJ흉내를 내나. 또 은퇴를 한다면서 강진은 왜 가나. 은퇴한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만들려고 한 것 아닌가.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국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직은 국민적 지지기반이 있겠지만 정치적 자산이 부족하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이 국가를 뜯어 고치는 것이니 그런 부분에 일정부분 기여한다면 좋을 것 같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평가는
▶“대구출신이라 지역구민의 정서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를 하면서도 정치적 거취를 과단성 있게 결정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공천 파동 때도 친유승민계 의원들은 다 공천을 못 받았 는데 끝까지 기다리지 않았나. 만약에 마지막에 공천을 줬으 면 혼자서만 받았을 것인가. 정치적 판단은 논리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도 새누리당 탈당을 계속 미뤘는데 그런 모습이 안타깝다. 민주주의라고 늘 대중의 뜻만 따라가는게 아니라 직접 국민을 설득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유승민 의원은 스마트 하고 예의 바르고, 좋은 자질을 많이 가졌는데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갈망하는 시기에 그런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아 아쉽다.
◇ 미래전망, 개헌은 차기 대통령의 몫
-개헌 시기를 놓고 말이 많이 나온다.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면
▶“시대에 안 맞는 것이 워낙 많으니 고쳐야 하는 것이 맞다. 대선전에 헌법을 개정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정치권에서 헌법 개정을 놓고 권력 구조나 이런 부분 한 두 개만 손대자는 말을 하면 국민들이 헌법개정을 정치세력 재편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런 식으로는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음 대통령 재임 중에는 반드시 헌법개정을 해야 한다고 본다. 최대 강령을 만들어내야 하고, 이는 차기 대통령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국가 대개조의 로드맵을 가진 사람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데, 이 논의가 더 타올라야 할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에게는 행정권을, 국회의원에게는 입법권을 나눠줘 통치 기구가 견제와 균형을 통해 우리 대신 운영하라고 일임한 것이다. 지금 행정부는 탄핵이 된 상황이고, 입법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못했고 이대로라면 봄 해동 전에 촛불이 여의도로 갈 것이라고 본다.”
-이번 탄핵과 촛불 집회를 보고 느낀 것이 있다면
▶“디지털 시대에 3차, 4차산업 혁명이 혼합혁명으로 오고 이것이 사회를 바꿀 것이라고 본다. 이런 혁명의 키워드는 공유, 개방, 참여, 유연성, 창의성 등으로 모든 분야에서 이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가 올 것이다. 생산자가 소비자고 소비자가 생산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나는 광화문 100만의 모습이 한국 사회의 미래라고 봤다. 통제하는 지휘부가 없이 내가 중심이었다. 그것이 누구도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저게 디지털 시대의 한국사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 탄핵과 촛불 집회를 보고 느낀 것이 있다면
▶“디지털 시대에 3차, 4차산업 혁명이 혼합혁명으로 오고 이것이 사회를 바꿀 것이라고 본다. 이런 혁명의 키워드는 공유, 개방, 참여, 유연성, 창의성 등으로 모든 분야에서 이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가 올 것이다. 생산자가 소비자고 소비자가 생산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나는 광화문 100만의 모습이 한국 사회의 미래라고 봤다. 통제하는 지휘부가 없이 내가 중심이었다. 그것이 누구도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저게 디지털 시대의 한국사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날로그 시대는 오케스트라로 비유하는데, 이는 재즈 밴드 처럼 각자 정해진 틀 속에서 연주자면서 각자가 지휘자인 모습이었다. 앞으로 등장하는 사회 리더십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최대한 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미래형이라고 본다. 높은 시민의식에 그치지 않고 미래 한국 사회모습을 보여줬다고 본다. 정말 의미 있다.”
-윤 전 장관께서 꿈꾸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소박하게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이 존중되는 사회다.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닌가.”
-우리 사회 원로이자 멘토로서 ‘인간 윤여준’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다시는 신분을 가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인 윤여준의 생각대로 살지 못하고 신분에 맞게 살기 위해 갈등을 많이 느꼈다. 이에 개인의 양심이 가리키는 대로 살겠다고 생각했고, 최근에도 잠시 신분이 있었지만 바로 그만뒀다. 필요한 말은 하면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영혼으로 살겠다.”
-언론에 한말씀 한다면
▶“외국에도 언론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반대하고 하긴 하지만 저널리즘의 본분을 벗어나는 짓은 하지 않는다. 저널리즘의 본령, 본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요즘은 이것이 저널리즘인가 싶다. 모든 신문이 오른쪽이든, 왼쪽 이든 프로파간다(propaganda, 20세기에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거짓과 선동이라는 부정적 의미)다.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언론의 책임이 크다. 새질서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본분을 지켜야 한다.”
대담=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박종국 더리더 편집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더리더(theLeader)에 표출된 기사로 the Leader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리더(theLeader) 웹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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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한말씀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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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박종국 더리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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